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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발화부가 어디일까… “숨은 목격자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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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기사입력 2020-03-18

화재조사 이야기의 세 번째 사례는 비닐하우스 화재다.

 

간혹 화재 현장에서는 쉽게 원인을 밝힐 수 없는 다양한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처음부터 불가피한 환경이 조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화재진압이나 잔화정리 등 대응 과정에서의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인위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만들 때도 있다.

 

우리는 화재조사관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발화부와 화재 원인을 찾는 것은 우리의 숙명이다. 화재 원인을 확인하기 힘든 손상된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발화부를 찾겠다는 조사관들의 의지를 조사보고서에 투영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주변의 환경과 많은 정보의 퍼즐을 맞춰야만 한다. 이 화재는 비록 원인을 밝혀낼 수 없었지만 발화부를 특정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그 조사과정을 119플러스의 세 번째 이야기로 담았다.


 

비닐하우스 화재와 신고자 진술

어느 해 5월 초 오전 1시 5분께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한 한 화재. 이곳에는 같은 크기의 비닐하우스 두 개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이 비닐하우스를 사용하는 업체는 각각이 달랐다. 원래 목적이 아닌 작업장으로 쓰고 있었고 공교롭게도 두 동 모두 화목난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최초 신고자는 차량을 운전하며 도로를 지나던 중 주유소 담 뒤에서 불길이 솟는 것을 보고 신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인경비시스템이 설치된 비닐하우스에서 오전 1시 37분께 연기 감지 신호가 발생했다. 경비업체 관계자가 현장에 도착하니 비닐하우스 두 동 전체는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고 했다.

 

▲ [사진 1] 화재 당시 현장

 

인근 주유소에서 취침 중이던 직원이 ‘펑’, ‘퐁’ 소리에 잠에서 깨 밖을 확인하니 주유소 담 넘어 비닐하우스에서 큰 불길이 솟아 주유소 사무실까지 열기가 전해지고 있었으며 비닐하우스 전체가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화재 당일 비닐하우스의 한 점유자는 오후 9시께, 또 다른 점유자는 10시께 퇴근했다고 진술했다.

 

화재 당시 비닐하우스를 고정하던 철 파이프는 그야말로 엿가락처럼 휘어져 붕괴해 있었다. 내부에 무엇이 있었는지, 작업공정이 어땠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연소 이후 현장은 비닐하우스 두 동과 야적해 놓은 폐플라스틱 드럼통이 소실돼 있었을 뿐 다른 정보는 전무했다.

 

▲ [사진 2] 굴삭기를 이용한 잔화 정리

 

 

비닐하우스 철 파이프가 붕괴하고 내부 구조물과 얽혀있어 잔화 정리도 애로가 컸다. 굴삭기를 동원해 현장을 정리하는 방식의 진압 활동이 전개됐다. 이런 경우 화재조사관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굴삭기를 동원한 현장 정리가 이뤄지면 화재 원인을 영원히 밝히기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혹자는 원인을 못 찾는 핑곗거리가 생겨 보고서 작성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화재조사관에게는 발화지점을 밝혀야 하는 숙제가 여전히 남기에 난감할 수밖에 없다.

 

퍼즐 찾기 시작… ‘현장 정보 수집’ 

비닐하우스 관계자들은 모두 퇴근했고 관계자가 아무도 없는 새벽 시간에 발생한 화재였다. ‘그렇다면 이는 방화인 걸까?’, ‘만약 내부적 요인이라면 전기?’, ‘작업장에서 주로 사용한 것은 뭐였을까?’ 관계인으로부터 여러 정보를 수집했지만 이것만으로 발화 원인을 밝혀내기란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화재 원인은 못 찾을 수 있지만 발화부를 찾는 것은 우리 화재조사관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주변의 모든 증거를 수집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비닐하우스가 있는 곳은 목격자가 없는 상황이 대다수다. 반경을 넓혀가며 주변의 목격자와 주차 차량의 블랙박스, 인근 폐쇄회로 등을 찾는 데 집중했다.

 

화재조사관의 활동은 화재 진압 시점에서부터 시작한다. 현장 주변 목격자를 탐문하고 현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화재 사고 주변을 촬영한다. 그 이유는 주변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를 살피기 위해 차량의 주차 위치나 동작 여부를 확인하고 폐쇄회로는 없는지 등의 조사를 통해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서다. 

