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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119] #4 딸 한 명 사위 셋 소방관, 우리는 소방가족
광주소방학교 이태영   |   2023.05.19 [09:40]

<광주 남부소방서 김광일 소방경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했습니다.>

 

“형부, 소방서 일은 어때요? 많이 힘들죠?”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 근데 뭐랄까. 힘든 만큼 보람도 커”

“형부 출근할 때마다 언니가 기도 많이 해요. 저도 그렇고… 늘 조심하세요. 아셨죠?”

“내 걱정까지 해주고 역시 처제밖에 없어. 

아, 맞다! 이번에 광주소방에서 처음으로 구급대원을 뽑는다는데 

처제는 간호사 자격 있으니까 한 번 도전해 보는 게 어때?”

“아! 제가요?”

“아, 그럼! 내가 처제를 쭉 지켜봐서 아는데… 구급대원으로 딱이야! 딱!”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간호사 생활을 하던 고경자 소방관은 형부의 권유로 광주소방 제1기 구급대원 시험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한다. 

 

“안전! 이번에 신규 임용된 구급대원 고경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따! 부탁은 뭔 놈의 부탁이여? 부탁을 드려야 할 사람은 우리죠잉.

처음이라 많이 어색한께 뭐 어려운 일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저한테 부탁하쇼잉”

“아……. 네, 고맙습니다.”

 

제1기 구급대원이란 꼬리표를 달고 처음 들어선 소방서.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된 직장 분위기 탓에 낯설 법도 한데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해맑은 눈을 가진 김광일 소방관은 힘든 소방서 생활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아이고~ 아직 적응도 안 될 텐데 뭘 그렇게 열심히 청소하셔요. 

제가 할랑께 걍 놔두쇼. 걸레는 나한테 주랑께라”

“아니요. 괜찮은데… 아니요. 괜찮아요. 아~ 고맙습니다”

 

촌스러운 전라도 사투리가 조금 거슬리긴 해도 선한 인상과 선한 마음씨에 고경자 소방관은 시나브로 김광일 소방관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저기요. 경자 씨! 오늘 날씨도 좋은디 퇴근하고 같이 영화나 한 편 볼까라?”

“네? 영화요? 아~ 저 영화 좋아해요”

“그래요? 아따 나는 경자 씨가 좋은디”

“아… 네?”

“아따, 쪼크, 조크, 농담이여, 농담”

 

24시간 맞교대 근무로 제법 피곤할 법도 한데 어찌 된 일인지 김광일 소방관과 함께한 영화관람은 피곤함도 사라지고 함께한 시간 내내 방긋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그 당시 사내 연애가 흔치 않았던 터라 두 소방관은 동료 소방관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007작전에 버금가는 비밀 연애를 하며 사랑을 키워왔고 마침내 결혼까지 골인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던 어느 날, 

 

“저기 혹시… 당연히 있을 거 같은데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

“아니요. 없습니다. 좋은 사람 소개시켜 주십시오”

 

고경자 소방관이 근무하는 소방서에 다부진 체력과 늠름한 모습을 한 구조대원이 신규 임용됐는데 얼마나 성실하던지 고경자 소방관은 미혼인 동생과 짝을 맺어 주고 싶어 중매 아닌 중매에 나선 것이다.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세 대’라 했는데 술 석 잔도 모자라 세 병을 얻어먹게 될 천생연분이 돼 결혼까지 성공하게 됐다.

 

먼저 소방관이 된 둘째 형부의 권유로 처제인 셋째 딸이 구급대원이 됐고 근무하던 소방서에서 짝을 만난 셋째 딸이 여동생에게 동료를 소개해 주면서 딸 한 명, 사위 셋 그러니까 한 지붕 아래 4명의 소방관이 근무하는 119가족이 탄생하게 됐다.

 

교대 근무 특성상 명절에는 다 함께 모이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지만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기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119가족이다.

 

이젠 세월이 흘러 가장 먼저 소방관 생활을 한 형부는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아직 세 명의 소방관은 행정, 구조, 구급대원으로 광주소방 요소요소에서 맹활약 중이다.

 

광주소방학교_ 이태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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