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전문가 칼럼] 응급환자 이송하다 형사처벌 받는 구급대원들… 이대로 둘 건가

가 -가 +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기사입력 2020-04-10

▲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 3월 18일 119구급차를 운전하다 신호 위반으로 충돌사고를 낸 구급대원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환자 보호자를 다치게 한 혐의(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다.

 

이 사건은 2가지의 쟁점이 존재한다. ‘구급차에 탑승한 환자 보호자의 상해’와 ‘구급차 주행 중 신호위반으로 인한 형사처벌’에 관한 문제다. 

 

우선 환자 보호자의 원칙은 병원으로 이동할 때 구급차를 개인적으로 뒤따라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호자 동승 의사가 있을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데 구급차 운전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해 보호자가 손해를 입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구급차 운전자와 환자보호자간의 ‘호의’ 관계는 ‘법률’ 관계로 변하고 환자보호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갖게 된다.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손해보험사에선 이 같은 호의동승자에 대해 위험용인설과 운행이익설에 기반해 일정 부분 책임을 부과하고 동승자 유형별 감액을 적용하고 있다.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보호자 탑승은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탑승을 강력하게 원할 땐 사고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음을 명확히 고지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한편 구급차 운전자의 신호 위반으로 인한 사고 판례에 따르면 구급차가 긴급하게 이송하는 과정에서 신호 위반으로 충돌사고가 발생해 상대차량 탑승자가 상해를 입거나 구급차에 탑승한 환자 또는 보호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구급차 운전자가 준수해야 할 주의의무를 충분히 준수하지 않았다고 보고 형사책임을 묻고 있다.

 

구급차 운전자들은 환자의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신속히 이송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위험을 무릅쓰고 신호 위반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업무적 속성과 업무처리자의 부담감을 무시하고 사고책임을 전적으로 구급차 운전자에게 전가한다면 소극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위급한 환자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형사책임에 대한 면책권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29조에서는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이 가능하도록 도로의 중앙이나 좌측 부분을 통행할 수 있고 신호나 지시의 위반을 허용한다. 즉 구급차의 업무적 속성을 반영해 신호를 합법적으로 위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고 발생 시 적용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에서는 긴급자동차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사고 발생 전에는 ‘합법’ 행위였던 게 사고가 발생한 이후 ‘불법’ 행위로 전환된다. 신호를 위반해 사고를 일으킨 구급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규정을 적용받을 수 없는 ‘일방적 가해차량’이 되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29조의 규정에 따라 긴급자동차는 통행 시 모든 차의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제5조(신호 또는 지시에 따를 의무), 제13조제3항(차마의 통행)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 또 제30조(긴급자동차에 대한 특례)에 따라 제17조(자동차 등의 속도 제한), 제22조(앞지르기의 금지), 제23조(끼어들기의 금지)를 적용받지 않는다. 제29조에서는 긴급자동차의 주의의무가 부과된 제한적 허용이고 제30조에서는 긴급자동차에게 모두 적용되는 포괄적 허용행위다. 

 

이러한 규정은 긴급자동차의 업무속성으로 인해 다른 차가 준수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모두 지킬 수 없다는 한계를 도로교통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고가 났을 땐 다른 차와 동등한 취급을 한다는 건 ‘일만 시키고 책임은 방기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국은 긴급차량의 통행과 관련해 ‘Move Over Laws’라는 법령을 운영한다. 이 법은 1994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구급대원이 현장출동 중 상해사고를 입은 것을 계기로 1996년 샌프란시스코 주에서 최초 제정됐다. 이후 유사 사고가 이어지자 미교통국과 연방고속도로청에서 긴급대응인력의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해 2002년 개정을 거쳐 북미지역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48개 주에서(워싱턴 DC와 하와이 제외) 해당 법을 적용하고 있다. 각 주법으로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는 긴급자동차 발견 시 해당 차선에서 벗어나거나 불가능한 경우 적절한 속도 또는 제한된 속도 이하로 감속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의 특징은 정지하고 있는 긴급자동차를 발견한 때에도 갓길을 비우고 차선을 변경해 감속ㆍ주의하며 운행할 의무를 부여한다. 긴급자동차가 통행 중인 경우에는 발견 즉시 모든 운전자가 긴급자동차가 통과할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 

 

Move Over Laws를 위반한 경우 벌금은 주별로 상이하나 최소 100USD에서 최대 1천USD를 부과한다. 구류나 면허정지 등 양벌규정을 운영하는 주도 있다. 

 

일본의 경우 도로교통법 제40조에서 긴급자동차의 우선권을 부여한다. 우리나라 법령과 차별점은 일반차량의 의무사항만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긴급자동차에게 허용된 사항과 허용행위를 실시할 때 긴급자동차의 주의의무와 일반차량의 주의의무를 모두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긴급자동차를 우선 통행시키기 위한 일반차량의 주의의무만을 정하고 위반 시 벌칙규정을 상세히 정한 게 특징이다. 또한 긴급자동차 접근 시 일반차량은 일시 정지할 의무를 정하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호주도 긴급차량 발견 시 일반차량은 정지하거나 속도를 줄여야 할 의무가 있고 긴급차량의 주행경로에서 벗어나야 한다. 긴급차량 주행경로에서 벗어나는 것을 실패하거나 감속 또는 정지에 실패하면 주별로 벌금을 부과한다. 

 

요약하면 외국은 긴급자동차의 우선통행을 위해 허용된 행위(과속주행, 신호위반, 차로위반 등)가 발생시키는 교통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고 긴급자동차의 우선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긴급차량을 발견했을 때 운전자가 지켜야 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체제다.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신속한 이송을 위해서는 긴급자동차의 우선통행권이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한 필수조치는 긴급자동차의 주행경로 내에 있는 모든 차의 운전자가 긴급자동차의 우선통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우리의 도로교통법 제29조 제5항에서 모든 차의 운전자에게 긴급자동차가 접근한 경우 긴급자동차가 우선통행할 수 있도록 진로를 양보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교차로 통과나 반대차선에서 주행하는 긴급차량 접근 시에 대한 조치 등은 정하고 있지 않다. 

 

긴급자동차를 ‘무법자’로서의 지위로 허용하고 도로상에 등장시키고도 다른 차의 운전자는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은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사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급차 운전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신호 위반과 과속이 허용돼 무조건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최선의 결과라 믿는다. 그 믿음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위반한 것은 잘못한 일이니 모든 책임을 지라면 그 누가 달가울 수 있겠는가.

 

각종 위반행위를 하는 운전자가 등장하면 도로교통의 위험도는 높아진다. 따라서 긴급자동차에게 위반행위를 허용했다면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다른 차가 지켜야 하는 새로운 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다른 차의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권 보장을 위해 다른 차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의무준수 사항’이 존재하는 외국을 주목해야 한다. 긴급자동차 운전자 일방의 잘못이나 불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상 사고 발생률이 낮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구급차 운전자가 전적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일은 구급차 운전자의 개인적 위법행위가 있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분명 해법은 있다. 도로교통법 제29조에서 긴급자동차의 우선통행을 위해 다른 차의 운전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를 보다 상세히 정하고 또 제30조 긴급자동차에게 적용되는 특례조항을 긴급한 용도로 주행할 때 긴급자동차에게 허용된 행위 전체로 바꾸면 된다.

 

긴급자동차 외 차의 준수의무를 강화하면 긴급자동차 주행에 따른 사고를 분명 경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긴급자동차 운전자도 안전하게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긴급자동차가 국민 안전을 위해 움직이는 우리의 발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저작권자 ⓒ 소방방재신문 (http://www.fpn119.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소방방재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