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오는 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소방조직에도 90년대생이 밀려오고 있다. 소방공무원 2만명 충원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90년대생 이후 출생자들의 소방공무원 입직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2022년 4월 기준 90년대생 이후 출생자는 1만9860명이다. 전체 소방공무원의 31%로 10명 중 3명은 90년대생 이후 출생자인 셈이다.
이들이 소방조직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세대 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충돌 아닌 충돌이 생기고 있다. 이는 소방조직만의 문제도, 어제오늘의 문제도 아니다. 세대 간 갈등은 늘 존재했다.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X세대. “뭐라 정의할 용어가 없다”는 뜻에서 X라는 알파벳을 붙였다. 그들은 구속이나 관념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뜻대로 행동했다. 어디로 튈지 몰라 럭비공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랬던 그들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버릇없다”, “개인주의가 심하고 이기적이다”, “협동심과 인내심이 없다”고 다그친다. MZ세대는 그들을 소위 ‘꼰대’라며 비하한다. 나보단 ‘우리’가 중심이던 사회 전반적인 흐름이 ‘나’, ‘개인’으로 바뀌면서 생긴 생각 차이가 아닐까. 그리고 지금의 MZ세대는 시간이 흘러 기성세대가 됐을 때 후배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119플러스>가 창간 3주년을 맞아 특별한 기획을 준비했다. 90년대생 이후 출생한 소방공무원 10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세대 간 이해의 장을 마련하고 싶은 작은 기대에서 시작된 일이다. 이들의 보직과 성별 등 특징은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추적해 괴롭힐 일은 없겠지만…(아니다. 가능성이 있다. 꼰대라면…).
맞고 틀린 건 없다. 그저 생각이 다를 뿐이다. 글을 읽기 전 준비할 게 있다. 이들을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이다. 그럼 이제 90년대생 소방공무원의 마음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A: 1990년생, 2016년 임용 B: 1993년생, 2021년 임용 C: 1993년생, 2019년 임용 D: 1993년생, 2018년 임용 E: 1994년생, 2019년 임용 F: 1993년생, 2020년 임용 G: 1992년생, 2020년 임용 H: 1994년생, 2020년 임용 I: 1993년생, 2022년 임용 J: 1995년생, 2019년 임용 |
그들은 인생에서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길까
A: 행복하게 사는 것. 내 자유권을 침해당하지 않는 것.
B: 직장과 가정, 취미 등 어디 하나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중요.
C: 화합 아닐까? 우리네 인생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다. 사람 간 화합이 안 되면 그 인생은 완성되지 않은 거로 생각한다.
D: ‘뜻’을 알아가는 거다. 뜻이 없다면 인생은 표류하는 배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르게 태어났다. 각자의 인생마다 고유한 뜻이 있다고 믿는다. 인생을 향한 뜻을 알아야 그 인생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뜻’이다.
E: 건강. 사실 요즘 건강이 좋지 않다. 건강할 땐 몰랐는데 아픈 곳이 생기니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일이 잘 안 된다. 가족도 걱정한다.
F: 가족과 주변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행복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G: 공정과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거다. 침묵은 곧 동조다. 이 두 가지는 은퇴하는 순간까지 갖고 갈 거다.
H: ‘실천하며 후회하지 않기’, ‘후회할 것 같으면 일단 해보고 후회하기’다. 난 겁이 많고 자신감도 별로 없다. 그래서 뭔가를 할 때 항상 금방 쉽게 포기했다. 하지만 작은 용기만 있었다면 기회를 잡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생각이 떠오르면 행동한다. 또 행동하기 전에 생각한다.
I: 가치관이다. 가치관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역경이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생각한다.
J: 행복이다. 난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사람을 도와주는 이 직업을 선택했다. 다른 사람들도 본인이 생각하는 행복을 찾아 직업을 선택하고 미래를 계획하길 바란다.
그들은 왜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었나
A: 7살 때부터 장래희망이었다. 고등학생이 돼 진로를 정할 때 직장에서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결정하게 됐다.
B: 평소 체력에 자신이 있었고 소방공무원이 남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C: 진로에 관해 방황하던 시절, 소방공무원이었던 친한 친구가 불을 끄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다. 멋있어 보였다.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의미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에 직업으로 선택했다.
D: 친한 친구로부터 나의 성격과 자질이 소방공무원에 어울린단 얘기를 들었다. 와닿아서 소방공무원이 되기로 했다.
E: 어릴 적 뉴스에 나오는 소방공무원이 멋있어 보였다.
F: 몇 년 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란 단어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란 뜻이다. 사춘기 때부터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까란 애늙은이 같은 고민을 했다. 적당한 겉멋과 퍼포먼스를 갈망했다. 소방공무원이 제격이란 생각에 선택했다.
