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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진정 전기적 요인인가? 부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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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기사입력 2020-04-10

크고 작은 화재 현장에서 화재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현재 우리나라 화재 발생원인 중 가장 많은 건 부주의다. 즉 기본수칙을 망각하고 안전의식을 소홀히 해 발생하는 불이다. 

 

‘이 정도쯤이야 괜찮아’가 습관이 돼 버린 우리 일상은 화재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거리에서 흡연하다 담배꽁초를 휘~익 던져버리는 행동도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는 만연된 습관 중 하나다. 간혹 차량의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다 창문 아래로 피우던 담배를 살짝 던져 놓거나 휘~익 던져버리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행동을 외국과 비교해 보면 많이 다른 걸 알 수 있다. 필자는 외국과의 비교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비교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린 집에 설치된 전등이 고장 나 바꿀 때 조명가게에서 조명을 사다가 스스로 교체한다. 기술이 없어도, 자격이 없어도 가능한 일이고 대한민국 가정에서 흔하게 이뤄지는 일이다. 이 정도는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호주(Australia)의 경우 자격자가 아니고는 전등 하나도 교체할 수 없다. 안전 기준을 정해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자격자가 아니면 가정집 전등 하나도 교체할 수 없게 한 것은 자유권에 대한 구속일 수도 있지만 사회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내린 최소한의 결정이자 보호조치로 생각된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자격 있는 기술자가 전등을 교체한 후 문제 발생 시 책임지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구조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열 번째로 소개하는 사례는 어느 해 7월 무더운 여름 오전 1시께 발생한 화재다. 

 

화재건물에 1년 전 입주한 화재 피해자는 입주 당시 건물 시설물과 구조물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사용했다. 이후 작업량이 많아지자 기계 설비가 더 필요해져 건물 내 전기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전기시설도 꼼꼼히 챙겼다. 하지만 사무실과 작업을 위해 설치된 콘센트들은 그대로 사용했고 필요에 따라 사무집기 연결을 위해 멀티코드를 썼다. 

 

최초 온도변화를 확인하라

최초에 화재를 안 사람은 무인경비업체 직원이다. 무인경비업체 경비시설물에서 열 감지 신호가 작동해 현장 요원이 현장을 확인한 후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무인경비업체 직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작업 동 파쇄 절단기가 위치한 2층 사무실에서 연기와 불꽃이 솟고 있는 걸 봤고 다른 지점에는 불꽃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화재피해 관계자는 화재 전일 작업장에서 파쇄 절단 작업을 마치고 오후 10시께 출입문을 잠근 후 퇴근했다고 말했다. 이는 무인경비업체의 경비무장 시간과 일치한다. 

 

▲ [그림 1] 평면도

 

▲ [사진 1] 화재 현장

 

한눈에 봐도 작업장에는 가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 업체는 산업폐기물을 세척하고 파쇄한 후 가공해 재활용하는 업체다. [사진 1]과 같이 두 동의 작업 건물이 있으며 앞마당에는 산업폐기물이 쌓여있다. 

 

사진에서 볼 때 좌측 동은 산업폐기물 파쇄작업장이고 우측 동은 산업폐기물이 입고되면 보관하는 창고개념이다.

 

우측은 단순하게 산업폐기물만 보관하던 곳이라 내부에 전기시설이나 기계설비 등이 전혀 없었다.


건물 사방에서 패턴을 살펴라

화재 현장을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발화부를 특정하고 조사한다면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전체를 살피고 연소 패턴을 확인해 목격자 진술과 사용자 진술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 [사진 2] 건물 뒤

 

건물 전면은 [사진 1]과 같이 개방된 상태였다. 뒤편에는 창문들이 있었다. 건물과 건물이 떨어져 있음에도 두 동이 연소한 건 복사열에 의해 창고 동에 보관돼 있던 산업폐기물이 연소하며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작업 동 하단에는 연소 흔적이 적었으나 복 2층 사무실은 탄화 정도가 심하게 식별됐다.

