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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지휘 훈련이 변했다” 소방 현장지휘관 VR 훈련 시대 ‘활짝’
서울서 안착한 VR 훈련, 중앙소방학교ㆍ경기도 넘어 전국으로
“훈련 실효성 높이자” 재난 현장 특성 맞춘 시나리오 개발 지속
시뮬레이션 교육 방식, 지휘역량 평가 위한 관문으로 ‘급부상’
최영 기자   |   2020.08.20 [10:00]


재난현장에서 피해 규모를 결정하는 것 중 하나는 현장지휘관의 능력이다. 사고 현장에서 대응조직을 이끄는 지휘관 판단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재난의 양상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집중호우나 폭염,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부터 사회적 영향에 따른 갈등 고조로 나타나는 화생방과 테러 등의 위협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갈수록 심화되는 고령화 사회 문제와 세대적 갈등, 소통 장애 등으로 인한 환경 변화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공간적 측면에선 고층화ㆍ대형화되는 건물과 입체적 시설물의 증가가 우리 사회의 재난 양상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재난에 대비한 예방 대책도 중요하지만 이런 재앙적 수준의 재난에서 필요한 건 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조직의 역량이다. 그중에서도 지휘시스템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현장에서 나타나는 변수는 예측할 수 없는 우연성과 불확실성을 보이는 탓에 지휘관의 빠른 판단은 곧 해결책이 될 수도, 작전을 실패로 내몰 수도 있다.

 

재난현장에서의 ‘지휘’란 지휘관이 상황판단과 의사결정에 따라 여러 가지 대응 방안 중 우선순위를 정하고 팀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는 걸 의미한다. 이런 지휘관에게는 지식과 기술, 다양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육상재난을 책임지는 소방은 재난현장의 지휘역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가상현실(VR)과 실제 현장 상황을 접목한 시뮬레이션 훈련이다. <119플러스>가 우리나라 소방의 지휘역량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VR 기술의 지휘훈련 훈련 시스템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봤다.


 

재난현장 지휘 훈련의 새바람 ‘VR 기술’

▲ 각 기관에서 운영 중인 다양한 지휘 훈련 가상 현실 주제


다양한 재난의 경험은 지휘역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필요한 인원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선 축적된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제 대규모 재난현장 경험을 쌓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대응 1, 2단계 이상 대규모 재난 상황을 겪는 지휘관은 그리 많지 않다. 지휘관급의 경험은 거쳐온 보직에 따라 서로 다르고 재난현장 상황의 속성을 경험한 빈도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재난현장 경험은 신분이 같은 소방관일지라도 근무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재난사고 경험의 차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경험지식의 차이를 극복하고 현장 지휘관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된 게  바로 시뮬레이션 훈련이다. 지휘관에게 유사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경험을 쌓게 할 수 있어서다.

 

VR 기술을 활용한 의사결정 훈련은 화재 현장의 복합 또는 복잡한 상황을 시나리오로 다양하게 반영할 수 있다. 여러 형태의 상황변화를 구현해 화재 현장의 대응 인력이 의사결정을 수행하도록 훈련하고 심리적 압박의 강도를 줄이기 위한 학습과 경험지식을 제공한다.

 

실제 훈련에서는 모든 재난현장을 재현할 수 없다. 가능하더라도 무한대적인 반복 훈련을 하기란 더욱 어려운 게 현실이다. 도심 속 대규모 훈련을 진행할 경우 이를 위한 도로통제 등 뒤따르는 제약과 사회적 영향이 적지 않다. 훈련 준비를 위한 시간과 비용, 인적 노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가장 저비용으로 고효율, 고효용의 성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VR 기술의 체험 또는 실습도구를 함께 활용하는 복합 훈련 시스템인 셈이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훈련은 가상 재난현장 화면에서 구현되는 팀원이나 현장지휘 책임자는 물론 재난현장 범위를 통제하는 사고 대책 조직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국내ㆍ외적으로도 소방활동 시간이나 공간, 예산 한계성 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식되면서 화재 상황별 가상훈련 콘텐츠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어지는 추세다.

 

▲ ICT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현장지휘관의 지휘역량 강화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훈련 체계를 바꾸다” 떠오르는 VR 지휘훈련

우리나라에 VR을 활용한 지휘훈련 시스템을 도입한 건 지난 2015년 서울소방이 최초다. 서울 은평소방서 시민안전체험관 3, 4층에 들어선 재난지휘역량강화센터(ICTC, Incident Command Training Center)는 연면적 635㎡(3층 234, 4층 401㎡) 규모로 지어졌다.

