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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의 여정… ‘홍콩소방학교의 CFBT 교육’ Ⅲ(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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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소방서 최기덕
기사입력 2020-04-14


지난 호에 이어 홍콩소방학교의 셋째 날 CFBT 교육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홍콩소방학교 측에서는 우리 숙소를 간부용 숙소(officer dormitory)로 배정해 줬습니다. 이 때문인지 방 밖으로 나서면 홍콩 신임 소방교육생들이 “Good morning, Sir!”, “Good afternoon, Sir!”로 계속해서 인사해 그 인사에 응답하느라 살짝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Day 3

Thermal condition of Fire-ground/Modern fire-dynamics

 

열기 속에서의 소방관

이번에는 고열의 화재현장에서 우리가 어떻게 열 손상을 덜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열은 전도와 복사, 대류라는 방식으로 전달된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 복사와 대류에 관해서만 짚어보려고 합니다. 1973년 미국의 Utech라는 사람이 열 등급을 분류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화재현장에서 얼마만큼의 열을 견딜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표 1]은 열 유속 밀도(Heat flux, kW/㎡)와 온도(Temperature, ℃)에 관련된 표를 만들어 등급을 분류했는데 시간에 대한 고려사항을 별도로 표기했습니다. 

 

▲ [표 1] 열 유속 밀도와 온도에 따른 열 등급 1973

 

초록색의 일상적인(ROUTINE) 환경은 약 70℃까지입니다. 열 유속 밀도는 2kW/㎡로 뜨거운 열대지방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노란색의 보통(ORDINARY) 환경(70~200℃, ~12kW/㎡)에서부터는 PPE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PPE를 착용해도 약 20분 이내의 제한된 시간 동안만 작업이 가능할 겁니다.

 

적색의 긴급(EMERGENCY) 환경(200℃ 이상, 12kW/㎡ 이상)에서는 몇 초 이내의 한정된 시간만 작업이 가능한데 어떤 작업을 해야 할까요? 이땐 탈출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플래시오버의 경우 약 20kW/㎡ 정도의 열에너지가 발생합니다. [표 1]에서 ‘긴급’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그럼 우리는 160℃가 넘는 화재현장 속으로 진입해야 할까요? 그 안에 사람이 있다 해도 생존이 불가능할 텐데 과연 우리가 진입하는 게 맞을까요? 한 번쯤은 고민하고 고려해봐야 할 사항입니다. 

 

영국에서는 1996년부터 CFBT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테스트 소방관과 연구자들이 화재 시뮬레이션을 통해 [표 2]와 같은 결괏값을 내놨습니다.

 

▲ [표 2] 열 유속 밀도와 온도에 따른 열 등급 1996

 

Utech가 만든 [표 1]과 비슷합니다. 초록색은 일상적인(ROUTINE) 환경이고 1kW/㎡, 100℃까지입니다. 1kW/㎡의 열 유속 밀도는 홍콩 한여름에 가장 뜨거울(약 38℃) 때 피부로 느끼는 정도입니다.

 

노란색 구간은 위험환경이고 4kW/㎡, 160℃까지입니다. 주황색은 극한환경이고 10kW/㎡, 210℃까지입니다. 1분 이내로 탈출해야 하는 환경입니다. 적색은 임계환경으로 10kW/㎡, 210℃ 이상인 구간입니다. 화재 성상에서 최성기쯤일 것입니다.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 할 환경입니다. 

 

우리 체온은 36℃입니다. 우리 피부가 44℃까지 올라가면 1도 화상, 55℃에서 2도 화상, 63℃에서 3도 화상을 입습니다. 

