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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유료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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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소방서 이재현
기사입력 2020-08-20

<지난 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 구급차는?

그럼 한국의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 많은 구급대원이 한국의 구급 시스템, 구급차 이용료가 무료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국민은 출생하자마자 국민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외국인 역시 6개월 이상 체류할 경우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이라면 회사와 개인이 나눠 내며 개인 사업을 하는 지역가입자는 재산 등을 고려해 매월 몇만원에서 수십만원의 국민건강보험료를 낸다. 

 

또 세금이나 징수된 구급차 이용요금으로 운영되는 미국 구급대원과 달리 대한민국 구급대원은 100% 국민이 낸 다양한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구급차와 구급 장비를 구매하거나 운영하는 비용 또한 국민 세금이다.

 

단지 구급차를 이용할 당시에만 비용을 내지 않는 거지 모든 국민은 많든, 적든 구급차 이용과 관련된 세금을 내고 있다. 세금을 낸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 또는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라면 누구나 필요시 최소한의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고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급차 이용 시 미국이나 해외처럼 수십만원의 이송요금을 별도로 내는 건 이중과세의 우려가 생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미국은 공공의료나 사회건강보험 제도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높은 구급차 이용료를 부과한다.

 

우리나라 구급차에 요금을 부과한다면?

만약 구급차 요금을 부과하면 구급 출동 건수는 줄어들까? 개인적으로는 요금 징수 초반에는 출동 건수가 적게는 50% 이상, 많게는 70% 이상 감소할 거로 생각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센터는 연간 4천여 건의 구급 출동을 하는 격무부서다. 하루평균 구급 출동이 약 11건이다. 

 

만약 유료화 이후 구급 출동 건수가 대폭 감소해 24시간 기준 3~4건 정도의 출동만 한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 구급대의 경우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며 구급대원이 격무에 시달린다는 당위성을 바탕으로 인원을 충원해 3조 2교대, 2인 구급대로 운영됐다.

 

그러다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원을 충원해 현재는 구급대에 3인이 탑승한다. 이처럼 소방 조직 내에서 구급대원을 충원하고 구급차를 증차하기 위해선 구급 출동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 또는 증가해야 이를 기준으로 예산을 확보하거나 인원을 확충할 수 있다. 하지만 출동 건수가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의 추가적 증원이나 증차는 쉽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구급차 이용의 적정 금액은 얼마고 어떤 방식으로 징수해야 할까? 최소한의 비용을 부과한다는 명목으로 3~4만원 정도를 책정한다면 택시를 탈 바에야 구급차를 부를 거다. 이송 거리별로 요금을 받는다면 가까운 거리 병원에 갈 때 택시를 타느니 119구급차를 부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게다가 사설 구급차와 비슷하게 이송 거리별로 요금을 부과해 10~20만원 받는다면 사설 구급차 이용객도 구급차를 부르는 일이 벌어질 거다. 

 

미국처럼 수십, 수백만원을 받는 건 이중과세의 우려가 있어 쉽지 않다. 미국과 같이 전문적인 처치를 제공하면서 수십, 백㎞ 이상 이송하는 환경이 아닌 10~20분 단순 이송하는 한국의 병원 전 단계 환경에서 수십만원의 이용료를 부과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미국령 괌의 경우 BLS 유닛 출동 시 약 10만원, ALS 유닛 출동 시 약 20만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 요금을 부과해도 연간 4천 건 이상의 구급 출동을 하는 센터가 많다. 이를 통해 요금을 부과한다 해도 무조건 출동 건수가 줄어드는 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제도 시행 초반에는 분명히 출동 감소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제도가 정착되면 결국 출동 건수는 서서히 증가하지 않을까 싶다.

 

요금은 어떤 방식으로 받아야 할까?

요금 징수는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나 보호자에게 바로 받는 게 좋을까? “환자분 구급차 요금 12만원입니다. 현금으로 하시겠어요, 카드로 하시겠어요?” 아니면 환자의 주소지로 지로 발송? 환자의 주소 혹은 인적사항이 불분명하거나 환자가 잘못된 주소와 인적사항을 불러준다면?