 

현장 지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시뮬레이션 센터를 구축한 서울소방은 올해 6월 말까지 총 874회, 2만5819명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재난지휘역량강화센터는 VR(가상현실)과 실제 현장 상황을 접목한 시뮬레이션 재난대비 훈련이다. 초기에는 소방 현장지휘대를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2016년 1월부터 소방의 긴급구조지휘대와 긴급구조통제단, 지자체 통합지원본부, 재난대책본부, 재난대응 유관기관, 일반 시민에게까지 훈련 시스템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최초 훈련 시스템은 다세대 주택 화재 등 제작사 제공 훈련 시나리오에 그쳤다. 하지만 추가 개발을 거쳐 지금은 36가지로 늘어났다.

 

지역 특성을 고려해 강남역과 역삼역, 어린이집, 빌라 밀집지역, 공연행사장, 병원시설 대형사고, 산불, 서울역 고가 붕괴, 연구실 위험물질 유출, 정수시설 사고, 지진 터널, 대형건물 붕괴, 승강기 사고, 지하상가 화재에 이르기까지 시나리오는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다.

 

특히 서울소방은 센터 운영을 규정하는 서울시 조례를 2017년 7월 13일부터 제정ㆍ시행하면서 센터 운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장 지휘관과 재난관리 책임자의 지휘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에 발생한 재난현장의 기록일지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재난 초기부터 최종 수습 과정 또는 재난 초기 대응 등 다양한 상황을 재현해 훈련을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는 이동형 센터를 추가 도입해 순회 훈련을 하고 있다. 

 

가상현실 속에서 나타나는 재난현장의 변수를 반복 체득할 수 있다는 건 큰 강점으로 인식된다. 또 재난현장에서 나타나는 위기상황을 관리하고 극복하기 위해 지휘관의 역량을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훈련 체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서울 지휘역량강화센터(ICTC)


전국으로 확산하는 VR 훈련 시스템

시뮬레이션 지휘역량 강화 훈련 시스템은 서울을 시작으로 중앙소방학교와 경기도, 광주 등으로 확산하며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중앙소방학교는 천안에서 공주로 이전을 완료하면서 리더십센터를 구축했다. 리더십센터는 834㎡ 규모로 지어졌다. 이곳에선 ICT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현장지휘관의 지휘역량 강화를 위한 훈련이 진행된다. 2019년 6월부터 통합지휘훈련실, 현장지휘훈련실, 상황관리훈련실 등 세 가지 시설을 운영 중이다.

 

통합지휘훈련실에서는 유관기관과 협업을 통한 긴급구조통제단 훈련을 진행하고 현장지휘훈련실에선 지휘관의 재난대응절차와 지휘체계 숙달훈련을 한다. 상황관리훈련 과정에선 대규모 재난대비 긴급 상황처리 대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가상환경으로는 복합건축물 화재 사고와 공장ㆍ유해화학물질사고 시나리오가 적용된다. 올해 중 터널과 산불, 요양병원, 대형숙박시설, 교육연구시설 등에 대한 특수사고 재난 대응 가상환경을 추가 개발하고 통제단 훈련 참관과 지휘차 동승 등 현실감을 반영한 시나리오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중앙소방학교는 지금까지 66회에 걸쳐 1148명을 대상으로 재난지휘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했다. 또 국내ㆍ외 17개 기관에서 37명이 시설을 견학하기도 했다.

 

▲ 중앙소방학교 리더십센터

 

지난해 6월에는 경기소방이 현장지휘역량센터(CICT, Center for Incident Command Training) 구축을 완료했다. 경기도 군포시에 들어선 현장지휘역량센터는 지상 1, 2층 연면적 706.3㎡ 규모로 지어졌다. 기존 군포소방서 119구조대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경기소방은 소방서의 현장지휘대 훈련과 신규임용 현장대응단장, 긴급구조통제단 등의 과정을 운영한다. 201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훈련은 올해 6월 말까지 총 67회에 걸쳐 105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국에서 화재 출동이 가장 많은 경기도는 선착대장부터 현장지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급지휘관의 현장지휘가 원활할 수 없다. 이점을 고려해 선착대장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선착대장 훈련은 자체 제작한 6가지(공동주택, 근린시설, 창고, 아파트, 공장, 복합) 시나리오를 토대로 1:1 맨투맨 개인훈련을 실시한다. 개인훈련을 연계해 상급지휘관의 지휘권 이양과 팀 단위 시뮬레이션 5가지(공장, 공동주택, 기숙시설, 냉동창고, 복합)를 활용하고 있다. 현장 지휘 시 원활한 무전 통신과 연계성을 갖춘 현장 훈련이다.

 

올해 4월에는 이론교육에 강신광 전 부천소방서장이 번역한 소방지휘시스템(Fire command)을 반영하면서 효율성을 더 높였다. 훈련 종료 후 진행되는 강평에선 소방서 지휘대와 일선 안전센터(팀)장 훈련상황을 비롯해 최근 발생한 현장 활동의 실제적 문제를 토론한다. 체계적인 이론 교육과 시뮬레이션, 강평 단계 등을 거쳐 현장 지휘 강화 방안을 도출하는 셈이다.

