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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깨진 유리창과 재난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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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동부소방서 상동119안전센터 소방위 박경진
기사입력 2020-05-08

▲ 김해동부소방서 상동119안전센터 소방위 박경진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0분께 경기도 이천시의 한 지상4층 지하2층 규모 물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오후 6시 42분 인력 295명과 장비 113대가 투입된 끝에 완전히 진화됐다.

 

이번 참사로 현장에서 건축물 내부 단열을 위해 우레탄 작업ㆍ화물용 승강기 등의 작업을 하던 인부 38명이 사망했고 10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화재를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인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2년 전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220여 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최근의 군포 물류센터 화재 등 공사 중인 대형 건축물 화재는 반복해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화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문구가 있다. 사소한 안전 부주의는 깨진 유리창 법칙처럼 나와 타인의 생명ㆍ재산에 비가역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은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정치학자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1982년에 만든 개념이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면 사회의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인식돼 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산업 재해의 발생 이론을 현상학적으로 체계화한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과 유사한 개념이다.

 

실례로 1994년 이전의 뉴욕은 높은 범죄율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 기업체는 타 도시로 이전했다. 이 시기에 뉴욕시장으로 당선된 루돌프 줄리아니(Rudolf Giuliani)는 취임 즉시 범죄율 감소를 위해 지하철 내부 낙서를 모두 지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무임승차 행위 등을 철저하게 단속했다.

 

이런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변화는 미국 내에서도 악명 높은 범죄의 온상으로 불리던 뉴욕을 3년 후 전국 최저 수준의 범죄 없는 도시로 변모하게 만들었다.

 

범죄심리학 분야에서 처음 발표된 깨진 유리창 이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많은 부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많은 부분에서 깨진 유리창에 노출돼 있다. 무심코 던진 담배꽁초, 용접 불티의 비산, 고장 난 소방시설 방치 등이 대표적이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경주 마리나리조트 붕괴 등 대형 재난들은 일상에서 무심코 방치된 깨진 유리창이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급속한 경제 발전은 일상에서의 물질적 윤택함과 풍족한 문화생활을 영위하도록 해줬다. 그러나 재난에 관한 의식은 삶의 외형적인 향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상의 풍요로움 만큼 생활 주변의 깨진 유리창을 잘 수선해 사소한 실수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재해ㆍ사고로 귀결되는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주위에 어수선하게 방치된 깨진 유리장이 없는 되돌아보는(Double-Check) 일상에서의 습관이 필요하다.

 

김해동부소방서 상동119안전센터 소방위 박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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