 

만일 구급차 이용요금을 내지 못하면 어떤 처분을 해야 할까? 압류? 과태료? 추가 가산금? 이처럼 요금을 징수하게 되면 소방서나 소방본부에 요금 징수 부서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그에 따른 인력이나 시간의 소요가 발생하는 건 물론이고 구급대원이 환자의 인적사항이나 주소 등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아 구급차 이용요금이 제대로 징수되지 않았을 때의 책임소재나 문책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119구급대 이용자의 상당수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나 소위 의료보호 1종 또는 2종이라 불리는 분들, 차상위 계층, 장애인, 독거 어르신, 노인 등 사회ㆍ경제적 취약계층이 대다수다. 이런 분들은 이미 의료비의 상당 부분을 감면받는 등 혜택을 받고 있다.

 

만약 구급차가 유료화되더라도 이용요금을 받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유료화하더라도 구급차를 자주 이용하는 이런 취약계층의 사람들은 여전히 무료로 구급차를 이용할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출동 건수가 대폭 감소하리라고 기대하긴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이런 취약계층 이용자들이 119구급차 이용료 몇만원 내지는 십수만원을 내지 못해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다면 과연 대한민국 119구급대의 존재 가치에 부합하는가도 고민해 봐야할 부분이다.

 

대한민국에서 자가용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임보험에 가입한다. 이 보험에는 긴급상황 시, 다시 말해 차 안에 열쇠를 넣고 문을 닫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타이어 펑크와 같은 상황에서 보험사 직원이 출동해 해결해주는 특약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마찬가지로 구급차가 유료화된다면 개인보험회사 OO생명, OO보험 등에서는 일반적인 상해보험이나 보장보험, 종신보험 등의 상품에 ‘1년 구급차 O회 이용까지 보험회사에서 지급’ 등의 특약 서비스를 포함하게 되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개인 보험료는 일정 부분 인상이 불가피할 거고 보험에 가입한 국민만이 구급차 이용 시 부담 없이 119를 눌러 병원으로 가게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구급대가 돈을 받는다’, ‘이용자가 돈을 지급하다’는 어떤 의미일까?

구급대원은 완벽한 처치가 필수다. 만약 조금이라도 부적절하게 처치하거나 시행해야 할 처치를 못 했을 때, 병원을 잘못 선정해 재이송이나 변경이송을 하게 될 때 환자나 보호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신고 후 구급대가 현장에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어떻게 될까?

 

현재까진 119구급대 이용 시 요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거나 환자, 보호자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금을 받게 되는 순간부터 크고 작은 민원, 민형사상 소송에 시달리게 될 거로 예상된다. 

 

미국의 구급대원들이 그렇다. 장비 조작 미숙이나 잘못된 응급처치 등으로 인해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을 당하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소방관 제복을 벗게 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내가 돈을 지급한다는 건 그에 맞는 완벽한 처치와 이송을 받겠다는 의미인데 이에 조금이나마 부합하지 않는다면 이용자로서는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다.

 

“아이고, 바쁘실 텐데 이송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에서 “아니 내가 돈을 이만큼 냈는데 당신들이 이렇게 늦게 오고, 뭉그적거리고, 처치도 제대로 안 하고, 병원도 여기저기 돌고. 당신들 내가 가만히 안 두겠어”로 바뀌게 될 것이다. 단지 돈을 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구급대에 대한 국민의 인식 자체가 바뀌게 되지 않을까?

 

구급차 이용요금 부과, 과연 정답인가?

방법은 많다. 응급실 문턱을 높이는 게 그중 하나일 수 있다.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이용 시 응급의료 수가를 높게 책정하면 된다. 응급실 입장료라 불리는 응급의료발전기금을 119구급대 이용 시 추가로 병원에 징수해 그 금액을 소방 구급에 나눠주고 구급차나 구급 장비, 소모품을 구매하는 방식도 하나의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

 

이로써 구급차 대수와 구급대원을 늘려나가면 구급 출동 과부하와 구급 공백을 조금씩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우리 손에 똥 묻히고 욕먹어가며 구급차 이용요금을 부과하고 징수할 필요는 없단 뜻이다. 

 

이처럼 구급차 이용요금을 부과하면 하루 출동 건수는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신규 구급대원이나 구급차를 늘려나가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 게다가 구급대원은 많은 민ㆍ형사상 소송과 민원에 시달리게 될 거란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현재까지 구급대원의 현장 활동보다 더 저자세로 환자나 보호자를 대해야만 한다. 그들은 요금, 즉 돈을 냈기 때문이다.

 

언급했던 여러 가지 이유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출동 건수는 다시 서서히 늘어날 거다. 하루 한, 두건의 출동을 줄이기 위해 구급대원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질 거란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부산 부산진소방서_ 이재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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