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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 알다간 생명 잃는다” 알레르기와 아나필락시스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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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소방학교 안지원
기사입력 2020-03-23

얼마 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 이 영화에선 주인공 가족이 기존 가사도우미의 일자리를 뺏으려고 그녀의 복숭아 알레르기를 이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극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응급의료계 종사자 또는 본인이나 가족 중 알레르기로 위험한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웃고 지나치지만은 못했을 거다. 물론 재미를 위해 설정된 에피소드고 영화적 효과로는 성공적이었지만 영화가 얼마나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생명을 담보하는 연출은 알레르기에 대한 전반적 의식이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다소 우려되는 대목이다.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과민성 알레르기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부족하다. ‘좀 참으면 나아진다’, ‘자주 먹으면 괜찮다’, ‘먹다 보면 면역이 생긴다(?)’ 등 잘못된 인식이 많다. 이는 지극히 위험한 생각이다.

 

알레르기는 종류에 따라 극히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고 그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성이 널리 알려진 미국에서는 한 학생이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교사에게 땅콩버터를 먹이겠다고 협박해 퇴학당한 사례도 있다. 

 

얼마 전 땅콩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치른 국내 모 항공사는 그 사건과 별개로 최근 기내 땅콩 서비스를 중단했다. 땅콩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옆 사람이 먹는 땅콩 가루만 날려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이 가진 유전적 소인에 따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알레르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현실에서 알레르기 증상이 있다면 본인이 알레르기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

 

가급적 사전에 고지하고 위급 시 대처상황을 지인과 공유해야 한다. 간혹 설명해도 그 심각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되도록 멀리하는 편이 좋다. 그런 부류의 사람은 다른 일에서도 잘 협의하기 어려운 사람일 게 분명해서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가공식품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거다. 

 

“이 제품은 ◯◯◯를 사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2003년 5월 23일부터 알레르기 유발물질 22개(우유, 메밀, 땅콩, 대두, 밀, 고등어, 게, 새우, 돼지고기, 아황산류(최종제품이 SO2로 10mg/kg 이상 함유), 복숭아, 토마토, 호두, 닭고기, 알류(가금류에 한함), 쇠고기, 오징어, 조개류(굴, 전복, 홍합 포함), 잣)를 원재료로 사용한 가공식품에 위와 같은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물론 위에 언급된 원재료만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이러한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대한 국가적 통제는 앞으로 더욱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민성 반응의 기전

과민반응은 기전에 따라 1~4형으로 분류된다. 아나필락시스 반응은 제1형 과민반응에 해당한다. 면역글로불린 중 면역글로불린 E(IgE)가 과민반응에 기여하는데 이 IgE는 항원이 침입한 점막에서 형성된다. 

 

어떤 물질이든 알레르기 항원이 될 수 있다. 이 항원 자극으로 생산된 IgE 항체 때문에 히스타민 세포토닌 호산구 유주인자 등이 방출돼 과민반응이 일어나는데 아토피 피부염이나 두드러기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들 물질은 혈관의 투과성 항진,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심장혈관의 허탈이나 기도의 급작스러운 수축, 혈관 부종으로 인한 점막 부종을 초래하고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특히 말벌 등에 쏘이는 증상으로 유발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여름과 가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2016년 7595명, 2017년 7552명, 2018년 6118명으로 소폭 줄어드는 추세지만 8월 이후에 벌 쏘임으로 사망자가 집중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아나필락시스 처치

구급대는 초기에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인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래 3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의료지도를 통해 아나필락시스 처치를 하면서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기준 1 갑자기 발생한(수 분~수 시간) 피부 증상(전신 두드러기, 홍조, 입술ㆍ구강 혈관 부종)이 있으면서 호흡기계 증상(천명음, 분당 호흡 수>29회, 산소포화도<94%) 또는 심혈관계 허탈 증상(수축기 혈압 90㎜Hg 미만, 의식 수준 Ⅴ 이하)이 있는 경우

 

기준 2 이미 알고 있는 유발인자에 노출된 후 급작스럽게 피부ㆍ점막의 증상, 호흡기계 증상, 심혈관계 허탈 증상, 위장관계 증상(복통, 구토) 중 둘 이상의 장기 증상이 있는 경우

 

기준 3 이미 알고 있는 유발인자에 노출된 후 갑자기 혈압 저하가 발생해 수축기 혈압이 90㎜Hg 이하인 경우(성인 기준)

 


시ㆍ도 의료지도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1급이나 간호사의 자격이 있을 경우 성인은 Epinephrine 0.3~0.5mg을, 소아는 0.01mg/kg 용량을 근육주사로 투여한다. 시ㆍ도에 따라 페니라민 같은 항히스타민제를 같이 투여하는 경우도 있으니 의료지도 의사 지시를 따르면 된다.

 

특별구급대와 에피펜

특별구급대 사용지침에선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의료지도를 통해 에피펜을 이용한 처치를 하도록 한다.

 

국내에 수입되는 에피펜은 ‘Jext’의 한 종류다. 용량은 성인용의 경우 0.3mg이며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법이 간편하고 안전하다는 게 장점이다.

 

에피펜은 상처와 감염이 있는 부위를 피해 주사하며 부작용으로는 창백, 떨림, 불안, 심계항진, 어지러움, 두통이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이다. 단 심혈관계 질환 환자에게 사용 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용액이 변색됐거나 뿌옇게 변해 있을 경우 폐기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주사기 개당 가격이 성인용 13만4933원(보험 적용가 4만600원)의 고가다 보니 수요에 맞춰 제대로 수급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게 현실이다.

 

기존에는 1급이나 간호사들이 의료지도를 받아 에피네프린 앰플로 처치가 가능했는데 이젠 서 별로 한 대 있을 특별구급대에서만 에피펜으로 처치가 가능하다 보니 오히려 처치의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게 문제다.

 

 

얼마 전 소방청은 특별구급대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실무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모 과장은 “특별구급대는 협상 과정이며 현장에서의 자원 부족이나 미비한 점은 결국 우리가 주장하는 것에 대한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듣기에 꽤 그럴듯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현장은 책상 앞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확연하게 예상되는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면 그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환자가 겪어야 하고 해당 구급대원과 구급 담당자가 견뎌야 한다.

 

어떤 제도 시행 전 예상되는 문제점을 담당자와 실무자가 충분한 토의를 거쳐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 이런 원론적인 얘기만 하는 청의 모습은 구급대원과 구급 담당자의 신뢰를 얻기에 부족한 면이 많았다.

 

과연 우리가 저 답변을 믿고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강원소방학교_ 안지원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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