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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의 여정… ‘홍콩소방학교의 CFBT 교육’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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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소방서 최기덕
기사입력 2020-04-07


얼마 전 좋은 기회를 얻어 홍콩소방학교에서 CFBT 교육을 받았습니다. 여러 동료분과 이 훈련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 <119플러스>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홍콩소방학교는 실화재훈련에 있어 메카로 불릴 만큼 유명한 장소입니다. 닷새 동안 홍콩소방학교에서 보고, 듣고, 겪은 다양한 얘기를 연재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홍콩소방학교(HKFASA)는? 

홍콩소방학교(FASA, Fire and Ambulance Service Academy)는 면적이 15만8천㎡로 2016년 1월 Tseung Kwan O 지역으로 확장 이전했습니다. FASA는 기초 화재ㆍ구급 훈련부터 재해 대처에 필요한 첨단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훈련을 할 수 있는 훈련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CFBT 훈련장은 19개의 40ft(약 12m) 화물 컨테이너로 구성된 3층 구조물입니다. 화재 구역은 총 네 곳으로 지상층에 설계돼 있습니다. 화재실에서는 탄소성 연료(칩보드, MDF 패널)로 화재 현상을 구현합니다.

 

화재실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연기는 해치를 통해 1, 2층으로 이동하면서 다양한 화재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합니다. 교육생들이 다양한 검색과 구조, 배연전술을 교육받기에 적합한 환경입니다. 화재실은 6m 길이 구조물로 화재 성상과 플래시오버, 롤오버, 백드래프트 등 극단적인 화재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또 실화재와 고온, 음향 효과, 연기가 시뮬레이션 돼 교육생들이 안전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더 나은 소방ㆍ구조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합니다. 

 

▲ 홍콩소방학교 전경

▲ CFBT 훈련장 외부

▲ CFBT 훈련장 내부

 

홍콩소방학교에는 예비소방관과정(신임소방사반과정) 외 다음의 전문과정이 있습니다.

 

1) HART : High Angle Rescue Team

2) Hazmat : Hazdus material

3) USAR : Ubarn Search And Rescue

4) MSRT : Mountain Search and Rescue Training

5) CFBT : Compartment Fire and Behaving Training

 

홍콩소방학교의 CFBT팀은 홍콩소방관들이 사용하는 화재진압 장비의 선택과 교육자료 발간, 관련 세미나 개최 등을 진행합니다. 또 새로운 전술이나 장비를 각 소방서에 소개하고 대형화재 시 현장에 출동해 화재진압 활동을 합니다. 

 

국제 소방관 과정(International Structure Firefighting Course 2019)

대한민국 소방관 6명과 미국 소방관 1명은 올해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홍콩소방학교에서 진행된 국제소방관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원래는 싱가포르 소방관 5명도 참가하기로 했으나 홍콩 시위 여파로 취소했습니다.

 

국제 소방관 과정은 원래 CFBT Senior Officer의 2주 과정으로 대한민국 팀장급 지휘자가 화재진압을 수행할 때 유용한 다양한 전술을 익히게 됩니다. 커리큘럼은 화재 성상과 관창 조작, 화재 읽기, 개인보호장비ㆍ열스트레스 관리, 열화상카메라 운용, 화재진압 전략, 배연, 사례연구, 평가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번 교육에서는 이 내용을 1주(5일)로 압축해 진행했습니다.

 

▲ 국제 소방관 과정(International Structure Firefighting Course 2019) 커리큘럼

 

오전에는 이론, 오후에는 실습수업으로 구성됐습니다. 실습수업에서는 홍콩소방관이 사용하는 MSA사의 공기호흡기 세트와 특수방화복과 헬멧을 착용합니다. 실습 전ㆍ후 브리핑을 하고 교육장에서 ColdㆍWarmㆍHot Zone을 지정해 운영했습니다. 

 

MSA사의 공기호흡기와 헬멧은 국내 한컴라이프케어의 장비와 큰 차이가 있진 않았으나 MSA사 면체의 Eye piece 형태가 ‘W’자 형이라 하방 시야각이 좀 더 넓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방화복은 국내에서 사용하던 방화복보다 관절 부위 가동성이 좋아 땀이 많이 배출되는 조건에서도 움직임에 대한 저항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화복 무릎 부분에 보호대가 없어 교육 중 낮은 자세로 이동할 때 무릎이 매우 아팠습니다. 

 

관창은 미국 TFT사의 관창을 사용해 Cone angle(관창에서 나오는 물의 각도)과 유량 조절을 좀 더 세밀하게 조절해가며 교육을 받았습니다.

 

▲ MSA 면체

▲ TFT Quadra-Fog 40㎜ 관창

 

장비들을 사용해 보니 국내에서도 하방 시야가 넓은 면체와 분무 주수 시 Gas cooling에 효과적인 물방울 크기(지름 0.3㎜)로 만들어 주는 관창이 도입됐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홍콩 특성에 맞는 전술을 자체적으로 연구ㆍ개발하고 있다는 게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홍콩은 따뜻하고 습도가 높은 지역입니다. 홍콩의 격실(가정, 사무실 모두)은 다른 외국에 비해 화재하중이 높고 고층 건물에 위치하는 데다가 격실 크기가 작고 창문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특징은 격실 화재 시 다른 나라나 지역보다 열 방출률이 크고 화재 진행 속도가 빠르며 극단적인 화재 성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따라서 적절한 양의 물로, 적절한 목표지점에, 적절한 형태로 주수해서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해야 합니다. 

