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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소방시설 부실점검 부추기는 ‘저가 수수료 문제’… 대책 없나

늘어나는 업체들… 관리업체 80%는 최소 인력만으로 점검
법정 수수료 절반도 못 미치는 점검비… 부실점검 부추겨
만연한 저가 점검, 기술자 감소에 점검 질까지 떨어뜨려
업계 “소방시설 점검 정상화 위해선 현실적 대책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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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기사입력 2020-03-25

▲ 소방시설관리업체의 점검 인력이 화재감지기를 확인하고 있다.

 

[FPN 최누리 기자] = 대형 화재 때마다 부실 소방시설 점검 문제는 늘 도마 위에 오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법정 수수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점검 실태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제값을 받지 못하고 진행되는 점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소방시설점검은 치열한 경쟁 속 업체 간 덤핑과 저가 점검을 선호하는 공공기관 등 발주처의 관행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촘촘한 점검과 관리를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가 있다고 관련 업계는 입을 모은다.

 

부실점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에서는 각종 대책을 내놓는다. 대부분 소방시설관리업체를 대상으로 한 벌칙 등의 처벌을 강화하거나 제어력을 높이는 방안들이다.

 

제천과 밀양 화재 참사 이후에도 정부는 부실점검을 방지하겠다는 법규 개선을 추진했다. 점검 보고서의 제출 기일을 기존 30일에서 7일로 단축시키고 관련 벌칙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부실점검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분야 내에서는 부실 점검이 이뤄질 수 없는 환경부터 조성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관련 업계가 바라보는 내면의 숨겨진 소방시설 부실점검 원인과 대안을 짚어봤다.

 

■늘어나는 소방시설점검업체, 부실점검 부른다?

우리나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는 소방시설이 의무적으로 설치된다. 이러한 건물은 현행법에 따라 정해진 소방시설 점검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특히 법정 소방시설점검 중 종합정밀점검의 경우 전문업체인 소방시설관리업체를 통해 전문 인력이 투입된다.

 

소방시설관리업 사업자가 모인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이하 관리협회)에 따르면 현재 소방시설관리업을 등록한 업체는 전국에 999개(2020년 3월 기준)다. 지난 2012년 불과 566곳이었던 업체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1천여 개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 2018년 소방시설 자체점검 점검수수료율 분포도

 

이들 중 약 80%는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요건만 충족하는 영세 업체들이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에서는 소방시설관리업을 등록할 때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주인력(소방시설관리사) 1명과 기술인정 자격을 갖춘 보조인력 2명만 있으면 된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소방시설은 굉장히 많은 종류의 설비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를 세세히 확인하지 않으면 화재 시 정작 쓸모없을 수 있다”며 “정밀하고 세밀한 소방점검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A 씨는 또 “업체 등록이 쉬운 소방시설관리업은 기술인력 제한이 단순하고 낮아 전문성이 부족한 업체가 점검을 맡게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며 "부실점검으로 이어지는 것 또한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과열 경쟁이 낳는 부실점검 폐단… 경쟁력까지 악화

급격하게 늘어나는 소방시설관리업체의 수가 부실점검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과열 경쟁체제로 들어선 시장 구조가 덤핑의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어서다.

 

법적으로 기본 요건만 갖춘 소방시설관리업체가 꾸준히 등장하면서 결국 제살깎기 경쟁이 벌어지고 이는 곧 적정한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 B 씨는 “업 등록이 쉬운 만큼 기술과 경험 등이 부족한 업체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신생 소방시설관리업체는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점검 수수료를 상식 이하로 낮춰 입찰에 참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받아야 할 대가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으면 점검 물량을 늘려 이윤을 창출해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건 순리”라며 “한정된 인력으로 많은 물량을 해소하는 상황으로 치닫지만 시간이 모자라 최소 인력만 현장에 투입해 세세하게 점검하지 못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 2018년 8월 21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내 전자제품 제조회사인 세일전자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실제 9명이 숨진 2018년 8월 21일 세일전자 화재에서는 소방시설점검 업자가 무자격자 2명을 점검에 투입하고 자격증을 대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는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자격자를 고용해 점검 가격을 낮췄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 점검 금액은 줄어들고 영세 업체들은 인건비 등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자격자 또는 요건만 갖춘 알바 등의 단기 인력을 쓰는 일이 벌어진다.

