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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느닷없는 이자 폭탄에 황당한 소방관들… 초과근무수당 환수 논란

“모두 지급하라” 1심 판결 뒤집은 법원 “수당 병급 지급 의무 없다”
먼저 준 돈 이자까지 환수해야 하는 지자체들… 소방관들 “가혹하다”
1심 직후 미리 줬던 ‘가지급금’ 9년 뒤 이자 태운 부메랑으로 돌아와
연 20%씩 불어날 이자 우려해 수당 가지급한 지자체들 ‘화 부른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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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기사입력 2020-06-18

▲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소방공무원 모습  © 신경호 서울강북소방서 소방공무원 제공


[FPN 박준호 기자] = 10년째 이어진 소방공무원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최초 1심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서다. 휴일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의 ‘병급 지급’을 불허한다는 이 판결로 전국 소방공무원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2011년 1심 직후 수당을 ‘가지급’한 일부 지자체들은 소방공무원에게 초과된 금액에 이자를 더해 환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소방공무원들은 느닷없이 9년 치 이자를 더한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다시 지자체에 반납해야 하는 처지다.


최근 전국에서 유일하게 강원도만 추가 지급해야 할 수당의 이자와 환수 이자를 서로 상계토록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가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소방공무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6월 25일 가지급금 환수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서울 소방공무원들은 박원순 시장에게 원만한 해결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보내는 등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2009년 12월 시작돼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소방공무원 초과근무수당 논란을 <FPN/소방방재신문>이 집중 취재했다.

 

10년 넘게 끌어온 수당 소송… 1심 “모두 지급하라”
초과근무수당이란 ‘정해진 시간 외에 근무했을 때 지급하는 수당’을 말한다.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5조에는 ‘근무 명령에 따라 규정된 근무시간 외에 근무한 사람에게는 예산의 범위에서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2002년 대구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 290여 명이 대구시를 상대로 초과근무수당 15억여 원을 지급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 9월 10일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예산 범위와 상관없이 실제 공무원이 초과근무한 시간만큼의 수당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이 선고를 계기로 그동안 제대로 된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한 소방공무원과 경찰, 교도관 등 교대 근무자들은 줄지어 소송을 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소방공무원에게 그동안 제대로 된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초과근무수당 소송의 불씨는 커졌다. 당시 어떤 소방공무원은 30년 넘게 일하고 퇴직하면서 받지 못한 초과근무수당이 최대 3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전국 곳곳에서 줄소송이 이어지면서 법원은 2011년 11월 17일 소방공무원에게 예산 범위와 상관없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내렸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최승욱 부장판사)는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공무원들이 낸 소송에서 소방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과 휴게(비번 포함)시간근무수당, 휴일초과근무수당의 병급, 즉 휴일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을 중복해서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소송 직전 3년간(2006년 12월 ~ 2009년 12월)의 미지급액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1심 재판부는 “서울시는 서울 소방공무원이 청구한 금액에 연 5%의 이자율을 더해 지급하고 미지급 시 판결한 날로부터 연 20%의 이자를 더해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근로기준법’ 제49조에서 규정하는 임금채권 소멸시효는 3년이다. 이 때문에 당시 청구금액은 소송시점 3년 전의 임금까지만 산정한 수치였다. 그 이전 수당은 소송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소송에서 법원은 소방공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서울시는 1심 판결 직후 소방공무원 5078명에게 이자를 포함한 금액, 총 1148억원을 ‘가지급’했다. 확정판결은 아니었지만 임시로 1심 판결에 따른 소송금액을 소방공무원들에게 먼저 지급해 준 것이다.

 

뒤집힌 판결 “휴일수당 병급 지급 의무 없다”
2009년 당시 소방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소송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각 지방법원이 모두 소방공무원에게 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자 다수 지자체가 미지급액을 ‘가지급’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때만 해도 초과근무수당 소송은 소방공무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으며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3년 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재판부가 원심판결을 일부 뒤집은 것이다. 서울고법 제10행정부(조영철 부장판사)는 2014년 1월 10일 “초과근무수당과 휴게(비번 포함)시간근무수당은 인정하지만 휴일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의 ‘병급 지급’은 할 필요가 없다”며 1심 판결과 다른 결론을 냈다.

