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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고질적 소방장비 구매 폐단 개선될까?’ 소방청 장비 계약 시스템 싹 고친다

“못 믿겠다” 직접 나선 소방청, 전문성 평가해 업체 선별
품질경쟁 중심 합리적 낙찰자 선정… 사전평가 제도 운용
표준화된 평가시스템 제공, 소방전용 조달시스템 도입
소방청 “제도 운용 타당성 검토 후 관련 법령 법제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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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기사입력 2020-05-20

문구류, 헤어용품류 판매업자 등 연관성도 없는 업체가 낙찰 받아 중간에서 유통 마진을 챙긴다. 낙찰 업체는 납기를 질질 끌다 결국 포기해버려 물품을 사려는 수요처를 곤란하게 만든다. 모두 소방공무원이 사용하는 장비의 구매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전국 소방관서에서는 현장 소방대원이 사용하는 소방장비 구매 과정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방장비 계약과정 상에서 나타난 장비 납품 지연 건수는 전국적으로 592건에 달한다. 또 조달계약을 파기(해지)한 사례도 32건이나 됐다. 때로는 고질적인 민원이 이어지면서 행정소송이 제기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납기지체와 계약해지 등의 문제는 대부분 전문성 없는 업체가 금액만 보고 입찰에 덤벼들면서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기업형 입찰 담합의 폐단이 발생하면서 낙찰 목적의 그물망식 낙찰가 배분 브로커까지 생겨나는 판국이다.

 

실제 지난 2019년 탐색 구조장비 구매를 위해 서울과 광주, 경북소방에서 각각 입찰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업체는 소방과 전혀 관련 없는 애완동물 사육업과 행사대행업, 인쇄업을 하는 곳이었다.

 

또 2018년에는 대구와 전북, 강원소방에서 구조장비 구매를 위한 입찰을 진행했는데 색종이 제조업체와 옥외 광고 업체, 심지어 근로자 용역 업체가 낙찰 받아 계약한 사례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구입한 장비의 사후관리다. 소방관서에는 큰 골칫거리로 남기 때문이다. 계약자와 납품자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보니 계약과정과 납품 후 장비 관리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투명해져 버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계약 장비에 대한 사후관리 책임은 일단 계약자에게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체와 계약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다 보니 결국 사후관리 소홀 등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웃지 못할 이런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선 소방관서는 하소연도 못 하고 있다. 소상공인 조달 참여를 장려하는 정부 정책이 빚은 참극이다. 더욱이 이들의 입찰 참여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에 제재할 수 있는 방안도 없다.

 

소방청 설립과 신분 국가직화가 이뤄지면서 이런 고질적 폐단을 근절하기 위해 소방청이 칼을 뽑아 들었다. 조달 계약절차 개선과 장비업체를 평가ㆍ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장비 계약으로 인한 일선 소방관서의 피해가 점점 늘고 이로 인해 소방 본연의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자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선 것이다.

 

소방청이 추진하는 정책은 소방장비 판매 등록제와 입찰 사전 평가제, 중앙 평가관리 시스템, 소방 전용 조달시스템 등이다. 이 제도가 소방청 구상대로 안착하면 소방은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조달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또 입찰 과정에서 전문성 없는 업체들이 난립하는 상황도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9플러스>가 소방청이 구상하고 있는 소방장비 계약 절차 개선 방안을 입수했다. 그 형상을 지면에 공개한다.

 

▲ 소방장비 계약절차 개선ㆍ시스템 구축 추진 방향 


전문성 검증 위한 장비 판매업 등록제

장비 판매업 등록제는 소방청이 직접 업체의 조달계약 이행 능력과 사후관리 수행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다.

 

심사를 거쳐 등록된 업체에는 소방기관에서 공고하는 장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미등록 업체는 입찰 참가가 제한되는 셈이다. 최소 문구나 애완동물 사육업처럼 이해 못 할 업체가 참여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등록업체 관리는 최초 등록 후 3년마다 갱신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등록심사는 조달계약 이행, 납품 장비사후관리 실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적격성 여부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심사에 필요한 세부기준은 연구용역을 거쳐 올해 6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납품기한을 초과하거나 지체, 규격 미달품 납품, 계약 파기ㆍ해제 등 결격사유 발생 시 소방자체 부정당 업체로 지정한다. 부정당 업체에게는 소방장비 판매업 재등록 유예기간을 늘리고 소방기관 입찰 참여 기회 제한, 입찰 전 평가 등의 불이익을 받게 할 계획이다.