 

창고 동 역시 하단에 소훼 형태가 없고 상단에만 소훼 형태가 보이는 것은 하단에 불꽃이나 화인이 없었던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 [사진 3] 창고 동

 

창고 동 내부는 소훼가 거의 없었고 좌측에서 우측으로 연소한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었다. 또 내부에는 특정되는 발화 원인이 없어 의심한다면 화학적 요인 중 자연발화를 의심할 수 있었다. 산업폐기물이기 때문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태에서 발효되지 않았나를 의심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하기엔 내부 출화 흔적보다는 외부에서 수열 받은 상태로 잔류 돼 있었다. 

 

▲ [사진 4] 작업 동

 

작업 동은 마치 1층에서부터 연소한 흔적처럼 보였다. 이렇게 1층부터 연소 흔적이 있는 경우 대부분 발화지점을 1층으로 추론하고 발화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화재 현장 환경이나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상층부에서 발화돼 불꽃이나 불티가 비산되는 과정에서 하단으로 떨어져 재발화되는 경우도 조사해야 한다. 이 경우가 참 난해하다. 소락된 화재(Fall-Down fire)를 증명하기란 정말로 어렵다. 

 

탄화지점을 세밀하고 넓게 살펴라!

이 화재 현장에서는 1층부터 연소한 흔적을 살핀 후 발화지점으로 의심되는 지점을 발굴해 발화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1층에서는 발화 흔적이나 특이점이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나 분열 흔적처럼 관찰된 부분에서 연소 흔적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개방된 공간에서 화재 발생 시 공간 내부에 생기는 대류 현상에 의해 기류가 이동하고 연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연소 현상을 살펴야 한다. 발화지점으로 의심했던 부분에서 발화 원이 특정되지 않는다면 다른 부분에서 연소했을 개연성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

 

작업 동 2층 사무실로 사용하던 부분을 확인하니 탄화 정도가 심하고 천장 마감한 철재가 만곡된 상태였다. 사무집기류가 있던 부분이 국부적으로 탄화됐고 최초 목격자인 무인경비업체 직원의 진술과 연소 흔적이 일치하는 점으로 미뤄볼 때 2층 사무실이 발화지점으로 의심됐다.

 

▲ [사진 5] 2층 사무실

 

하나하나 제거하라!

2층 사무실에는 사무집기류가 전소한 상태로 잔류해 있었다. 중간지점에는 철재가 군청색으로 변색해 있었다. 이렇게 소훼 상태가 심하면 현장에 물리적 증거가 있어 변질 또는 변형됐을 개연성이 있다. 변형됐다 하더라도 물리적 증거는 남기 마련이다. 그걸 어떻게 발굴하고 찾아 입증하느냐가 화재조사관에게는 숙제로 남는다. 현장에 잔류한 냉온수기와 컴퓨터 등도 확인했지만 출화 흔적이나 기계적 이상점은 관찰되지 않았다. 

 

잔류한 탄화현상 중 국부적인 탄화도가 식별되는 부분을 발화지점으로 압축하고 하나하나 발굴하며 확인하기 시작했다. 발화지점으로 압축한 곳에서 발굴되는 것들에 대해 꼼꼼히 확인하고 개연성이 적은 것부터 배제하는 소거법을 적용했다.

 

만곡되고 소락한 부분에 철재 구조물이 있어 발굴이 녹록지 않았다. 장시간에 걸쳐 하나하나 제거하니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부적으로 탄화된 지점에서 선풍기 잔해물과 전선 용융물이 발굴됐으나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선풍기를 꼽았던 멀티코드 플러그 받이에서 특이점이 관찰됐다.