G: 어느 누군가의 TV 속 인터뷰처럼 큰 사명감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졸업하고 사회에 막 던져졌을 때, 하고 싶은 게 딱히 없었다.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참 많았는데 그 고민의 끝은 의미 있는 삶, 선한 영향력이었다. 단순한 삶을 살아가는 것보단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 마음이 모인 곳이 소방공무원이었다.
H: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대신하고 싶었다.
I: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보수가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야 했다. 운동이 취미여서 적성을 살릴 수 있고 봉사하는 삶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소방공무원은 스스로 건강한 가치관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선택했다.
J: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직업이라 그런 일이라면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방공무원이 된 지금, 그들이 상상하던 그 조직과 같을까
같은 모습: A, B, F, I, J
다른 모습: C, D, E, G, H
그들은 어떤 모습에서 다름을 느끼나
C: 최근 동료들의 순직 사고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 국민이 보기엔 든든한 영웅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우리 소방관도 나약한 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제복의 힘과 곁에 있는 동료들의 화합으로 위험 현장에서도 영웅처럼 빛나는 것 같다.
D: 단순히 불만 끄는 직업인 줄 알았다. 그리고 다 몸이 좋은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론 배 나온 아저씨들이 많았고 외모가 다양했다. 성격이나 가치관, 각자 잘하는 분야도 전부 달랐다.
E: 들어오기 전 내가 생각한 소방공무원은 모두 자기 맡은 일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힘든 일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조직에 들어와 경험하니 소방공무원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좋은 분도 계시지만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직원도 있다. 물론 좋은 분들이 더 많다.
G: 수험생 때 생각한 소방공무원은 모두 열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 열정이 있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들로 가득할 줄만 알았다. 그러나 모두가 그러진 않았다. 일반 회사에서도 자신의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가늘고 길게 조용히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소방조직도 마찬가지다. 소방서라는 회사에 출근하는 월급쟁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H: 처음엔 막연히 불 끄는 일, 위급한 상황에 구급대가 출동해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일하면서 행정업무와 기타 생활안전출동, 구조출동 등 다양한 업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역시나 사람과 인간성의 다양성은 존재하기에 ‘사회생활’ 또한 필요하단 걸 느꼈다.
그들은 선배와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생각 차이를 느낄까
A: 우린 규정을, 선배들은 경험과 요령을 중요하게 생각한다(선배들은 규정이 없던 시절 경험과 요령으로 해결해 왔으니까). 장비 오염이나 청결 관리에 비교적 무관심한 경우도 많다.
B: 선배들은 방화복이나 안전장비들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여러 분야를 다 맡아서 하셨다. 반면 요즘은 장비와 인력이 충분하지만 “업무가 많다”, “힘들다”고 하는 관점이 조금 다른 것 같다.
C: 모든 선배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기성 선배들의 불합리한 관행이 가장 큰 차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시스템으로 돼 있는 걸 굳이 종이 문서로 한다든지, 불필요한 사무가 과하게 많지만 이런 것들을 바꾸지 않는 점 등 예전 관행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D: 선배들과 달리 우린 공동체보다 개인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E: 흔히 말하는 ‘꼰대’ 기질이 있다. 꼰대의 의미가 너무 방대하지만 대표적으로 식사 순서나 휴식의 자율성, 의사결정의 참여권, 언행에 대한 간섭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F: 계급사회다 보니 너무 조심하는 것 같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소문이 빠르고 한 번 잘못 소문나면 타서로 인사이동을 가도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그래서인지 선배들에게 복종하고 어려워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다.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공문과 지시를 아무 말 없이 따르는 선배를 볼 때 답답함을 느낀다.
G: 개인보단 단체를 중요시하는 성향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어떤 선배는 근무시간이 아닌데도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한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업무 연락을 받으면 마치 초과근무를 하는 느낌이 들곤 한다.
하지만 선배와 후배라는 계급적 위계가 존재하기에 말을 아끼며 어쩔 수 없이 다 답변하려는 편이다.
H: 몇몇 선배들은 새로운 장비를 사면 “그걸 왜 돈 주고 사! 라떼는 비닐장갑, 목장갑 끼고! 우비 덮고! 다 했어!”하시는 분들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을 버티며 고효율을 내는 더 좋은 장비가 있다면 널리 퍼트려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게 좋은 거 아니겠나.
I: 우리 세대는 결혼과 출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또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한다. 그렇지만 선배 생각은 달랐다. 소방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 우린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는 게 아닌 적당한 대가를 받고 일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크다.
