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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보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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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119특수구조단 방제웅
기사입력 2020-10-20

이번 호에서는 아주 위험하지만 우리가 종종 간과하게 되는 수중보의 위험성에 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익사기계(Drowning Machine)

수중보는 ‘익사기계(Drowning Machine)’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위험한 구조 현장입니다. 먼저 수중보가 왜 이렇게 불리게 됐는지를 확인해보려면 1975년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975년 9월 30일 미국의 세인트피터즈버그 타임스(현 탬파베이 타임스)에 기사 하나가 올라옵니다. 짤막한 내용이지만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는 비극적인 기사(뉴욕 빙햄턴에서 소방관 3명 익사)였습니다. 

 

▲ 당시 신문기사(주황색 박스, 구글 뉴스 발췌)

 

1975년 9월 중순 메이저급 제13호 태풍 엘로이즈(Eloise)가 미국을 강타했습니다. 이로 인해 서스쿼해나강의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했습니다. 9월 29일에는 빙햄턴 지역의 작은 수중보 인근에서 2명이 탄 보트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3명의 소방관이 구조보트 1척에 탑승해 출동합니다.

 

하지만 출동한 보트가 전복되면서 1명이 익사(Juhn Russell, 26)하고 나머지 2명의 소방관과 물에 빠졌던 구조대상자 2명은 물 밖으로 밀려 나와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다음 날(9월 30일) 익사한 동료 사체를 찾기 위해 소방서장(Juhn Cox, 55)과 2명의 소방관이 다시 보트를 타고 댐의 하류에서부터 접근했습니다.

 

보트가 댐으로 접근하자마자 역시 전복했고 탑승자들은 뒤집힌 보트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고가사다리차로 접근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실패합니다. 약 20분 후 보안관 2명이 탑승한 보트가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2명은 물속으로 사라진 상태였고 1명만이 와류 속에서 까딱거리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보트 역시 구조를 위해 접근하던 중 수중보의 힘에 의해 전복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보안관 2명과 소방관 1명은 물 밖으로 밀려 나와 구조됐으나 당일 출동한 소방관 2명(Juhn Cox, 55ㆍDonald McGeever, 53)을 포함 이틀간 총 3명의 소방관이 순직하는 비극적인 사고로 기록됐습니다. 

 

▲ 9월 30일 당시 촬영된 영상(Youtube)

수중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대원이라면 오른쪽 사진의 영상을 한 번 정도는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급류구조 과정에 참가한 분들에게 꼭 보여드리는 영상입니다. 이 영상을 보신 많은 분은 단순히 수중보 사고 영상으로 기억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상은 WICZ-TV에서 1975년 9월 30일 실제 출동을 촬영한 영상으로 9월 29일 최초 사고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상만 보셨던 분들은 “도대체 저길 왜 가지?” 하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을 겁니다. 유튜브에는 약 15분 정도의 영상이 올라와 있지만 실제 기록에 의하면 40분 정도의 긴 사투를 담은 영상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1979년 9월 Hennepin과 Wright 카운티 사이의 Crow 강에서 4명이 사망한 사고와 1964년 건설된 이후로 배수로에서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Red River의 Drayton 댐 등 미국 전역에서 수중보와 관련한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문제점과 대책

1980년대 Ohio Department of Natural Resources의 임원들은 2년 사이 빠르게 움직이는 물에서 구조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해당 주의 소방관과 경찰관 9명이 목숨을 잃었고 많은 사람이 다쳐왔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조사 결과 같은 형태의 사고가 다른 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위 사고사례에서 공통적인 문제점 중 하나가 당시까지는 대부분 선외기를 사용한 동력보트를 주로 활용했다는 겁니다. 이런 방식의 동력보트는 수중보 인근에서 발생하는 재순환에 휩쓸리는 경우 순식간에 동력을 잃을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물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수중보의 보일 라인(Boil line) 안쪽에서 재순환되는 물은 많은 기포를 머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라이프 자켓 부력을 절반까지 줄어들게 만들고 보트 등 선외기의 힘을 올바르게 발휘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 수중보에서 발생하는 현상(측면)

