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 사기로 인해 피해를 본 임차인이 많아지면서 임대차계약에서 발생하는 피해 사례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 사건은 정부가 나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거액의 보증금을 지급해야 하는 특성상 임대차계약의 위험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주의를 필요로 하는데 이번 호에서는 임대차계약에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우선 살펴야 할 ‘계약을 체결하면 안되는 집’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기부)에 현재 소유자를 상대로 ‘가압류나 압류’ 등이 있었던 흔적이 있거나 ‘임차권등기’가 됐던 흔적이 있는 집
등기부에 일단 어떤 기재가 이뤄지면 흔적이 깔끔하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과거에 가압류나 압류가 됐다가 현재는 가압류나 압류가 말소됐더라도 가압류나 압류가 됐다는 기재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말소됐다는 취지로 추가 기재가 이뤄집니다.
따라서 임차인으로서는 현재 소유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이후 가압류나 압류가 있었던 흔적이 발견된다면 현재 소유자가 법률적인 분쟁을 자주 겪는 사람입니다. 내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거주하는 동안에도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만 제대로 받아둔다면 그 이후에 가압류나 압류가 되더라도 임차인에게는 우선변제권이 인정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더라도 보증금을 즉시 반환받기 어렵고 경매절차를 통해 우선변제를 받아야 하므로 오랜 시간 고생하게 됩니다.
또 현재 소유자가 건물을 취득한 후 ‘임차권등기’가 됐던 집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아 임차인과 사이에 분쟁이 있었던 집이라는 뜻이므로 될 수 있으면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신탁등기’가 이뤄진 집
신탁등기는 법률 전문가이거나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통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공인중개사가 성실하게 신탁등기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아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신탁등기가 된 집의 등기부를 살피면 이런 식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이때 중개사무소 등에 집을 보러 가면 “김개똥 씨의 집인데 신탁으로 맡겨놨을 뿐이어서 계약은 김개똥 씨와 체결하면 된다. 수탁자인 000신탁회사의 동의서를 받아드리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듣게 됩니다.
이 말은 약간의 사실과 많은 거짓이 포함돼 있습니다.
우선 신탁된 부동산의 경우 신탁자인 김개똥과의 사이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수탁자인 000신탁회사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건 사실입니다. 이 경우 임대차계약으로 인한 법률관계는 임차인과 임대인인 김개똥 사이에서만 발생하고 수탁자인 000신탁회사는 임차인에 대해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주거용 건물의 신탁은 그것도 임대 용도로 쓰려는 건물은 대부분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합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게 아니라 신탁계약을 체결한 후 우선수익자로 그 금융기관을 지정해두는 겁니다.
따라서 신탁자(임대인)가 빌린 돈에 대한 이자 등을 제대로 갚지 못하면 건물이 공매로 팔리게 됩니다. 공매로 나온 건물, 즉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거주하는 그 건물을 매수한 매수인은 임차인에 대해서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또 공매에서의 건물 매매대금은 우선수익자인 금융기관에서 대부분 챙겨가기 때문에 임차인에게 남는 건 거의 없습니다. 사실상 보증금 전액을 날리게 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신탁된 부동산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건 근저당권이 잔뜩 설정된 집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집값이 5억원인데 4억5천만원짜리 근저당권이 설정된 집에 4억원짜리 전세를 들어갈 사람은 없겠죠? 신탁된 부동산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건 이런 행동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의 다른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임대인 대부분은 다른 재산이 없고 있더라도 보증금 전액을 돌려줄 만큼의 여력은 없습니다.
따라서 신탁된 부동산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일은 절대로 피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다가구 주택
다가구, 다세대, 연립 등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는 여러 분류가 있지만 중요한 건 다가구 주택입니다. 다세대, 연립과 구분해두는 이유는 건축법상 단독주택, 즉 등기부가 1개만 존재하는 게 다가구 주택이기 때문입니다.
다세대, 연립, 아파트 등은 공동주택으로 호실별 등기부가 존재하며 소유자가 호실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가구 주택은 호실이 몇 개든 1개의 등기부만 존재하고 당연히 소유자도 건물 전체에 대해 하나만 존재합니다(공유관계이기 때문에 수인의 소유자가 있는 경우도 있으나 호실별로 소유자가 다를 순 없다는 말입니다).
이렇듯 다가구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과거 거래가격을 파악할 수 없어 적정한 전세금이 얼마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또 모든 임차인의 보증금이 그 건물 전체로 담보돼 다른 임차인들의 보증금 규모를 알지 못하면 내가 이 건물에 들어갔다가 잘못됐을 때 보증금을 확실하게 반환받을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어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건물 전체 시세가 10억원인 다가구 주택이 있습니다. 채권최고액 3억원인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습니다. 호실 수는 8개고 7개 호실에 이미 보증금 1억원, 월 차임 40만원으로 한 임대차계약이 체결돼 있습니다.
이런 정보가 모두 공개된 상태라면 이 집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진 않을 겁니다. 선순위 근저당권 3억원,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7억원만 하더라도 이미 10억원이 돼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내가 돌려받을 보증금이 없다는 걸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근저당권이야 등기부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다른 호실의 임대차계약 관계는 등기부에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다가구 주택에서의 임대차 피해 사례를 보면 임대인이 다른 호실의 임대차계약 정보를 아예 공개하지 않거나 허위 내용을 제공하는 때도 있습니다.
위 예시에서의 다른 7개 호실 임대차 정보를 보증금 5천만원에 월 차임 40만원이라고 허위로 고지한 후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내 보증금 중 상당 부분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다가구 주택의 임대차계약에서는 임차인이 예측하지 못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보증금을 거액으로 책정한 임대차계약은 될 수 있으면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한국은 유독 임대차계약에서 보증금의 액수가 높게 책정돼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임차인들은 늘 보증금의 반환에 대해 우려를 할 수밖에 없고 현행법상 임차인이 100% 안전을 보장받을 수도 없습니다. 다만 임대차계약의 체결에 앞서 조금이라도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꼭 피해야 할 집을 짚어봤습니다.
법무법인 어진_ 하동권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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