 

경기소방은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훈련’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선착대장 현장지휘의 단기적 목표 달성과 지속 발전 가능한 VR 시뮬레이션 교육 훈련을 정착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는 35개 소방서와 105개 현장지휘대를 대상으로 연 1회씩 지속적인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소방경과 소방령 계급의 승진자를 대상으로 임용 전 지휘훈련을 시행하고 소방서 구급대의 다수사상자 발생에 대비한 사고대응 훈련도 이어간다. 현장지휘대 훈련과 연계한 소방서의 긴급구조통제단 가동 훈련도 추진하고 있다.

 

▲ 경기도 현장지휘역량센터(CICT)

 

광주소방은 오는 2022년까지 완공 목표로 지휘훈련센터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지휘훈련실과 통제지휘훈련실, 브리핑룸 등의 훈련시설에 VR 기술을 반영한다.

 

지휘와 화재, 구급 등 총 6개 과정을 구상 중이다. 지휘 교육으로는 소방위 현장지휘자 과정과 긴급구조통제단 실무 과정을 마련하고 화재 훈련으로는 소방서와 팀, 선착대 지휘훈련, 긴급구조통제단 가동훈련 등의 정규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구급 과정으로는 현장위기관리 과정과 다수사상자 구급지휘 훈련 등을 계획하고 있다.

 

광주소방은 서울소방 등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해 지휘훈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1:1맨투맨 훈련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제 사고 대응분석을 통해 환류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선착대장과 대응단장훈련 코치와 모니터링을 통해 훈련 효과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요 사고 등 특수재난 사례 분석을 통한 훈련 시나리오 개발도 추진한다. 정규과정과 함께 소방대원 대상 수시교육으로 특별과정에 지휘 훈련을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지휘역량의 관문’으로 부상한 시뮬레이션 교육 

2020년 소방청이 수립한 업무 계획에 따르면 소방은 시뮬레이션 훈련 시스템의 프로그램 재설계와 ‘현장지휘관 평가인증제’ 도입을 추진한다. 향후 지휘역량 강화를 위한 시뮬레이션 교육의 확대를 전격 예고한 셈이다.  

 

현장지휘 시뮬레이션과 표준교재를 결합한 지휘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재설계하고 관련 전문강사와 실습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지휘이론과 사례연구, 실습ㆍ평가를 거치는 지휘역량 교육훈련으로 참여형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VR 기술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교육은 지휘이론 과정 11시간, 사례연구 4시간을 거친 뒤 진행되는 실습과 평가 과정에서 적용된다. 시뮬레이션으로 14시간의 실습과 3시간의 평가를 하는 방식이다.

 

이와 맞물려 추진되는 ‘현장지휘관 평가인증제’는 소방경 이상 현장지휘관의 역량 확보를 위해 지휘역량교육의 이수를 필수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평가인증을 미이수할 경우에는 승진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시범운영 예정인 ‘현장지휘관 평가인증제’는 운영 결과를 토대로 관련 규정 등을 정비해 정식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앙소방학교는 소방청의 현장지휘관 평가인증제에 대비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개인 평가와 팀 평가로 이뤄지는 이 교육은 지난 6월부터 본격 적용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8회 동안 거쳐 249명이 교육을 받았고 200명을 대상 5회의 평가를 진행했다. 

 

중앙소방학교는 앞으로 내실 있는 개인평가를 위해 훈련시간을 추가 편성하고 정규과정 외 개인훈련을 요청한 교육생에게 훈련실을 개방할 계획이다. 또 소방정과 소방령을 평가하기 위한 가상환경과 별도의 평가체계도 갖춰 나가기로 했다.

 

서울소방의 경우 현장지휘관의 자격인증 실기평가를 올해부터 자체 진행하고 있다. 소방위와 소방경 중 1년 이상 현장 경험과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현장지휘표준작전절차에 대한 사이버 교육을 이수한 자를 대상으로 운영한다. 올해에는 소방경 지휘팀장과 소방위 단위대장에 한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5개 유형의 가상환경에서 임무수행 역량과 팀워크 수행 역량과 재난 발생 초기부터 종료까지 상황파악 등에 대한 평가를 거친다. 지휘관의 인지력과 해결 능력, 돌발상황 인식 조치의 적절성 등도 평가하게 된다.

 

경기도는 소방청이 추진하는 자격인증제 평가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소방지휘와 현장지휘통제시스템 등 지휘이론과 가상환경 시뮬레이션 실습, 훈련검토와 평가 등의 훈련이 이뤄진다. 광주소방도 지휘훈련센터 구축과 함께 소방청의 지휘역량 평가인증제 도입에 대비할 계획이다. 

 

소방청과 중앙소방학교, 각 시ㆍ도 소방의 이 같은 움직임은 VR 기술의 시뮬레이션 지휘훈련 과정이 현장지휘관의 관문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중앙소방학교 리더십센터에서 ‘현장지휘관 평가인증제’를 위한 평가를 하고 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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