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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송수관 방수구 점유… ‘직하층 vs 화점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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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소방서 박지수
기사입력 2021-01-20

최근 몇 달 사이 국내 소방에서 연결송수관 활용 진압 활동에 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걸 알 수 있었다. 2020년 소방정책컨퍼런스에서 대상을 받은 인천서부소방서는 연결송수관 배관이 타 소화설비와 겸용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연결송수관설비 활용 실패사례를 분석했다. 수리적 계산을 근거로 화재안전기준 과 현장 활동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서울 성북소방서 재난관리과에선 아파트 화재대응 소방전술 개발을 위해 수차례 실제 훈련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옥내소화전, 연결송수관 활용, 직접수관 전개를 비교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고 실제 화재현장에 적용될만한 전술을 내놨다.

이번 호에서는 ‘화점 직하층’ 연결송수관 방수구 점유의 개념을 좀 더 구체화해 앞선 연구와 함께 현장에서 전술적인 상황판단을 내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한다.


 

연결송수관 활용 전술에는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화점 직하층’ 점유다. 화점 직하층 점유 전술의 기원을 정확히 알긴 어려웠지만 리서치를 통해 적어도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부터 강조됐던 걸 확인할 수 있었다.

 

1990년대 뉴욕에선 Wind Driven Fire1)라는 이상연소 현상이 발생한 현장에서 여러 차례 순직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미국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NIOSH,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는 1998년 뉴욕 Vandalia Avenue의 사고사례 분석과 문제점 도출, 개선책을 제시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선 몇 가지 개선책을 제안했고 그중 하나가 연결송수관 방수구 화점 직하층 연결이었다. 이후 뉴욕의 고층 건물화재진압 SOP에는 화점 직하층 연결이 강조돼 지금까지도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 [그림 1] 미국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 1999년 08년 2일 보고서2) (총 244ft에 달하는 긴 복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고층 건물에서 화점 직하층 연결 진압 활동 중 계단에서 피난하던 구조 대상자들이 굴뚝효과로 질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화점 직하층 연결의 활동상 문제점들이 지적되면서 직하층 점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렇게 피난과 진압이 충돌하는 지점에 대해선 국내에서 Eurofirefighter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영국의 Paul Grimwood(이하 Paul) 박사도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Paul 박사는 본인이 소속된 영국 Kent 지방에선 능동적인 위기 평가를 거쳐 대부분 화점층에 연결해 진압한다고 밝힌 바 있다.

 

Paul 박사는 영국 보건안전청(HSE)에서 발간하는 GRA(Generic Risk Assessment) 3.2(Fire fighting in high rise buildings)에 서술된 화점직하층 점유 관련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3)

 

위에 언급된 GRA 3.2 조항은 다음과 같다. “Branches should be supplied from the closest rising main outlet to the fire which has not been affected by fire or smoke. This will normally be from the floor below the fire floor or, if unavailable, from the nearest available outlet below that(화점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연기나 불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방수구로부터 물을 공급받아야 한다.

 

이런 방수구는 보통 화점층 바로 아래층이 된다. 바로 아래층이 어렵다면 그 아래 가능한 가까운 방수구를 찾는다)”라는 조항을 두고 “영국 보건 안전청이 항상 맞진 않는다”, “화점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연기나 불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방수구는 항상 화점 아래층인가?”, “‘연기나 불에 영향을 받지 않는’의 정의에 더 잘 맞는 건 일반적으로 화점층”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화점 직하층 점유 전술은 한국의 아파트 화재나 고층 건물화재에 어느 정도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

 

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15층 갓 복도식 아파트를 가정해보자. 90년대 아파트 건설 붐을 생각해볼 때 적어도 서울 각 처에 해당 아파트와 비슷한 상황의 아파트를 많이 볼 수 있을 거다. 이 아파트는 90년대 당시 16층 이상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에 따라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상태에서 일단 초기진압에 늦었다면 선착대의 초기진압이 더욱 중요해진다. 갓 복도식은 외기와 접해 있어 화점이 있는 격실 세대의 출입문 관리만 잘 된다면 내화구조인 아파트에서 급격한 연소확대가 발생하진 않을 거다. 직하층에서 연결송수관을 가져와야 할 만큼 이상연소 현상이 발생하지도 않을 거다.

 

최근 아파트 화재에서 작성된 소방활동검토회의 보고서를 보면 굳이 직하층에 연결하지 않고 진압 활동을 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현장 활동 문제점 중에는 계단으로 피난하는 사람들과 진압대원 사이에서 큰 혼잡함을 겪은 경우를 여러 차례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혼잡함에 이상연소 현상이나 돌발 사고들이 우연히 겹치게 되면 작게는 가벼운 안전사고에서 크게는 사상자 발생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2019년 선배님들께서 연결송수관 활용 진압에 관해 진행해 온 눈부신 실증적인 연구결과에 덧붙여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건물의 내부 구조와 현장상황에 대한 직관적이고 능동적인 위기 평가를 통해 연결송수관 연결층을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고층 오피스텔처럼 긴 복도형태라든지 갑작스러운 외기에 의한 이상연소 현상이 발생할 만한 상황에선 화점 직하층 연결을 고려할 수 있다. 반대로 화점층 연결이 충분히 가능한 현장에선 계단 보호 효과와 피난ㆍ진압의 충돌 지점을 최소화해주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다.

 

전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선착대의 원활한 초기작전 수행이 가능해지고 대원이 안전하면서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할 거다.

 


1) 복도가 긴 고층 건물 화점층에서 의도하거나 의도치 않은 개구부의 개방으로 갑작스러운 돌풍이 발생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화세가 급격히 발전하는 이상 연소 현상을 말한다. Wind Driven Fire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2008년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 실시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다(www.nist.gov/publications/fire-fighting-tactics-under-wind-driven-fire-conditions-7-story-building-experiments).

 

2) NIOSH-Three Fire Fighters Die in a 10-Story High-Rise Apartment Building-New York, August 2, 1999(www.cdc.gov/niosh/fire/pdfs/face9901.pdf)

 

3) High-rise Firefighting in the UK 2020 ‘Safe System of Work’-Senior Fire Safety Engineer Paul Grimwood ph.D, FIFireE(Kent Fire and Rescue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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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소방서_ 박지수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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