 

홍콩소방학교에서는 올바른 상황 판단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교육 중에는 홍콩에서 발생한 소방관 순직 사례, 아파트 화재에서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신 사례 등 적절한 예를 들어주면서 우리가 받는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홍콩소방학교 CFBT 훈련장의 경우 실내에 실습훈련장이 있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훈련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비와 바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 인형의 집 관찰 등을 포함한 화재 성상 관찰과 각종 진압훈련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었습니다.

 

Day 1 CFBT & Fire dynamics 

첫날 오전 교육은 교관소개와 간단한 오리엔티어링 후에 CFBT와 Fire dynamics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했습니다. CFBT 개념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와 화재의 정의, 열전달의 세 가지 형태, 연소 삼각형, 열분해, 화재 진행 곡선(시간에 따른 열방출률 곡선) 등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환기했습니다. 오전 이론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내 방에 불이 난다면?

우선 닫힌 격실 내부 한쪽 구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봅니다. 어떤 원인으로 발화돼 화재가 발생하면 화염 주변의 가연물에서 열분해를 시작합니다. 열분해 물질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일산화탄소입니다. 일산화탄소는 열분해 물질 중 연소범위가 커 연소하기 쉬운 데다가 유독물질입니다. 열분해가 시작되면 화염주위로 연기가 만들어지고 연기는 부력과 밀도에 의해 천정을 따라 개구부 쪽으로 밀려 나옵니다. 밀려 나온 연기는 일산화탄소를 포함한 미연소 가스인데 언제든 점화돼 불꽃을 발할 수 있는 연료가 됩니다.

 

▲ 1.연기 발생ㆍ중성대 형성

▲ 2. 미연소 가스 점화

▲ 3. 화염 발생


이 때문에 Gas cooling이 중요해집니다. 우리가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헬멧을 착용하는 것처럼 머리 위 가스를 냉각해 화염이 우리를 덮치지 않도록(우리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Gas cooling을 시행하는 것입니다.

▲ 산소와 연료의 혼합농도

 

위의 그림처럼 산소와 연료의 혼합농도에 따라 불꽃 연소 형태가 달라지는데 가장 큰 에너지를 방출하는 연료 형태는 산소와 연료의 농도가 이상적인 비율로 혼합돼 존재할 때입니다. 이는 연료마다 특정한 비율이 있습니다. 특정한 혼합비에 관한 지식은 소방관에게 격실(compartment, 따로 떨어져 있는 방이나 공간) 내 화재 시 산소 공급량이 제한되기 때문에 격실에 있는 문 또는 창문을 열거나 닫는 게 격실 내 산소농도에 변화를 준다는 것과 화재 성상의 변화에 큰 역할을 한다는 걸 알려 줍니다. 

 

일반적으로 과거의 가구는 대부분 나무 재질이었으나 현대의 가정, 사무실 등의 격실에서는 플라스틱 등의 고분자 물질이 많이 쓰입니다. 이에 따라 플래시오버로 진행되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현대의 거실에는 좀 더 많은 양의 가구(특히 홍콩의 경우)가 있어 화재로부터 발생하는 열 방출률 또한 커졌습니다.

 

같은 양의 가연물이 있을 때 격실 부피가 작아지면 연료지배형 화재에서 환기지배형 화재로 넘어가는 시간이 빨라집니다. 연료지배형 화재 단계에서 문과 창문을 개방하는 추가배연(열연기를 화재실 밖으로 방출하는 것과 화재실 내로의 산소 유입)을 해도 화재 성상 변화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기지배형 화재 단계에서는 화재 성상의 변화가 공기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화재실 내로 산소가 유입되면 화재는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입니다. 

 

▲ 일산화탄소의 혼합농도

 

위 그림은 화재실 내부 온도가 609℃(일산화탄소의 자연발화온도)일 때 일산화탄소와 산소의 혼합비를 연소한계에 대응해 나타낸 것입니다. 온도가 변하면 아래 혼합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목재 열분해 시 많은 종류의 물질들이 발생하나 일산화탄소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일산화탄소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그림을 살펴보면 격실의 맨 아랫부분은 연료가 부족한(too lean, <12.5%) 부분입니다. 중간 부분은 연소 범위 내에 해당하는 12.5~74%의 구간으로 불꽃이 존재합니다. 맨 윗부분은 연료가 지나치게 많은(too rich, >74%) 부분입니다. 