 

▲ [그림 1] 온도에 따른 신체의 화상 정도


화재현장에서 전달되는 모든 열이 현대 특수방화복의 단열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을 어떻게 보호하는지는 [그림 2]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그림 2] 방화복 내부 3개 공기층의 단열 작용

▲ [그림 3] Ham Hock Test(방화복으로 둘러싼 돼지고기)




 

 

 

 

 

 

 

 

‘Ham Hock Test’라는 [그림 3]은 현대의 특수방화복을 입고 260℃의 오븐 속에서 5분이 지나면 피부 온도가 44℃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실험내용입니다. 물론 실험현장에서는 살아있는 인체에서 작용하는 땀이나 혈액순환, 움직이는 공기 효과는 무시됐으나 충분히 참고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이번에는 인간이 아닌 장비가 고열환경에서 얼마만큼의 열을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림 4]는 NIST에서 전기전자장비에 대한 열 등급을 분류한 내용입니다. 1등급은 100℃, 1kW/㎡ 이내 기준으로 25분 안에 작업이 가능한 장비입니다. 가스측정기 등 대부분 장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2등급은 160℃, 2kW/㎡ 이내 기준으로 15분 작업이 가능한 장비로 무전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화재현장에서 무전기가 열에 의해 고장 났다면 밖으로 나오셔야 합니다. 물론 통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는 현장에 머물 수도 없을 겁니다. 3등급은 260℃, 10kW/㎡ 이내 기준으로 5분 작업이 가능한 경보기와 같은 장비입니다. 4등급은 260℃, 10kW/㎡를 초과하는 곳에서 1분 이내 작업으로 분류하지만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위에서 인간이 열을 견디는 등급을 분류한 내용과 유사합니다.

 

▲ [그림 4] 온도에 따른 전자장비의 열 등급


위 세 가지 실험(Utech, Ham Hock Test, 전기전자장비 열 등급)을 종합해보면 소방관이 전기장비와 함께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영역은 평균 약 160℃ 정도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열기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Q = AㆍV ㆍ△T는 대류를 통해 전달되는 열량(Q)은 인체의 표면적(A), 공기의 이동속도(V), 열원과 인체의 온도 차(△T)에 영향을 받는다는 열대류에 관한 공식입니다. 그럼 대류를 통한 열에너지 전달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체의 표면적을 줄이기 위해 낮은 자세를 취하고 공기의 이동속도를 줄이기 위해 출입구를 닫아야 합니다. 주변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Gas cooling을 진행하면 됩니다. 

 

[그림 5]는 여러 연구를 종합해 나타낸 온도분포도입니다. 화재 격실에서 약 1.7m(일반적인 소방관이 걸어 다닐 때의 높이)에서의 온도분포가 로컬이라고 표기된 적색 점선의 그래프입니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로컬에서의 온도분포는 160℃ 이상이 됩니다. 바닥에서 1.2m 높이와의 온도 차는 200℃까지 벌어집니다.

 

그러므로 소방관의 머리 위치가 약 1.2m가 되도록 앉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때 열 손상을 덜 받을 수 있습니다. 격실 화재현장은 유동적이어서 명확하게 높이를 기준으로 삼을 수 없으나 일반적으로 [그림 6]처럼 일상적인(ROUTINE) 환경과 보통의(ORDINARY) 환경, 극한의(EMERGENCY) 환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그림 5] 화재 격실에서 높이에 따른 온도분포

▲ [그림 6] 안전작업이 요구되는 온도와 높이



 

 

 

 

 

 

 

 

 

중성대와 화염은 어느 곳에 있을까요? 보통의 환경에는 중성대와 화염이 위치할 겁니다. 극한의 환경에서는 산소가 부족해 화염이 없을 것이고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열과 연료가 없어 화염이 없을 것입니다. 이게 바로 Gas cooling을 위해 분무주수할 때 목표지점을 중성대를 향하게 하는 이유입니다.

 

홍콩소방학교에서 이런 연구를 하게 된 이유는 2016년 창고형 공장화재 때 홍콩소방관 두 명이 화재진압 중 순직했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내부에 진입해 공격 전술을 전개할 건지 아니면 진입하지 않고 방어 전술로 화재를 진압할 건지, 내부에 진입해서도 안전하게 화재를 진압할 건지를 고민한 결과입니다. 

