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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마음의 소리, 저희가 듣겠습니다”

[인터뷰] 소방관 PTSD 예방관리 앱 개발한 소명팀 오성택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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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4-09

▲ 소방관 PTSD 예방관리 앱 개발한 소명팀 오성택 팀장  © 최고 기자

[FPN 유은영 기자] = “당신의 삶과 가족을 사랑하며 국민을 지킬 수 있도록 ‘Hearo’가 당신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소방관 PTSD 예방관리 애플리케이션인 ‘Hearo’는 동료 상담사와 소방관, 소방관 가족을 잇는 커뮤니티 조성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소방관들의 회복 탄력성을 증진하기 위해서다.


“‘소방관은 강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PTSD 치료가 필요함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소방관분들을 지켜보다 온라인의 익명성을 빌리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개발을 시작한 게 바로 ‘Hearo’ 입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 중인 오성택 씨는 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소명팀’의 팀장이다. 의무소방대 59기 출신인 그는 2018년 의무소방대에 입대해 제주소방안전본부 소방교육대와 제주서부소방서 한림119안전센터에서 복무했다.


소명팀은 경기 남양주소방서 박승균 소방위와 119REO 이승우 대표, 의무소방대 61기 고준보 수방,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차다은, 숭실대학교 이도원, 조성재, 국민대학교 정해경, 이화여자대학교 심정민, 김서영, 경기대학교 김예지 학생 등 10명이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Hearo’라는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아이디어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뒤 현재는 임팩트 부문 지원을 준비 중이다.


“이 앱을 준비하면서 많은 소방관과 전문가분을 만났어요. 그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PTSD 관리가 대책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그래서 국내외 논문을 50편 가까이 읽고 연구했습니다”


해외 논문에서는 CISD(Critical Incident Stress Debriefing) 집단 상담 기술이나 사회적 지지를 많이 강조한다. 심지어 외국에서는 CISD 집단 상담 효과를 경험하고 법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오 팀장이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에 도전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에도 같은 아이템으로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 의무소방에 입대한 그는 다시 한번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처음에 도전했을 땐 진단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어요. 하지만 예방과 관리, 다시 말해 상담이나 사회적 지지를 활용한 앱 쪽으로 눈을 돌리니 뭔가 돌파구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는 학생 때의 막연한 생각과는 달리 소방조직에 몸담은 후 많은 생각이 변했다. 실제로 숨이 멎어가는 요구조자의 가슴을 압박하고 처참한 교통사고 현장 등에 투입되면서 소방관 PTSD에 관심이 커졌고 이해 역시 훨씬 깊어졌다.


“소방관에게는 ‘소명의식’이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소명의식과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안전장치가 양립하지 못합니다. 조직 안에서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안전장치는 약한 사람만 필요한 거다’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인듯해요”


그가 소방관 PTSD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의무소방대로 근무하면서 느낀 다양한 사건들도 있지만, 전북 칠보 지역대에서 근무 중인 그의 아버지 오강석 소방위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는 친구들한테 자랑할 수 있는 존재였어요. 출동하는 게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 날 상황실 근무로 인사이동을 하게 됐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린 마음에 심술이 났는지 ‘이제 전화만 받으면서 편하게 근무하시겠네요’라고 말했다가 많이 혼났죠”

 

▲ 애플리케이션 ‘Hearo’의 초기 화면     ©소명팀 제공


‘Herao’ 앱을 개발하면서 아버지를 인터뷰한 오성택 팀장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부친이 소방기술경연대회 속도방수 훈련 중 뇌진탕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고 화재현장에서 소사된 시체를 목격하며 결국 잠깐의 보직변경을 하게 된 것.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얘기하지도 못하셨대요. 많은 소방관을 만나보니 그들이 두려워도, 힘들어도 계속해 나가는 이유의 핵심이 ‘가족’이더라고요.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내 아들, 딸이 자랑스러워하니까… 그런데도 가족들이 소방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죠”


지금까지 소방관 PTSD 치료의 핵심은 늘 소방관이었다. 가족이 동반되는 치료는 없었다. 하지만 ‘Herao’ 앱은 가족을 강조한다. 제일 가까운 사람의 지지야말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강하고도 유일한 무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Hearo’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동료, 나의 기록을 보고 상담해 주는 동료 상담사, 나를 혹은 다른 소방관을 지지하는 가족이 모두 소방관의 PTSD 예방과 관리를 해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앞으로의 꿈은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 것입니다. Daylight 소희선 컨설턴트님께 배웠던 수혜자 중심 솔루션을 더 공부하려고 해요. 배운 내용을 대한민국 소방의 발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우선 이 앱의 개발과 런칭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공부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많은 소방관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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