 

▲ [그림 1] 비닐하우스 평면도

 

우선 관계자 진술에 따라 비닐하우스 내부 구조와 배치도를 확인했다. [그림1]에서 발화 원인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두 비닐하우스에 있던 화목난로였다. 두 곳 모두 난로를 설치해 실제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좌측 비닐하우스 관계자는 오후 9시, 우측 비닐하우스 관계자는 오후 10시에 퇴근했고 두 관계자 모두 화목난로를 확인했었다고 진술했다.

 

▲ [사진 3] 좌측 비닐하우스 자리

▲ [사진 4] 우측 비닐하우스 자리

 

화목난로 내 잔류물로 출화 여부나 소화 방법이 어땠는지를 알 수 있기에 주변에서 화목난로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잔화 정리 시 굴삭기를 이용해 정리한 [사진 3, 4]와 같은 현장에서 난로를 찾는 것도 너무나 어려웠다. 찾은 후에도 어느 쪽 난로인지 확인해야 하고 사용 여부 또한 확인이 필요했다.

 

두 비닐하우스가 있던 자리는 굴삭기를 이용한 탓에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여서 화재 방향성조차 확인이 불가했다. 이런 경우 화재조사관은 ‘발화부 미상’, ‘화재 원인 미상’으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 옛말에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말이 있듯 작은 단서라도 있어야 발화부를 찾을 것이 아닌가.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일단 화목난로부터 찾았다. 굴삭기로 정리를 했다 해도 그 형체는 분명 남아 있을 것이다. 

 

▲ [사진 5] 좌측과 우측 비닐하우스에서 설치됐던 화목난로

 

[사진 5]의 좌측 화목난로는 내부 잔류 된 재가 백화돼 있었고 우측은 탄화잔류물이 전혀 없었다. 즉 좌측은 사용한 흔적이 관찰됐지만 우측은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발화 가능성은 좌측 비닐하우스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발화지점을 단정할 수는 없었다.

 

숨은 목격자를 찾아라

발화지점은 내부구조와 가연물의 종류, 위치, 양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판단해야 한다. 이 현장은 굴삭기로 정리됐기에 현장만으로 화염의 방향성이나 어느 지점에서 발화됐는지를 전혀 알 수없었다. 하지만 멀리서나마 현장을 바라보던 유일한 폐쇄회로가 있었다.

 

▲ [사진 6] 폐쇄회로

 

어느 지점이 발화지점인지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긴 했지만 [사진 6]과 같이 너무 멀리서 촬영돼 식별이 쉽지 않았다. 최초 목격자는 도로를 주행하던 중 주유소 뒤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어느 비닐하우스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주유소 근무자가 봤을 땐 이미 두 비닐하우스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 어느 쪽에서 선행됐는지 역시 알 수 없다고 했다.

 

무인경비시스템 업체 직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두 비닐하우스와 야적된 드럼통까지 모두 불길에 덮여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증언을 기반으로 빛의 반사각과 음영, 화염과 구조물에 나타나는 반사각 등의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발화부를 추정해야 하는 몫은 더 많은 퍼즐을 맞춰야 하는 화재조사관에게 있음을 시사한다.

 

현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라

▲ [사진 7] 반사각 확인

 

[사진 7]의 ①번 사각 부분에서는 좌측 비닐하우스에서 출화된 불빛이 우측 비닐하우스에 반사되는 빛으로 관찰된다. 즉 좌측 비닐하우스에서 출화된 빛이 우측 비닐하우스에 반사돼 불빛이 보이는 것이다. 그것을 반증하는 것은 ②번의 반사 빛이다. 이것은 주유소 벽면에 반사되는 각이며 ①번 방향에서 불빛이 비치는 형상이다.

 

부연하면 ①번 부분은 비닐하우스와 비닐하우스 사이이며 그 사이로 빛이 비치는 형상이 ②번처럼 반사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좌측 비닐하우스에서 출화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형상은 ③번이다. ③번은 우측 비닐하우스 벤트(Vent) 시설이다. 불빛이 반사되고 우측 비닐하우스 능선이 식별된다는 건 좌측 비닐하우스에서 발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영상만으로는 어느 지점이 좌측 비닐하우스고 어느 지점이 우측 비닐하우스인지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이 경우 같은 각도의 주간 촬영 영상을 토대로 반사각이나 비닐하우스 위치를 파악해 정확성을 확보해야 한다.