 

소방관의 두 번째 눈으로 볼 수 없는…

그렇다면 화재현장의 온도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열화상카메라는 온도계가 아닙니다. 열화상카메라는 연기와 수증기, 물질의 열 방출률에 따라 측정방식에 교란이 생기기 때문에 측정하는 물체가 발하는 열에너지를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열화상카메라에서 온도 표기(특히 숫자로 표기) 기능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림 7]의 방사율 부분을 보면 전기 포트를 이용해 물을 끓일 때 금속 전기 포트는 33℃에 해당하는 열에너지로 측정되고 플라스틱 전기 포트는 82℃에 해당하는 열에너지로 측정됩니다(금속의 방사율은 약 0.3, 플라스틱의 방사율은 약 0.85로 파장 대역에 따라 다름). [그림 7]의 파장 부분은 화점 주변에 수증기가 발생했을 때 수증기에 의해 교란된 열에너지를 측정한 열화상카메라 화면을 보여줍니다. 129℃의 열에너지를 61℃에 해당하는 열에너지로 측정한 결과입니다.

 

▲ [그림 7] 열화상카메라의 교란

 

화점이 어떤 물질인지, 화점의 크기가 얼마인지, 화점과의 거리는 얼마인지, 주변의 습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고려해야 열화상카메라로 열원 온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실제 화재현장에서 열환경을 이해하려면 노출된 온도와 습도, 열복사, 공기의 속도(대류)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정확한 온도를 측정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Modern Fire dynamic

CFBT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선 다양한 얘기가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과거 격실 화재현장 대부분의 연료는 나무가 주자재인 가구였으나  현대 격실 화재현장에서 사용되는 연료는 석유화학제품의 가구로 바뀌었을 때부터 입니다.

 

석유화학제품 연료의 화재는 나무 연료의 화재에 비해 발화 시점부터 최성기에 이르는 데까지 시간이 짧아지고 발생하는 열에너지의 크기도 커집니다. 따라서 바뀐 화재현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고려하고 연구하면서 차츰 CFBT에 대한 내용이 정립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홍콩소방학교 CFBT팀에서 현대의 격실 화재현장과 과거의 격실 화재현장의 차이점을 보여주기 위해 시연한 내용입니다. 같은 크기의 컨테이너에 동일한 종류와 양의 가연물(가구)을 배치했습니다. 차이점은 나무 재질의 가구를 배치한 격실과 석유화학제품의 가구를 배치한 격실입니다. 왼쪽의 컨테이너가 현대, 오른쪽의 컨테이너가 과거의 현장입니다.

 

▲ [그림 8] Modern vs Legacy Fire Room

 

동시에 토치를 이용해 양쪽 격실에 화재를 발생시켰습니다. 3분 후 왼쪽 격실에서는 검은 연기가 천장을 뒤덮고 있으나 오른쪽 격실은 성장기입니다. 4분 후 왼쪽 격실에서는 외부 출화가 보이지만 오른쪽은 여전히 성장기입니다.

 

4분 30초 후 왼쪽 격실은 플래시오버로 성상이 바뀌었지만 오른쪽은 역시나 성장기입니다. 5분 후 왼쪽 격실은 화재진압이 필요할 정도로 화세가 커져 방수를 했지만 오른쪽 격실은 아직도 성장기입니다. 6분 후 왼쪽 격실의 화재가 완전히 진화될 때까지도 오른쪽 격실은 계속해서 성장기입니다.

 

시연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현실과의 차이점은 화재 격실의 한쪽 면에 있는 커다란 개구부입니다. 이 개구부가 미치는 영향은 다음에 다시 다뤄보겠습니다. 시연을 바탕으로 홍콩소방학교에서는 홍콩소방청장님께 변화된 화재현장에서 효율적인 화재진압 방법과 소방대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더 좋은 장비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드렸다고 했습니다. 

  

경기 안산소방서_ 최기덕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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