 

업체 신뢰도 따라 적격심사 가감하는 입찰 전 사전평가 제도

입찰 전 사전평가 제도는 조달청 물품구매 적격심사 세부기준에서 운영되는 추정가격별 낙찰자 선정평가 기준에 소방청이 직접 평가한 업체별 점수를 반영하기 위해 추진한다.

 

입찰 전 사전평가는 판매업으로 등록한 업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방식으로 도입된다. 평가는 가장 최근 계약 내용을 토대로 계약 이행과 사후관리 실태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주체와 시기, 산정 기간, 평가항목 등은 연구용역을 거쳐 마련할 계획이다.

 

사후관리 위한 평가관리 시스템 구축

 

 

소방청은 표준화된 평가시스템을 제공해 시ㆍ도 소방본부에서 보유한 계약 관련 자료를 축적하고 입력ㆍ관리할 수 있는 중앙 관리시스템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기존 관리시스템과 지방재정관리시스템(e-호조), 기타 물품관리 시스템 등과 연계해 소방장비 사후관리적부분의 통계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사후관리적 통계자료는 소방장비 고장 발생 접수일과 처리일, 처리결과, 서비스 지체일수 산정 등 장비구매 이후 운용단계의 모든 데이터를 축적한다.

 

시스템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은 소방장비 관리시스템 ISP 예산에 포함하고 평가시스템에 들어갈 데이터의 종류와 분류, 방법 등 관리센터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방만의 독립적인 장비 조달시스템 구축 추진

 

 

소방장비 조달시스템은 소방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소방기관만 참여하고 계약할 수 있도록 하는 전용 시스템이다. 소방청은 이 시스템을 소방장비 판매업 등록제도, 입찰 전 평가제도와 병행 도입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조달청 계약시스템과의 차이는 계약주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조달청 계약시스템의 경우 계약 주체가 조달청이지만 소방장비 조달시스템은 소방청이 주체가 된다.

 

조달청 계약시스템은 낙찰자 선정에 대한 의견반영과 수요기관의 특수성 반영이 불가한 반면 소방장비 조달시스템은 수요기관 특수성 반영에 유리하기 때문에 전문성 확보와 불량 업체 정화가 가능할 것으로 소방청은 내다보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조달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소방장비 제조ㆍ판매 업체를 대상으로 등록을 추진한 뒤 계약관리 시스템상에서 등록 기업만을 대상으로 직거래 장터를 구축할 수 있다.

 

특히 입찰 시스템이 간소화되기 때문에 구매제도의 복잡성이 해결되고 입찰 전 사전평가 제도와 병행함으로써 그간 입찰 과정에서 겪었던 문제점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받는다.

 

조달시스템의 계약방식은 기존 조달 계약방식을 적용하되 예산까지 절감할 수 있도록 구매부서, 구매 품목별로 공동구매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타당성 검토 거쳐 올해까지 법제화 목표

앞으로의 과제는 관련법에 관련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다. 소방청은 소방장비관리법과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관련 제도를 올해 중 손질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타당성 검토는 자체 구성한 연구기획단과 외부 전문 용역 등을 통해 진행된다. 소방청은 장비 계약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피해 사례로 제도 필요성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찰제복장비법’과 ‘먹는물 관리법’ 등 타 부처의 유사 행정 사례를 토대로 소방에 적합한 정책 모델과 법령 개정안, 정책 시행 단계까지의 규제 해소방안 등을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정책수행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심의평가 항목별 정량화 등을 위해 조달청 계약 담당 등 내ㆍ외부 전문가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타당성 검토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면 곧바로 ‘소방장비관리법’ 등 관련 법령 법제화 추진 작업에 돌입한다. 개정 법률안에는 무분별한 장비 유통과 시장 혼란 유발자에 대한 처벌기준도 담을 계획이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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