 

▲ 지난 3월 13일 불이 난 고형연료 보관 창고에서 소방공무원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이동규 청주서부소방서 소방공무원 제공


재판부는 ‘휴일근무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은 병급 지급이 불가하다’는 행정안전부 예규 ‘지방공무원 보수 등의 처리지침’ 제17조를 근거로 삼았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9년 10월 17일 대법원도 2심과 같은 선고를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심은 휴일근무시간에 대해 시간외근무수당(초과근무수당)이 중복 지급돼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런 판단은 정당하고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

 

불어날 이자 우려해 먼저 준 수당이 ‘화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소방공무원들은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과거 ‘가지급’한 수당 중 일부를 다시 지자체에 환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들이 지자체에 돌려줘야 하는 돈의 범주는 ‘휴일수당’에 대한 병급 부분이다.


예기치 못한 환수 상황에 직면한 서울 소방공무원들은 1심 판결 직후 수당을 가지급한 게 문제였다고 입을 모은다.


A 소방공무원은 “당시 1심 판결 이후 최종판결이 언제 나올지, 1심과 다르게 선고될지는 아무도 몰랐던 상황”이라며 “서울시 입장에서는 연 20%씩 더 지급해야 하는 이자를 피하기 위해 가지급을 결정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과적으로 가지급한 수당 탓에 초과된 금액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9년치 이자를 더해 지자체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일부 소방공무원은 과거 수당의 가지급을 원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B 소방공무원은 “시 소속 공무원이 지자체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 엄청나게 큰 용기였다”며 “소송 자체도 굉장한 부담이었기에 지자체가 요구하는 가지급 동의서를 거절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소송조차 제기하지 않았던 소방공무원들은 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C 소방공무원은 “느닷없이 돈을 줘 받은 건 솔직히 좋았지만 9년 치의 이자를 합산해 돌려줘야 한다는 건 눈 뜨고 코를 베인 느낌”이라고 잘라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서울시가 이자를 우려해 손해를 줄이고자 수당을 가지급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일각에선 “의도적이진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자체가 이자놀이를 한 것과 다름없다”는 극단적인 시각까지 내비치고 있다.


D 소방공무원은 “당장 큰돈을 어디서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애초에 가지급하지 않았거나 대법원 판결까지 난 후에 줬으면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서울시를 비난했다.

 

이자까지 환수해야 한다는 서울시… “너무 가혹하다”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초과된 가지급액 일부(휴일수당)에 ‘연 5% 이자’를 적용해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선 “너무 가혹하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E 소방공무원은 “공무원이기 전 한 국민으로서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따라 당연히 원금 반납은 해야 한다”면서도 “이자까지 내야 하는 건 큰 부담일 수밖에 없어 의욕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 이동규 청주서부소방서 소방공무원 제공


20년 넘도록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해 온 F 씨는 “공무원에게 초과근무수당을 주는 건 당연한 것임에도 지난 20년간 제대로 된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과거 수당에 대한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오랜 기간 중 일부만을 지급해 놓고 이제 와 이자를 뱉어내라는 건 가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G 소방공무원은 “지자체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체불한 임금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지는 못할망정 고작 3년에 대한 초과근무수당을 먼저 줘 놓고 9년 동안의 이자를 내놓으라는 게 기가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가지급 받은 소방공무원 중에는 현직 대원도 있지만 이미 퇴직했거나 사망한 대원도 존재한다. 따라서 남아 있는 가족이 당장 환수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소방공무원에 따르면 3천만원을 가지급 받은 대원의 경우 반납금은 약 1천만원에 달한다.


서울 소방공무원들은 가지급액과는 별도로 받아야 할 2차 초과근무수당 미지급액(2010년 6월 ~ 2012년 12월까지의 수당)의 이자와 반납 이자를 서로 상계하자고 주장한다. 실제로 강원도와 소속 소방공무원은 6월 15일 열린 재판에서 이자는 상계하고 가지급액과 미지급액의 차익만 반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원칙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6월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집행채권자는 법정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공공기관이 법의 해석과 위배되는 행동을 하기엔 큰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강원도 사례처럼 재판부에서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서울소방과 협의해 수용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소방공무원들의 법률 대리인인 송해익 변호사는 “강원도의 경우 소방본부에서 초과근무수당 미지급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는 등 서로 협조가 잘 돼 합의가 빨리 이뤄졌다”며 “소방본부에 초과근무 자료가 다 있는 만큼 강원도처럼 적극성을 보여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이송 된 재판이 6월 2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소방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소송은 10년 전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사건으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서울시와 강원도에 이어 충북과 전북은 물론 모든 지자체로 확산될 조짐이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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