J: 요즘 세대가 자신의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그들은 언제 선배들이 꼰대 같을까
A: 본인 지시를 이행하고 있는데 더 높은 상급자가 이에 대해 질책하면 모른 척하고 부하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할 때, 현장 대응을 공부하지 않고 실력도 없으면서 현장에서 자신의 적은 경험에 의한 무지한 판단으로 직원들을 위험에 빠트릴 때, 무분별하고 잦은 회식 강요와 회식 내내 대화가 아닌 도움 안 되는 본인 얘기만 애국가처럼 반복할 때, 인격모독, 성 관련 발언, 습관적인 욕설, 감정 조절 못 하고 소리 지르는 등 지금 사회에서 하면 큰 물의가 될 만한 행동들을 아무렇지 않게 할 때(한 마디로 교양 없어 보일 때).
B: 잘 모르는 걸 가르쳐 주는 것 없이 무작정 이것도 모르냐고 면박 주거나 화를 낼 때.
C: 우리 세대는 전자기기 사용에 능하지만 기성 선배들은 사용을 어려워하는 분이 많다. 나도 바쁜데 이것 좀 와서 보라고 하실 때 꼰대 같다. 본인 휴가 때 당연히 보강근무 들어올 거로 생각하면서 내 휴가 인원보충 부탁드리면 거절할 때도 마찬가지다.
D: 본인이 잘하는 만큼 내가 해내기를 바랄 때, 업무 외 시간에도 업무에 대해 생각하길 바랄 때, 내 감정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E: 선배들은 쉬고 싶을 때 쉬면서 나와 내 동기들에게 휴식에 대해 제약을 두며 “~시 이후에 들어가서 쉬어” 혹은 “왜 벌써 들어가서 쉬는거냐(늦은 시간인데도ㅠㅠ)”라는 말을 들을 때.
F: 출근해서 아무것도 안 하는 주임님(사기업이었으면 일을 너무 안 해서 짤려도 할 말 없는 사람들)을 볼 때, 본인 개인보호장비를 차에 실어 달라고 할 때.
G: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데 “다 한 때고 나도 너처럼 해봤는데 부질없다. 그럴 시간에 자든가 쉬어라”고 말하는 선배들을 볼 때(노력하는 후배에게 해줄 말이 부질없다는 저주라니).
H: 야간 소내 근무 때 본인 캠핑 가야 한다고 캠핑용품과 장작을 알아봐 달라며 4시간 동안 붙잡아 놓고서 열심히 알아봤더니 정작 본인이 생각한 제품을 결제했을 때. 정말 잊을 수 없다.
I: 말에 일관성이 없을 때, 자신에게만 관대할 때.
J: 꼰대라고 느낀 적은 없다. 소방은 계급이 존재하는 조직이다. 내 생각과 달라도 선배의 지시를 따르는 게 당연하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안전을 최우선해야 하므로 이런 조직 분위기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우린 같은 소방공무원이구나’란 동질감을 느끼는 순간은
ALL: 현장 활동 시 손발이 척척 맞을 때, 귀소한 후 서로 고생했다고 격려하며 함께 웃을 때.
그들은 선배 소방관들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A: 함께 운동하거나 공통 주제를 찾아 대화한다. 업무나 현장 대응 스킬과 관련해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가르침을 구하기도 한다.
B: 나이 있으신 선배들은 요즘 세대들 단어를 잘 몰라 가르쳐 드리면서 얘기를 많이 한다. 사무실에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한다.
C: 소방조직엔 부모님 세대분들이 정말 많이 계신다. 이분들도 누군가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내 부모님 대하듯 편하게, 때론 공경하며 지낸다.
D: 최대한 진심을 담아 인사를 한다. 나의 어떤 한 부분을 좋아해 주시면 그 점을 더 부각해 행동한다.
E: 출동 후 선배들을 위해 맛있는 라면을 준비한다(물론 내가 너무 먹고 싶어서 끓이곤 하지만^^).
F: 확실히 운동을 좋아하는 선배들이 많아 땀 한 바가지 함께 흘리고 샤워하면 금방 친해진다.
G: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이다. 사실 대화라기보단 들어준다는 표현이 맞다. 대부분 자신이 얼마나 용맹스러웠는지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자신이 겪었던 실수를 겸손하게 말씀해주시는 선배도 있다.
H: 새로운 장비나 정보를 입수하면 자료나 재료들을 미리 준비해 선배님들에게 같이 알아가 보자면서 너스레를 떤다.
I: 업무 중 실수하면 개인적으로 찾아가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개선 의지를 보여 갈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J: 난 선배와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 일하면서 내가 모르는 부분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작은 팁들은 소방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소방조직 발전을 위한 그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A: 연차가 쌓여 자동으로 현장지휘관이 되는 게 아닌 실질적인 자격(화재, 구조, 지휘관 인증자격 등)을 취득한 사람만 현장지휘관이 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B: 단순히 보고나 실적만을 위한 행정업무가 아닌 꼭 필요한 업무만 했으면 좋겠다. 불필요한 출동과 파견 자제도 필요하다.
