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6일 주택 화재 현장에 고립된 70대 노인을 구조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안타깝게 순직한 고 성공일 소방교(1계급 추서)의 영결식이 3월 9일 김제시 국립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전라북도청장(葬)으로 거행됐다.
영결식엔 유가족을 비롯해 김관영 전북도지사,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장관 직무대행),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국회ㆍ시도의원, 동료 소방공무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성 소방교의 희생과 헌신을 기렸다.
이날 오전 10시. 영결식은 고인을 향한 유족의 애끓는 울음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유족들은 “공일아 네가 왜 거기 있어”, “왜 우리 애를 혼자 들여보내 왜 이런 일을 만들어요”, “다 타버렸어. 손 한 번 못 잡아보고. 불쌍해서 어떡해. 우리 공일이 불쌍해서”, “우리 아들 살려내”라며 오열했다.
운구 행렬이 영결식장 내부로 들어서자 동료 소방공무원들을 비롯한 조문객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기립해 성 소방교를 맞았다. 태극기에 쌓인 유해가 영전 너머로 안치된 후엔 국기에 대한 경례와 고인에 대한 묵념이 이어졌다.
전두표 김제소방서장은 단상에 올라 성 소방교의 약력을 보고했다. 전 서장은 “성 소방교는 화재 진압대원으로서 각종 재난 현장에서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했다”며 “고인께서 남긴 업적과 봉사 정신은 영원토록 소방의 역사와 함께 깊은 감동으로 119대원들의 가슴에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소방교는 이날 소방사에서 소방교로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소방교 임명장은 김관영 도지사, 옥조근정훈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추서했다.
한 차관은 대통령 조전을 대독하기도 했다. 조전을 통해 윤 대통령은 “슬픔에 잠겼을 유가족과 동료를 잃은 소방관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화재 현장에서 고립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불길로 뛰어든 고인의 정신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애도를 표했다.
김 도지사는 영결사를 통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그는 “고인은 임용된 지 1년도 안 된 소방관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소방관이 되길 소망했고 오랫동안 준비해 그 꿈을 이룬 만큼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남달랐다. 누구보다 먼저 앞장섰고 가장 늦게 나오곤 했다”며 “며칠 전 화재 앞에서도 고인의 선택은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사람이 있다는 말에 서슴없이 불 속으로 뛰어든 그 마음이 고맙고,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 두 번 다시 소방관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고 성공일 소방교를 추모하는 조사는 고인의 동기이자 같은 소방서 소속인 이정환 소방사가 낭독했다. 이 소방사가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붙잡고 천천히 입을 떼자 흐느끼던 유족들은 또다시 통곡을 쏟아냈다.
이 소방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좋은 봄날에 네가 곁에 없다니 실감이 나지 않고 믿고 싶지 않다. 우리 곁을 떠나버린 네가 너무나 야속하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만 난다”며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게 소방관의 책무라지만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이렇게 홀연히 떠날 줄은 몰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제 너를 내 옆에 있던 친구이자 동료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가슴에 묻으려 한다. 좋았던 기억과 아름다운 마음만 품고 이제 뜨겁지도, 어둡지도 않은 지금 있는 그곳에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길 바란다”고 했다.
힘겹게 울음을 삼키며 꿋꿋이 조사를 이어가던 이 소방사는 “아버님, 어머님 공일이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나의 소중한 동기 공일아. 그동안 고생 많았고 편히 쉬어. 사랑한다”고 말하며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조사 낭독 후엔 헌화와 분향이 시작됐다. 젊음과 열정, 곧은 성품으로 반짝이는 성 소방교의 눈빛이 고스란히 담긴 영정 앞에서 조문객들은 고인을 기리고 유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영결식장 밖에선 9명의 육군 용사가 고인을 위한 조총을 발사해 엄숙함을 더했다.
성 소방교의 유해는 화장 후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무척 어색한, 만 스물아홉 젊은 새내기 소방관은 그렇게 대한민국의 영웅들과 함께 영면에 들었다.
2023년 3월 6일, 악몽 같던 그날
3월 6일 오후 8시 33분께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한 목조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금평저수지에 면해 그림 같은 풍경으로 많은 행인의 부러움을 사던 이 주택은 순식간에 매서운 불길에 휩싸였다. 거주자가 주택 창고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던 중 발생한 불이 창고 지붕을 타고 확산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주택엔 70대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금산119안전센터 대원들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고 성공일 소방교도 함께였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거주자 부부 중 아내는 다행히 이미 밖으로 대피한 상태였다.
