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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GNSS의 활용]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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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등산학교 남정권
기사입력 2020-10-20

산악구조를 할 때 구조대원에게는 높은 산행 능력이 요구된다. 산행 능력에는 체력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도 있지만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런 능력은 짧은 기간에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평소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번 달에는 지형도를 통해 산악 지형에서 길을 잘 찾는 훈련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산행 계획 세우기

산행 전 실내에서 지형도로 지형을 분석해 산행 계획을 세우는 것과 산행 후 다시 실내에서 지형도를 보고 산행을 분석하는 걸 인도어 클라이밍(Indoor Climbing)이라 한다. 이는 지도 이해 능력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인 동시에 안전 산행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지형도상에서 산행 계획을 세울 때 먼저 출발점부터 도착점까지 눈에 잘 띄는 색상의 펜으로 이동 코스를 그린다. 이때 지형도에 신뢰할 수 있는 등산로 표시가 없다면 사면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능선이나 계곡을 따라 이동 코스를 그리면 된다. 안부나 능선의 분기점, 계곡의 합류점을 통해 계곡에서 능선 또는 능선에서 계곡으로 옮겨가게 그린다.

 

그다음 계획한 코스에서 주요 지점들을 선정해 펜으로 표시한다. 여기서 주요 지점이란 길주의 지점과 체크포인트로 구분할 수 있다. ‘길주의’ 지점이란 길을 잘못 들기 쉬운 지점으로 능선의 분기점과 계곡의 합류점을 뜻한다. 올라갈 능선의 분기점에서는 길을 잘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에 [그림 1]과 같이 내려갈 능선의 분기점에만 ‘길주의’ 표시를 해 둔다.

 

마찬가지로 내려갈 계곡의 합류점에서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에 [그림 2]와 같이 올라갈 계곡의 합류점에만 ‘길주의’ 표시를 해 둔다. 길을 잘 잃어버리는 지점을 지도에서 찾을 수 있는 건 길 잃은 조난자를 수색할 때 유리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체크포인트는 내 위치를 파악할 때 사용되는 지점들로 다음 내용에서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 [그림 1] 내려갈 능선의 분기점

▲ [그림 2] 올라갈 계곡의 합류점

 

 

 

 

 

 

 

 

 

 

 

 

 

 

마지막으로 계획한 코스의 도상거리를 측정한다. 도상거리는 구조 시 체력적인 난이도와 소요시간을 예측하는 데 필수다. 지형의 높낮이가 고려되지 않은 평면상의 거리로 지도상에서 측정한 길이에 지도 축척의 역수를 곱하면 된다.

 

예를 들어 1/5000 축척의 지도상에서 1㎝는 1X5000=5000㎝이므로 50m가 되고 1/10000 축척의 지도상에서 1㎝는 1X10000=10000㎝이므로 100m가 된다. 1/25000 축척의 지도상에서 1㎝는 1X25000=25000㎝이므로 250m가 되고 1/50000 축척의 지도상에서 1㎝는 1X50000=50000㎝이므로 500m가 된다.

 

지도상의 이동 코스는 주로 곡선이므로 자로 그 거리를 측정하기 불편하다. 곡선계(Opisometer, Curvimeter, Mapmeter, Chartometer, Meilograph)를 이용하면 지도상에서 곡선의 코스 길이를 편리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 표시된 눈금을 통해 별도의 환산 없이 도상거리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비가 없다면 실을 이용해 지도상에서 곡선의 코스 길이를 측정한 후 실로 측정한 길이를 자에 견줘서 그 값을 파악한다. 그런 다음 다시 자로 측정한 값에 지도 축척의 역수를 곱해 도상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등고선들의 간격이 비교적 일정한 오르막 구간이나 내리막 구간에서 두 지점 간의 도상거리와 고도차를 스마트폰 앱(안드로이드 Right Angle Triangle Solver, 아이폰 Right Angle)에 입력하면 두 지점 간의 삼차원 거리(지형의 높낮이가 반영된 실제 거리)와 경사도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산길샘 앱이나 오룩스맵스(OruxMaps) 앱의 전자지도 위에 이동 코스를 트랙으로 그리면 도상거리는 물론 DEM(Digital Elevation Model)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도 속성이 부여돼 해당 트랙의 고도표(지형 단면도)를 볼 수 있다.

 

산길샘 앱이나 PC용 무료 프로그램인 GPS TrackMaker(www.trackmaker.com)에서는 해당 트랙의 삼차원 거리도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산악 지형에서 이렇게 삼차원 거리를 구하면 보통 도상거리보다 5% 정도 길게 나온다.

 

지형 대조를 통한 위치 파악

도심의 거리에서는 이정표나 도로 표지판을 통해 쉽게 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산중에서는 이런 이정표나 표지판이 많지 않아 내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산중에도 이정표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점형 지형지물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그림 3]과 같이 능선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에는 봉우리나 안부, 능선의 갈림길, 삼각점, 송전탑, 묘 등이 이정표의 역할을 한다. [그림 4]와 같이 계곡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에는 계곡의 합류점이나 다리, 폭포, 보 등이 이정표 역할을 한다.

