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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또 국회 문턱서 좌절되나?

법제화 찬성 여론 등에 업고도 건설업계 힘에 밀려
전기, 통신, 문화재수리공사는 개별법 분리발주하는데…
이어지는 건설업계에 이견에 또 발목… 주요 쟁점은?
소방청 “불법하도급 뿌리 뽑겠다”… 법률 개정 의지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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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기사입력 2020-04-24

▲ 공사 현장  © 소방방재신문

 

[FPN 신희섭 기자] = 20대 국회 종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 골자가 담긴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의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실상 분리발주 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문턱을 넘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법제화에 대한 국회 입법 활동은 지난 16대 시절부터 시작됐다. 당시 남경필 의원이, 18대 국회에서는 주성영 의원이 각각 분리발주 의무화 내용을 담은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하자 책임 불분명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는 더 많은 의원들이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에 관심을 내비쳤다. 2013년 4월 이명수 의원과 서병수 의원이 소방시설공사를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발주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고 2014년 이찬열 의원이 또다시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모두 건설업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며 소관위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하다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선 장정숙 의원이 2017년 5월 18일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 규정을 담은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국 지자체별로 공공시설물에 대한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조례가 제정된 지금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불법하도급 폐해를 뿌리 뽑겠다는 소방청의 강한 의지도 법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2018년 인재근 의원(당시 행정안전위원장)과 (사)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에서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85.8%가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면서 법률 개정에 탄력이 붙는 듯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소관위에서 제대로 된 심의조차 못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2018년 1월 10일 제355회 국회(임시회) 제1차 안전 및 선거법 심사소위에서 개정안을 심의하려 했지만 소관위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폐기 수순 밟는 법률 개정안

오는 5월 말 20대 국회가 끝나면 장정숙 의원(당시 국민의당)이 발의한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이 개정안은 소방시설공사 등을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 도급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또 이를 위반해 소방시설업자가 아닌 자에게 소방시설공사 등을 도급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규정도 포함돼 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소방시설공사와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문화재수리공사는 건설공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기와 정보통신, 문화재수리공사의 경우 개별 법률인 ‘전기공사업법’과 ‘정보통신공사업법’,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타 업종 공사와 분리 도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시설공사의 경우 분리 도급 규정이 부재하다. 주로 건설공사에 포함된 채 일괄 도급한 후 하도급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이유다.

 

법안 발의 당시 장정숙 의원은 “이 과정에서 품질 저하 우려는 물론 도급받은 자의 책임시공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소방시설공사를 다른 업종과 분리 도급하도록 규정해 전문 소방시설업자가 도급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사 품질을 제고하고 관리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심의조차 제대로 못 받고 2년간 표류

장정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 2018년 1월 10일 소관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심사소위에 상정된 후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소관위의 당시 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다수 의원들이 법안 심의 자체를 꺼렸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황영철 전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은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는 소위나 안행위에서 수차례 논의됐지만 계속 계류시켜온 안건”이라며 “다른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시간에 굳이 설명을 들어야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다음번에 논의하도록 계류시켰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윤재옥 의원(현 미래통합당)도 “지난 19대 때도 했고 상임위에서도 매년 얘기했던 부분”이라며 “일부 부처 반대도 있고 오늘 논의하기엔 시간상으로도 제약이 있으니 다음 소위 때 상정해 처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강석호 의원(현 미래통합당)도 “19대 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다뤘고 계속 다루고 있다”며 황영철 전 의원과 윤재옥 의원 의견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일하게 이용호 의원(현 무소속)이 심의를 진행하자고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이 의원은 “소방시설공사를 분리발주하는 게 소방의 안전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논의는 해 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서는 분리발주 법안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법안 심사를 회피하는 몇몇 의원의 발언이 2년이 넘도록 관련 법안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견 부딪힌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쟁점은?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입법 활동이 시작되면 건설업계에서는 번번이 제동을 걸고 나선다. 다른 공종 간 유기적인 검토와 연계 확보가 어려워 시공의 효율성과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공기 지연과 종합적인 공정, 안전관리까지 곤란해질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공사업자 간 책임을 서로 전가해 발주자가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일괄발주 방식에 비해 발주자가 불필요하게 행정력을 낭비할 수 있다는 것도 건설업계 주장이다. 

 

소방공사업체가 영세하게 운영되는 곳이 많아 근로자 보호가 취약할 수 있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발주자의 발주방식까지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든다.

 

소방분야의 시각은 정반대다. 오히려 건설업계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한다. 분리발주 의무화 시 저가 하도급으로 인해 그간 활용하지 못했던 우수 소방자재와 기술, 인력 등의 투입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종합적인 공정관리는 계약내용과 공정관리협의를 시키도록 돼 있고 소방시설의 안전성 확보는 물론 유지관리와 화재보험 비용까지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소방은 배관과 배선을 별도 시공하기 때문에 하자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소방시설업체의 직접적인 입찰 참여로 하도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 마진이 사라지면 오히려 공사금액의 정확성을 높이고 공사 비용 감소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불평등한 하도급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적정공사비를 수주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과 인력 투자를 확대할 수 있고 이는 중소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게 소방분야의 논리다.

 

“불법하도급 뿌리 뽑을 것” 법률 개정 의지 뚜렷

▲ 소방청 분리발주 의무화 추진계획  © 소방방재신문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국 17개 시ㆍ도에는 공공부문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이 완료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 조례 제정 이후 현재 공공 부문에서 발주되는 소방시설공사 92% 이상은 분리발주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소방청은 지자체의 조례만으로는 소방공사의 도급 폐단을 원천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민간 부문은 여전히 하도급과 재하도급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소방청은 소방시설공사 하도급 부실 공사를 뿌리 뽑기 위한 방안으로 분리발주를 민간 부문까지 확대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시설업체 8982개소를 점검한 결과 불법행위 업체 184개소를 적발했다. 입건 18, 과태료 부과 162, 행정처분 82건 등의 조치를 내렸다. 

 

입건 18건 중 하도급과 도급 계약 위반에 따른 조치는 6건이나 됐다. 위반 사례를 살펴보면 A 발주자는 소방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B 건설회사에 일괄 도급하고 B 건설회사는 C 소방시설공사업체에 저가로 소방시설공사를 하도급했다.

 

소방관서에 착공신고하는 과정에서는 마치 A 발주자가 C 소방시설공사업체와 직접 공사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이면계약서를 꾸몄다가 적발된 사례다.

 

또 다른 사례는 소방면허를 보유한 A 건설회사가 발주자에게 일괄도급 받은 뒤 소방시설공사를 B 소방시설공사업체에 하도급하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A 건설회사는 소방시설공사 일부를 직접 시공하고 일부를 B 소방시설공사업체에게 하도급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하고도 실제로는 소방시설공사 전체를 B 소방시설공사업체에서 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소방시설공사업체가 건설업체에 갑을관계로 종속되면서 이중(이면)계약 등의 불법ㆍ불공정 거래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하도급 업체로 전락해 버린 전문 소방시설공사업체는 공사 수주를 위해 건설업체와의 불평등 관계를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유관 업종인 전기공사업과 정보통신공사업의 경우 시공 안전성 확보와 전문 업종 보호를 위해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 분리발주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고질적인 하도급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분리발주가 제도화될 때까지 불시단속을 포함한 특별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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