 

▲ [사진 8] 주ㆍ야 위치 확인

화재 현장 위치를 화재 발생 전과 후 그리고 비닐하우스 위치를 주간과 일직선상으로 정확하게 일치 시켜 [사진 8]처럼 비교ㆍ확인한 결과 우측 비닐하우스는 변함이 없었다.

 

비닐하우스 지붕과 벤트 시설, 반사각을 종합했을 때 발화지점이 좌측인지, 우측인지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주간과 야간을 비교해 보면 좌측 비닐하우스가 발화부고 기계들이 위치했던 곳으로 판단됐다.

 

폐쇄회로 영상과 위치를 파악해 위에서 내려다보면 정확한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조사과정에서는 정확성을 더하기 위해 위성사진으로 현장의 카메라 위치와 불빛이 촬영된 부분의 일직선상에서 위치를 추가 확인했고 무인경비시스템의 열 감지 시간을 순차 확인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해 발화지점을 추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분석한 결과를 기록하라

관계자와 최초 목격자의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 된 화목난로에서부터 무인경비시스템의 화재 경보 시간, 그리고 폐쇄회로에 촬영된 사진과 시간에 이어 타임라인 맵핑 등을 종합한 결과 발화부를 추정할 수 있었다. 좌측 비닐하우스 특정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러한 다각적인 현장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종합해 보면 당시 비닐하우스에는 전기가 통전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두 비닐하우스 모두 퇴근 후 내부에 인명이 없는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최초 신고자가 치솟는 불길을 보고 신고한 시각은 오전 1시 38분, 무인경비시스템의 감지 시간은 1시 37분께였다.

 

인근 폐쇄회로에 녹화된 시간이 오전 1시 37분으로 확인되지만 폐쇄회로는 실제 시간보다 1분 10초가 빨랐으며 실제 촬영된 시간은 오전 1시 36분으로 우측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무인경비시스템 감지 시간보다 약 1분 정도 빠르게 불꽃이 감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우측 비닐하우스 내부보다 외부에서 화염이 선행됐음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였다.

 

특히 무인경비시스템 감지 순서를 보면 오전 1시 37분 33초에 좌측 비닐하우스와 맞닿은 부분의 감지기가 최초 감지되고 1시 37분 49초까지 5회의 감지 신호를 발했다. 폐쇄회로가 촬영된 방향에 설치된 감지기가 1시 37분 53초에 1회 감지 후 다시 채널 4번이 1시 37분 53초에 감지된다.

 

이후 오전 1시 38분 2초에 채널 2번이 감지돼 화재의 방향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출입구 방향에 설치된 감지기는 1시 38분 29초까지 5번의 감지 후 1시 38분 32초에 AC 단선이 감지된다. 이것은 연소 확대로 인한 전기적 스트레스에 따라 차단기가 동작해 단전되는 신호를 감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전 후 자체 배터리에 의해 2-4-2-3번의 순으로 지속 감지한다는 것은 무인경비시스템 감지기가 연소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화염 전파 경로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인경비시스템 감지기의 위치들을 파악하면 연소 방향성이 나타나는 것도 확인 가능하다. 야적된 플라스틱 드럼통과 철제 드럼통이 있었지만 플라스틱 드럼통은 모두 소실됐고 일부만 화염의 방향성이 잔류 돼 있었다.

 

모든 조사내용을 종합할 때 발화부가 좌측 비닐하우스였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하지만 화재 원인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화재 현장 잔화 정리를 위한 굴삭기로 인해 발화 원인은 결국 확인할 수 없는 ‘미상의 화재’로 기록됐다.

 


 

※ 화재조사 용어 Tip 

전기적 요인 중 ‘Trip(트립)’

Trip의 어원은 ‘걸려서 넘어지다’, ‘여행하다’란 뜻이다. 즉 차단기 1차 측에서 공급되는 전기가 차단기를 통과해 2차 측에서 이상(누전, 합선)이 발생하면 차단기 레버(lever)가 중간 위치로 이동하는 현상을 Trip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차단기 레버 위치를 On, Trip, Off 세 가지로 분류하고 Trip 기능이 있는 것은 50A 이상 차단기에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미국방화협회(NFPA)에서는 Off Trip이란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 이것은 가정용 30A 차단기에 Trip 기능을 채택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소형 차단기에 ZCT(zero-phase-sequence current-transformer) 기능을 추가해 사용하는 것은 차단기의 공간적 제약이 있어서다.

 


  

경기 부천소방서_ 이종인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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