대원들은 신속하게 화재 진압을 준비했다. 그때 대피한 아내가 “집 안에 아직 사람이 있다”고 다급하게 외쳤다. 이를 들은 성 소방교는 망설임 없이 인명 구조를 위해 곧장 집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커진 불길에 성 소방교는 끝내 빠져나올 수 없었다.
소방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26대와 인력 90여 명을 투입해 화재 진압과 동시에 주택 내 인명 수색에 돌입했다. 하지만 불이 너무 거세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던 거로 알려진다.
불은 발생 1시간 20여 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구조대상자와 성 소방교는 불이 꺼진 집 안 화장실 문 앞과 거실에서 각각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소방공무원임을 자랑스러워하던 고 성공일 소방교
고 성공일 소방교는 1993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2018년 2월 우석대학교 소방안전학과를 졸업했다.
소방 관련 학문을 전공하며 자연스레 소방공무원의 꿈을 키우던 그는 세 번의 낙방 끝에 간절히 바라던 합격 소식을 들었다.
힘든 소방학교 교육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고 당당히 소방공무원으로 거듭난 그는 2022년 5월 4일 전북 김제소방서 금산119안전센터에서 소방관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간절히 바라왔던 꿈이었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었고 성실했다.
성 소방교의 순직 소식에 동료들은 큰 슬픔에 휩싸였다. 동료들은 그를 매사에 최선을 다하던 총명하고 열정적인 사람으로 기억한다. 성 소방교는 특히 인명 구조 현장에서 늘 남보다 앞장서 활동해 왔다.
성 소방교의 부모는 그를 “착실하고 주관이 뚜렷한 아들이었다. 특히 스스로 소방공무원임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고 회상했다.
30세 생일을 열흘 앞둔 채 안타깝게 순직한 성 소방교. 함께 사는 부모님과 여동생에게 자신의 생일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한 약속은 영영 지킬 수 없게 됐다. 그가 세상에 보여준 용기와 희생은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아프게 기억될 거다.
조사
-이정환 소방사
보고 싶은 나의 동기 공일아!
매섭게 추웠던 겨울이 이제 막 지나고 따뜻한 봄바람이 우리 곁에 다가오는 이렇게 좋은 봄날에 네가 곁에 없다니 실감이 나지 않고 믿고 싶지 않구나.
지난해 1월 광주소방학교 신임교육과정에서 우리는 동기로 처음 만났지. 그때 총명하고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하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어떤 교육이든 최선을 다해 받으며 한 사람의 소방관으로 임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던 나의 동기 공일아!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버린 네가 너무나 야속하고 주체할 수 없어 눈물만 나는구나.
여행을 좋아했던 공일아! 소방학교 교육 중에 갔던 영광 불갑사에 핀 꽃을 다시 한번 보자고 약속한 일 년이 곧 다가오는데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매사 최선을 다해 살아가던 공일아. 최근에 넌 더 나은 소방관이 되기 위해 소방 훈련도 승진 공부도 열심히 하며 지냈지. 그런 너는 어디 있니…. 어디로 간 거니….
앞으로도 해야만 하는 많은 일을 남겨놓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소방의 명예를 더욱 빛낼 이 중요한 시기에 너는 어디로 떠났니….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게 소방관의 책무라지만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이렇게 홀연히 떠날 줄 몰랐어. 공일아! 불러도 대답 없는 내 동기 공일아!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생전 너의 업적을 기리고 있는데 너는 아무런 대답도 표정도 없이 싸늘하게 누워만 있구나. 말없이 떠나간 너를 미워도 해보고 떨치고도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한없이 작게만 느껴져.
동료로서 함께하지 못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외롭게 혼자 남겨둬서 미안하다. 왜 이러한 모습으로 만나야 했는지. 왜 우리는 비통한 심정으로 너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건지 너무 한스럽고 가슴이 메어 온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너의 모습을 가슴에 묻고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보고 싶다 공일아. 함께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 오늘 너를 보내러 온 수많은 사람 앞에서 약속할게. 화재 현장에서 보여줬던 너의 고귀한 소방 정신을 남아있는 우리들이 영원히 가슴에 새기며 이어가도록 할게.
나의 동기 공일아! 이제 너를 내 옆에 있던 친구이자 동료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가슴에 묻으려 한다. 좋았던 기억과 아름다운 마음만 품고 이제 뜨겁지도 어둡지도 않은 지금 있는 그곳에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길 바란다.
아버님, 어머님 공일이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나의 소중한 동기 공일아 그동안 고생 많았고 편히 쉬어 사랑한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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