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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119] #3 500㎞를 달려간 소방관
광주소방학교 이태영   |   2023.04.20 [10:00]

<광주 북부소방서 김관호 소방령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김관호 소방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던 중 낯익은 번호가 표시된 전화 한 통이 휴대전화 화면 위로 반짝거린다.

 

“팀장님, 지금 강원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강원도 소방력만으로는 진화가 어렵다고 하네요. 소방청에서 전국 소방본부에 소방력을 지원 요청한 상태입니다. 지금 사무실로 나오셔야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관호 소방관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은 뒤 서둘러 집을 나섰다.

 

광주광역시청 17층에 위치한 119종합상황실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고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강원도로 출발할 소방력 편성을 마쳤다. 소방차와 소방관들이 속속 광주광역시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4월이라지만 짙은 어둠 속에 깔린 차가운 공기에 몸도 마음도 스산했다. 하지만 소방차 경광등에서 내뿜는 시뻘건 불빛을 바라보면서 김관호 소방관은 왠지 모를 뜨거운 기운이 올라왔다.

 

“여러분, 뉴스를 통해 보셨겠지만 지금 강원도에선 인근 마을까지 집어삼킬 정도의 대형 산불이 났습니다. 우리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입니다. 먼저 출발 전에 소방차 탱크에 있는 물은 1/3만 남기고 모두 빼주십시오”

 

김관호 소방관의 첫 번째 지시는 ‘소방차 물을 빼라’였다. 물을 가득 채운 상태로는 광주에서 500㎞나 떨어진 강원도까지 신속한 이동과 급정거 등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 물을 다 뺐으면 출발하겠습니다”

 

소방차 선두에 선 김관호 소방관은 새벽 시간 발생할 수 있는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출동 차량과 실시간으로 무전을 주고받으며 쉼 없이 달렸다.

 

달이 뜬 밤에 출발해 붉은 해가 뜬 아침에서야 강원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려 7시간 만이었다.

 

“팀장님, 도로 옆으로 쭉 늘어선 불길에 자욱한 연기까지… 불구덩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네요”

“그러게. 지옥이라고 해도 믿겠어”

 

소방차 옆으로는 온몸이 까맣게 그을린 상태로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고라니와 이름 모를 야생 동물들이 초점을 잃은 듯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광주에서 출동한 소방관들이 자원집결지인 속초의 한 대학에 도착하자 강원도 억양이 강한 강원본부 소속 담당자가 반겼다.

 

“강원도까지 먼길 고생하셨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인사는 생략하고 광주본부는 마을 쪽으로 불길이 확산되고 있는… 이쪽 지역을 맡아주시고 또 아직 잔불 정리가 안 된 곳이 있는데 그쪽으로도 소방력을 투입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자! 대원들 팀을 나눠 각자 지정된 곳으로 이동해서 진화작업 진행하시고 강원도는 산악지형이 험준해 무전이 안 터질 거예요. 단체 메신저방을 만들테니까 특이사항은 이곳으로도 알려주세요”

 

소방관들은 험준한 산악지역을 오르내리며 진화작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전날 비좁은 소방차 안에서 쉬지도 못한 채 500㎞를 달린 소방관들의 체력은 여느 때와는 사뭇 달랐다. 금세 체력이 바닥났다. 그런데 그때 낯익은 소방관들이 속속 도착했다.

 

교대근무자가 없는 진화작업은 소방관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김관호 소방관이 강원도 도착 몇 시간 전 추가인력을 광주본부에 요청했기에 가능했다. 오랜 현장 경험에서 나온 베테랑다운 면모였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한 통의 전화가 울린다.

 

“강원도 산불 지휘본부입니다. 현재 불길이 잡혀서 광주 소방력은 귀소하셔도 되겠습니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24시간 동안의 강원도 산불 진화작업은 끝이 났다.

 

“팀장님, 이거 보셨습니까?”

 

함께 현장을 누볐던 동료 소방관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며 뉴스에 달린 댓글을 하나씩 읽어나갔다.

 

“이게 나라다. 소방관 만세” 

“소방관님 정말 고맙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소방차를 보면서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소방관을 응원하는 댓글에 그간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책임감도 가시는 듯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현장을 진두지휘한 김관호 소방관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2019년 4월 건조한 날씨 속 태풍급 강풍까지 불면서 속수무책으로 번져나간 강원도 산불은 자칫 사상 초유의 대형 산불로 확대될 위기를 맞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전국의 모든 소방관과 관계기관 간의 공조체계 덕분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광주소방학교_ 이태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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