 

업계 관계자 C 씨는 “일부 업체는 보조인력을 소방 관련 학과졸업생을 고용한 뒤 아르바이트로 쓰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인건비가 높아진다는 이유로 갈아 치우는 경우도 있다”며 “점검업체는 사실상 경력자가 세밀한 점검을 수행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결국 영세 업체가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과당 경쟁 탓에 숙련기술자의 이탈이 반복되고 업계의 점검능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법규도 안지키는 저가점검 실태… 반복되는 악순환

소방시설점검을 발주하는 발주처의 관행도 심각한 문제다. 소방시설점검은 법에서 정한 기본적인 수수료 기준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는다. 심지어 공공기관조차도 법정 수수료를 준수하는 곳이 거의 없다.

 

관리협회 관계자는 “저가 점검을 선호하는 시장이 형성되면서 이런 현상은 관행으로 굳어졌다”며 “법에서 정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강제성이 없다 보니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 소방시설관리업체의 점검 인력이 가스계소화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소방시설법 시행규칙’상 소방시설점검 용역 대가는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 중 실비정액 가산방식에 따라 산정토록 규정돼 있다. 여기서 직접 인건비 외에도 인건비 기준 직접경비(10%)와 재경비(115%), 기술료(30%)를 지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 D 씨는 “법규는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선언적인 대가 기준에 불과하다”며 “공공기관 실무자가 법규조차 알지 못해 여러 차례 알렸지만 ‘다음연도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말할 뿐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점검 수수료 도급체결 금액은 정상가의 절반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관리협회가 2019년 점검능력평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과 민간에서 체결한 도급 금액은 법규에 따라 설정한 협회 기준의 40.9% 수준에 불과했다. 표준금액의 50% 미만으로 계약한 비율은 민간이 80%, 공공기관이 60%에 달했다.

 

최영훈 관리협회장은 “일부 관리업체의 덤핑입찰에 의한 시장질서 교란 행위는 관리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적정가격 수주를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며 “이 결과 관리업계의 재무 상황은 부실해져 긴축, 편법, 비용 절감 등의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인력의 점검능력 하향 평준화로 고품질의 점검기술 공급을 방해함은 물론 관리업의 폐업과 영세화로 이어져 점검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지는 과당 경쟁과 법규에서 정한 최소한의 대가 기준을 외면하는 시장 구조로 인해 소방시설관리업계는 살아남기 위한 ‘울며 겨자 먹기식’ 점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 소방시설점검 VS 건축물 시설안전진단

소방시설관리업계는 저가 점검에 따른 폐단을 막으려면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선대책 중 하나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건물 안전진단 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관리협회에 따르면 소방시설점검과 유사한 건축물 시설안전진단의 경우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토부 산하 시설안전공단에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다.

 

▲ 소방시설관리업체의 점검 인력이 유도등을 확인하고 있다.

 

소방시설관리업과 다른 점은 법에서 정한 수수료 기준에서 미달할 경우 평가기관을 통해 별도의 정밀안전진단 평가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정밀안전진단비 등 산정 기준 100분의 70 미만 금액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면 이같은 평가대상에 포함된다. 이후 평가를 거쳐 안전상태를 사실과 다르게 진단하고 결과보고서 등을 부실하게 작성하는 등의 행위가 적발되면 등록이 취소되거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방시설점검의 경우 법정 수수료의 미달 여부와 관련한 별도의 관리나 감독 체계가 부재하지만 국토부는 적정 수수료가 투입되지 않는 건물을 별도 평가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업계 “건물안전진단 제도가 해법될 수 있어”

관련 업계는 점검 수수료 현실화를 위한 해법으로 제시하는 ‘건축물 시설안전진단’ 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점검 금액의 현실화를 통해 공공 안전을 추구하는 소방시설점검 제도의 정상화를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관리협회 관계자는 “점검 수수료의 비율을 정하는 건 자본주의 시장경쟁 원리에 어긋나는 규제로 판단될 여지도 있다”며 “그렇다면 소방특별조사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소방시설점검 실시 건물의 점검 수수료 액수를 확인해 소방시설법에 따른 기준보다 현저히 미달될 경우 관할 소방기관이 해당 건물의 소방특별조사를 시행하는 방안이다.

 

관리협회 관계자는 “국토부의 시설물안전공단과 같이 점검 수수료 미달 대상을 평가하는 점검ㆍ평가기관이 없더라도 현재의 소방특별조사 제도를 활용한다면 저가 수주로 인한 부실점검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리협회는 이 같은 개선방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소방시설법 개정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먼저 관리협회 내 예방정책발전특별위원회를 통해 연구범위를 검토한 뒤 연구기관에 용역을 의뢰하기로 했다. 연구 결과가 도출되면 소방청과의 협의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최영훈 회장은 “부실점검 원인인 저가 수주를 방지하고 덤핑 등 출혈경쟁을 바로잡는다면 점검의 정상화로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점검업계 역시 책임성 있는 자세로 점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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