 

소방관은 화재 성상 곡선을 통해 격실에서 화재 발생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료지배형 화재에서 환기지배형 화재로 화재 성상이 변화하는 것과 발화기, 성장기를 거쳐 플래시오버 단계를 지나 환기지배형 화재로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화재 성상 진행에서는 가연물의 종류ㆍ양, 격실 크기와 같이 주어진 요인과 연소의 3요소(가연물-여기서 가연물은 직접적인 연료와 미연소 가스를 말합니다-, 산소, 열)와 같이 변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연소의 3요소를 조절해 화재 진행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 연료지배ㆍ환기지배형 화재

▲ 백드래프트 발생

 

이번에는 백드래프트에 관한 내용입니다. 위 2번 그림과 같이 모든 창문과 문이 닫힌 격실에서는 화재 성상이 발화, 성장, 최성기, 감소기를 지나 훈소 과정에 이르게 됩니다. 많은 미연소 가스가 농축된 상태에서 창문이나 문이 열리면 개구부 아래쪽으로 신선한 공기(산소)가 유입돼 산소와 연기가 만나는 곳에서 혼합됩니다. 

 

이 혼합이 일어나는 경계면은 공기 흐름에 따라 개구부 반대쪽으로 형성돼 미연소 가스를 압축 시켜 미연소 가스의 압력을 올립니다. 또 미연소 가스가 발화해 불꽃을 발하면 가스폭발(팽창)이 일어납니다. 이는 Fire ball이 개구부 쪽으로 발사되는 백드래프트 현상을 일으킵니다.

 

화재 진행 성상의 이해는 소방관들이 화재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식입니다. 

 

불이 난 방 속으로

오후에는 CFBT 훈련장에서 PPE 수령, 관창주수(Nozzle technique) 연습, 화재실에서의 화재 성상 관찰을 진행했습니다. 개인별로 PPE를 받고 나니 신임소방사반 교육생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먼저 TFT사의 관창으로 주수연습을 했습니다. Gas cooling을 위한 Wide/Narrow Pulsing 연습과 유량조절 숙달, 지면과 관창의 각도(Nozzle angle)를 조절하는 연습, 관창으로부터 물방울이 나아가는 각도(Cone angle)를 조절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이는 화점과 불꽃의 유무, 연기의 양, 이동 속도, 중성대의 위치에 따른 주수 방법을 다양하게 적용하기 위함입니다. 

 

▲ Zone A

▲ Zone B

▲ Zone C

 

홍콩소방학교에서는 격실화재진압 교육 때 자체적으로 격실 입구에서부터 연기, 불꽃, 화점의 유무에 따라 A, B, C Zone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각 Zone에 따라 주수 방법을 달리하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홍콩소방학교 자체적으로 개발해 적용하고 있는 교육시스템이며 특히 신임소방관 교육생들이 직관적으로 주수기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소방관이 격실화재 현장에 도착해 모든 진입 준비를 마치고 Door entry 기법으로 진입하면 제일 처음 천장 부근에 연기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연기만 존재하는 구역을 Zone A로 구분합니다. 천장 부근 중성대를 목표로 Nozzle angle을 조절하고 물방울 크기를 작게 하고자 Cone angle을 넓게 조절해 분무주수를 하면서 화점을 향해 진입합니다.

 

이는 Gas cooling을 위한 과정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머리 위쪽에 존재하는 가연물을 연소시키지 않으려는 조치입니다. 이때 연기의 이동속도에 따라 유량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교육 중에는 7bar의 압력에서 연기의 이동속도가 느릴 땐 100lpm을, 빠를 땐 200~300lpm을 사용했습니다). 

 

계속 진입하다 보면 연기와 불꽃이 함께 보이는 곳이 나옵니다. 이 구역을 Zone B로 구분합니다. Gas cooling과 연기를 화점 쪽으로 밀어내기 위해 중성대를 목표로 Nozzle angle을 조절합니다. 연기를 밀어내기 위해서는 Cone angle을 Zone A에서보다 좁게 조절해 주수합니다. 

 

이렇게 좀 더 화점 쪽으로 진입하다 보면 화점이 보일 것입니다. 화점이 보이는 구역을 Zone C로 구분하고 화점이 보이면 고민하지 말고 화점을 향해 직사주수를 합니다. 화점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교육 목적상 화점을 목표로 Nozzle angle을 향하고 Cone angle을 직사주수를 할 수 있도록 조절했습니다. 이때 개폐 밸브를 절반만 개방해 과잉 주수가 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 1. 화재 성상 관찰

▲ 2. 주수 전 중성대 하강

▲ 3. 과잉주수로 인한 steam 형성

 

기본적인 관창조작 훈련 후에는 화재실에서 화재 성상을 관찰했습니다. 가연물이 점화되면 열분해가 일어나고 성장기를 거친 후 연기와 화염이 밀려옵니다. 약간의 불 관리를 통해 중성대가 내려오면 중성대를 기준으로 상ㆍ하부 온도 차이를 느껴본 뒤 홍콩소방학교 교관이 Zone A, B, C를 지나면서 주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와서는 과잉주수로 인한 Steam 형성으로 Gas cooling에 실패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 (실습 전)안전브리핑

▲ 디브리핑


모든 관찰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 PPE를 해체했습니다. Cold zone에서 디브리핑을 끝으로 첫날 교육을 마쳤습니다. 디브리핑에서는 주수테크닉에 대한 세부적인 지적이 많았습니다.

경기 안산소방서_ 최기덕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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