 

▲ [사진 6] 잔해물

 

플러그가 여러 개 꽂혀 있었으나 최종 부하 측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선풍기와 컴퓨터를 사용했다는 관계자 진술이 있었다. 전원선은 소훼되고 용융돼 형체 분간이 쉽지 않았다. 컴퓨터 내부도 완전하게 소실돼 출화 특이점을 분간할 수 없었다. 이런 경우 발화지점이 확인되고 수집된 증거 중에서 범죄 혐의점이 없다면 드러나는 증거만으로 화재 원인을 추론할 수밖에 없다.

 

즉 최초 화재를 감지한 무인경비시스템과 현장에 출동해 목격한 직원의 진술, 작업장 관계자가 오후 10시께 무인경비시스템을 경계로 전환하고 퇴근한 후 출입자가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범죄 혐의점은 적은 것으로 판단했다.

 

발굴된 증거! 인과관계를 살펴라!

잔류 된 증거물은 현장에서 육안 식별로 판단하고 의심되는 건 감정해야 한다. 그러나 감정까지 의뢰하는 화재 현장 증거물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장에서 밝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감정물이 정형화되기 어려운 것도 있어서다. 화재 피해자나 연소 확대 피해자 대부분은 반드시 증거물을 감정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감정을 한다 해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화재조사관은 최선을 다해 발화지점을 밝히고 화재 원인을 규명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화재조사관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인이 쉽게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 [사진 7] 멀티코드


발굴된 멀티코드다. 플러그 두 개가 꽂힌 상태로 발굴됐고 플러그에 연결된 전선은 모두 용융돼 이탈된 상태였다. 플러그 일부도 용융된 상태로 식별됐다. 플러그 용융은 접촉 불량 내지는 화염에 의해 형성된 것일 수 있다. 또 플러그 받이, 즉 플러그가 꽂힌 부분 용융에서 특이점이 식별됐다. 

 

▲ [사진 8] 증거물


현장에서 수거된 증거물을 근접 촬영해 특이점을 확인했다. 말단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커넥터를 연결했던 전선에서 용융점이 관찰됐다. 또 콘센트 금속편에 특이한 용융 부분이 보여 좀 더 세밀하게 확인하고자 현미경을 사용했다.

 

▲ [사진 9] 현미경 관찰

 

현미경 관찰 결과 멀티코드 플러그 받이에서 용융점이 확인됐다. 용융 흔적이 수열에 의한 흔적보다는 전기적 에너지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였다. 용융과 패인 흔적이 수열에 의해 서서히 녹은 흔적이 아니라 어떤 에너지에 의해 순간 용융되고 냉각된 형상으로 관찰됐다. 현장에서 발굴된 말단의 부하 측이자 국부적으로 소훼된 중심에 있던 것으로 이 사건의 화재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며

화재조사관 입장에서 모든 화재 원인이 명쾌하고 정확하게 규명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현장이 그렇진 않다. 

 

화재조사관은 화재 현장에서 발화부를 축소하고 축소한 발화부에서 발화지점을 찾아 발굴하면서 화재 원인을 규명한다. 모든 과정이 쉽고 편하게 간과하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크고 작은 화재에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무던하고 세심하게 현장을 살피고 작은 것 하나라도 간과하지 않으려 한다.

 

또 침묵하고 노력하며 묵묵히 과학의 힘을 빌려 연소라는 퍼즐을 맞추기 위해 오늘도 ‘최선’이란 동반자와 함께한다.

 


Tip

채터링 현상(Chattering Event) : 릴레이의 접점이 닫힐 때 한 번에 닫히지 않고 여러 번 닫힘과 열림이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회로의 오동작 원인이 되는 동시에 접점에 카본이나 이물질이 생성되므로 기기의 고장이나 접촉저항이 증가하고 발열 현상이 발생한다. 

 

접촉불량(Contact failure) :  이 현상은 릴레이나 계전기 등 전극이 접촉되는 부분에서 나타나고 커넥터 부분이나 전기터미널 부분의 접촉이 불완전한 상태를 말한다. 접촉이 불량하면 접점의 이물질이 침입하고 저항이 증가하며 발열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경기 부천소방서_ 이종인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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