 

산행 중 이런 점형 지형지물에 위치했을 때 해당 점형 지형지물이 지도에서 등고선 또는 기호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이해하고 있다면 그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제 내가 위치한 점형 지형지물의 위치를 지도에서 찾는 걸 지형 대조라 한다.

 

이때 사용되는 점형 지형지물은 체크포인트라 한다. [그림 3]의 1, 2번 체크포인트는 능선의 분기점이고 4, 6, 8번 체크포인트는 봉우리, 3, 5, 7번 체크포인트는 안부다. [그림 4]의 1, 2, 3, 4, 5, 6번 체크포인트는 계곡의 합류점이고 7번은 폭포다.

 

▲ [그림 3] 능선 위의 체크 포인트

▲ [그림 4] 계곡 상의 체크 포인트




 

 

 

 

 

 

 

 

지도에 표기된 기호의 의미는 지도의 범례에 설명돼 있다. 삼각점이나 송전탑, 다리, 보 등은 실제 현장에 존재하는 인공시설이므로 내 위치를 잃었다가 다시 지형 대조를 시작할 때 첫 체크포인트로 적당하다. 하지만 표고점이나 행정구역선의 분기점 등은 실제 현장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첫 체크포인트로 적당하지 않다.

 

길을 잃지 않는 요령

계곡과 능선을 따라 이동해야 하는 코스에서는 사면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능선을 따라 이동해야 할 때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좌우에 자신의 위치보다 높은 곳이 있다면 능선에서 사면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계곡을 따라 이동해야 할 때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좌우에 자신의 위치보다 낮은 곳이 있다면 계곡에서 사면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능선에 위험한 바위 구간이 있거나 계곡에 폭포가 있어 진행이 어렵다면 해당 구간만 사면으로 우회하고 다시 능선이나 계곡으로 복귀한다.

 

산행할 땐 지도를 쉽게 꺼내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코스에 있는 모든 체크포인트를 지날 때마다 지속해서 지형을 대조하면서 위치 파악을 한다. 그리고 다음 체크포인트까지의 대략적인 거리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면서 주의 깊게 해당 체크포인트를 찾는다.

 

능선을 따라 내려갈 땐 특히 능선의 분기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능선의 분기점에서는 계속 진행해야 할 능선을 정확히 확인한다. 계곡을 따라 올라갈 때는 계곡의 합류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계곡의 합류점에서는 계속 진행해야 할 계곡을 정확히 확인한다.

 

우리나라 고전 지리의 이해

▲ [그림 5] 백두대간

최근 산을 찾는 사람 중 백두대간이나 정맥을 종주하는 등산객들이 많이 늘었다. 이들이 조난했을 때 구조대원이 우리나라의 고전 지리를 이해하고 있다면 수색에 유리할 거다.

 

우리나라 고전 지리의 개념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문구가 바로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다. 그 뜻은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른다’로 풀이되지만 아래와 같이 의역되기도 한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

‘두 능선 사이에는 계곡이 하나 있고 두 계곡 사이

에는 능선이 하나 있다’

‘산 없이 시작되는 강이 없고 강을 품지 않는 산이

없으니 산과 강은 하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래와 같이 의역될 수 있다.

 

‘고로 산에서 산으로 가는 길은 반드시 있고

그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여기서 길이란 물을 건너지 않는 길, 즉 능선을 뜻하고 물을 가른다는 의미에서 분수령이라고도 한다. 꼭대기들의 이음선이란 뜻에서 순수한 우리말로 마루금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한반도 북단의 영산인 백두산에서 남단의 영산인 지리산까지 물을 동서로 가르며 이어져 내려오는 하나의 능선이 존재할 거다.

 

이름하여 백두대간(白頭大幹)이다. 이처럼 백두대간의 근간은 산자분수령이다. 즉 백두대간은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지정된 산줄기가 아니라 산자분수령이란 개념에 따라 규정된 산줄기다.

 

백두대간을 축으로 하면서 동서로 갈라진 물줄기들은 다시 여러 개의 큰 강을 이루는데 이 강들의 수계(水系)를 나누는 분수령들을 정간(正幹)과 정맥(正脈)이라 한다. 이 큰 강들은 여러 개의 지류가 합류된 것으로 이 지류들을 나누는 분수령들을 현대에 들어 규모에 따라 기맥(岐脈)이나 지맥(枝脈), 분맥(分脈), 단맥(斷脈)이라 한다.

 

우리는 어떤 산의 위치를 소개할 때 주로 행정구역명을 사용하지만 산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존재로 보는 고전 지리의 개념에선 “어느 정맥의 어디에서 분기한 산이다”와 같은 방식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족보를 통해 혈통을 파악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조선 후기에 편찬돼 우리의 산들을 혈통처럼 1대간과 1정간, 13정맥으로 분류한 산경표(山經表)는 우리 산들의 족보라 할 수 있다.

 

산자분수령에 따라 관할 구역을 지나는 대간이나 정맥 등의 마루금을 지형도에서 미리 파악하면 지도 이해 능력이 빨리 향상될 뿐만 아니라 산악구조 활동에도 도움이 될 거다.

  

국립등산학교_ 남정권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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