 

▲ 4-라인 보트를 활용한 수중보 구조 작전(DRI Swifter rescue Lv1. PPT 슬라이드 발췌)

Ohio DNR Division of Watercraft는 소방관과 적십자, 카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fast-water rescue의 문제점에 직면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Tag line buoy이며 이 외에도 보트를 지상에서 조종하는 2-/4-/하이-라인 보트 기술, 팽창시킨 소방호스 뻗어주기 등이 있습니다.

 

이 기술은 사람의 힘으로만 조종합니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강폭이 최대 90m 내외까지일 경우에는 적용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을 넘으면 인력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몇 년간 급류구조 교육을 진행해 본 제 경험으로는 실제 강폭의 한계선은 50m 정도까지라고 생각합니다.

 

▲ Lock and Dam Safety(U.S. ARMY CORPS OF ENGINEERS)

실제로 이 이상의 폭이 되면 대원들은 로프를 컨트롤하는 데 굉장한 어려움을 느낍니다. 강폭이 넓은 곳이라면 수중보에 접근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동력보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해외에서는 전문적인 보트 조종 코스를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국내 도입이 가장 시급한 교육 중 한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중보의 경우 가급적이면 접근하지 않는 게 가장 좋습니다. 미 육군 공병단(U.S. ARMY CORPS OF ENGINEERS)은 단순히 미국 군대의 한 부분이 아니라 과거부터 오랜 시간 토목ㆍ수자원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와 매뉴얼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수중보 경고판(미국)

이 중 Lock and Dam Safety라는 브로슈어에 수중보에서의 안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중 미시시피강에 대한 브로슈어에는 댐의 상류 600ft(약 180m), 하류 150ft(약 45m)를 접근금지 영역으로 설정합니다.

 

급류구조 교육에서 보통 수중보 하류의 보일 라인 안으로 진입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하지만 실제로는 이 브로슈어처럼 상류 쪽에서도 접근 제한구역을 설정하는 게 좋습니다.

 

수중보 인근에는 수중보의 위험성을 모르는 일반인에게 경고할 수 있는 위험 표지판 등을 설치해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 조치도 필요합니다. 

 

마치며

제가 근무하는 한강 수계 내 신곡 수중보에서는 2~3년에 한 번 이상 보트 전복 등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중 다행히 안전하게 구조된 경우도,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제가 근무하는 광나루 수난구조대는 잠실 수중보 상류 수계를 담당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항상 머릿속에는 ‘과연 수중보 투신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작전을 진행해야 좀 더 안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무서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8월 말부터 9월까지 계속해서 태풍이 올라왔고 여기저기서 많은 풍수해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 글이 앞으로 관내에 수중보가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소한 아래의 주의사항 정도는 반드시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중보의 고유한 위험성

 

ㆍ 일반적으로 댐의 양쪽 면(face) 모두 콘크리트로 된 받침으로 돼 있다. 만약 구조대상자가 이 구조물의 끝단에서 발버둥 치고 있을지라도 이 벽면을 기어 올라갈 만큼 충분한 힘을 갖고 있을 확률은 거의 없을 거다.

ㆍ 수력도약(Hydraulic jump)에 걸려 있는 나뭇가지나 각종 잔해물은 구조대상자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된다. 

ㆍ 수중보를 넘어오는 물은 유속으로 인해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이로 인해 생존시간이 줄어들 거다. 

ㆍ 마지막으로 라이프 자켓은 물에 섞여 있는 공기 방울들로 인해 부력의 약 1/3이 감소한다. 이로 인해 라이프 자켓을 입었다 할지라도 물 위에 떠 있는 게 어려울 거다.

 

<출처 Minnesota DNR pamphlet>

 

서울119특수구조단_ 방제웅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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