C: 세대 간 생각 차이가 좁혀져야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합리한 관행들을 바꾸려 하지 않는 부분이 변화해야 한다.
D: 동료끼리 공감이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는 게 필요하다. 또 “막내니까 당연히 해야지”가 아닌 “선배니까 내가 직접 보여줄게”라는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 소방인력이 늘어야 한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인력이 결코 적은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같은 변수가 또 언제 생길지 모른다. 소방공무원의 더 나은 복지를 위해 하루빨리 경찰과 같은 4교대 체계가 완성됐으면 한다.
F: 우린 행정직 공무원이 아니다. 불필요한 행정업무가 너무 많다. 조직 특성상 성과를 내기 힘든 조직인데도 성과를 내려 한다. 그로 인해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고 피로감은 쌓인다. 이는 소방서비스를 저하시켜 시민에게도 좋지 않다. 이런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
G: 새내기 소방관에게도 발언권이 있어야 조직이 변화할 수 있다. 새로운 걸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KFI인증이 없는 제품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에 품질 좋은 소방장비가 많은데 단지 KFI인증이 없다는 이유로 보급이 안 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비를 들여 구매하는 동료도 있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더 좋은 장비를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
H: 선배님들의 따뜻한 라떼 한잔은 몇몇 선배님들께서 전통을 고수하고 새로운 방식이나 생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관행은 버리고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존재가 돼야 발전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코로나 시국에 영혼을 갈아 넣을 정도로 열심인 구급대 지원도 꼭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소방산업기술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물론 KFI도 훌륭한 기준점임엔 틀림없으나 아이폰 13이 있는데 굳이 갤럭시2를 사용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I: 최근 소방공무원 신분이 국가직으로 전환되고 노조가 설립되는 등 발전의 갈림길에 섰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J: 소방이 좀 더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최근 코로나19로 현장 대원들이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매체를 통해 알려져 소방활동을 하는 데 좀 더 편한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그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나.
A: 한국 소방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루는 소방관, 후배 없이 선배와 동료만 있는 소방관, 끝없이 새로운 걸 배우고 적응하는 소방관.
B: 멋진 소방관에서 그치지 않고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직장과 개인의 삶 모두 최선을 다하고 싶다.
C: 소방관이란 직업을 선택한 만큼 국민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야겠지만 제일 가까운 가족에게도 봉사할 수 있는 평범하고 행복한 가장이 꿈이다.
D: 유일무이하게 만들어진 ‘나’라는 사람을 진정으로 알아가는 것. 그리고 내 경험과 사랑의 마음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것. 모든 게 완벽한 사람이 되기보다 나다운 게 뭔지 알면서 사는 삶.
E: 내가 어릴 적 이름 모를 소방관의 모습에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한 것처럼 나 또한 그런 멋진 소방관이 되고 싶다. 직업적으로는 멋진 소방관으로 살아가고 개인적으론 부끄럼 없이 떳떳한 삶을 살아가야지.
F: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선배가 되고 싶다. 이 짧은 한마디에 많은 게 담겼다. 선배들에게 비위 맞춰주고 말 잘 듣고 예의 있게 하면 쉽게 인정받고 무난하게 생활할 수 있다. 그러나 후배들은 아니다. 후배들은 다 지켜보면서 뒤에서 날 평가한다. 선배들에게 인정받는 건 쉽지만 후배에게 인정받는 건 어렵다. 나 또한 같이 근무하면서 조금이라도 얻어가고 싶고, 정말 소방관답다고 느껴지는 선배는 몇 없다. 업무와 생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선배는 1%에 불과하다. 그런 선배는 같이 근무하면 복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빼먹어야 한다. 나중에 후배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했음 좋겠다. 물론 내가 정말 잘해야겠지만….
G: 요즘 즐겨보는 만화에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언제나 ‘배운다’라는 개념에 거부감이 없어야 합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H: 스스로 떳떳하게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후배들이 나를 봤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끝없이 나아가 정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제일 많이 듣는 소리가 “내가 낸 세금으로 일하면서”일 거다. 맞다. 좋게 해석하자면 국민 모두에게 지원받으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공무를 이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내가 맡은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 부끄럽지 않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다.
I: 아직 구체적인 미래를 그려본 적은 없다. 다만 눈 앞에 주어진 과제를 해내고 목표를 이뤄내는 과정을 통해 더 성장해 있을 거라는 건 확신할 수 있다.
J: 소방은 다른 회사와 다르게 동료들이 서로 챙겨주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다. 처음 임용됐을 때부터 그런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나중에 10년, 20년차가 됐을 때 새로 들어오는 신입 직원들도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고 도와주는 선배 소방관이 되고 싶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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