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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GNSS의 활용] 국가지점번호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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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등산학교 남정권
기사입력 2020-03-18

국가지점번호란?

필자는 본지에 ‘장남중의 로프 이야기’를 기획 연재 중인 장남중 소방관과 오래전부터 GPS 활용에 대한 기술을 교류해 왔다. 2014년 12월, 장남중 소방관이 국가지점번호에 대한 활용 방법을 문의해 와 조사한 적이 있다.

 

2013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도로나 건물이 없는 비거주지역에서 누구나 쉽게 위치 찾기가 가능한 새로운 위치표시체계로써 국가지점번호를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사용하면 긴급한 상황에서 위치정보를 공유하고 협업을 통해 신속하고 체계적인 구조구급이 가능하다’는 주장과 함께 수색이나 구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당시 일선 소방서에서는 경위도 좌표를 사용하고 있었다. 국가지점번호를 통한 구조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도 않았다. 

 

119에 국가지점번호로 구조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 전화해 신고된 국가지점번호에 대한 경위도 좌표를 알아내 이 경위도 좌표로 해당 위치를 찾아가야 했다. 그러나 휴일에는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이 출근하지 않아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다행히 현재는 119상황실에 관할 지역의 국가지점번호에 대한 경위도 좌표 자료가 있어 언제든 바로 경위도 좌표를 파악할 수 있다.

 

▲ 도로명 주소

 

국가지점번호의 도입

그럼 행안부는 왜 이렇게 국가지점번호 사용을 서둘렀을까? 이는 도로명 주소 시행과 관련 있다. 1996년 내무부에서 도로명 주소 시범 사업을 착수한 후 2014년 1월 1일부터 전면적으로 도로명 주소의 시작을 알렸다. 도로명 주소의 장점을 널리 홍보했지만 사실 도로명 주소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도로와 접하지 않은 지역에는 도로명 주소를 부여할 수 없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또 다른 주소 체계가 필요했고 가장 적합한 것이 좌표였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에서는 십수 년 전부터 국가안보를 이유로 민간의 경위도 좌표 활용을 규제해 왔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전자 지도 서비스와 내비게이션에서 경위도 좌표를 통한 위치 검색과 목적지 지정, 지도상에서 좌표 파악 기능이 사라진 지 오래다. 결과적으로 행안부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평면 직각좌표(UTM-K)를 국가지점번호라는 이름으로 도입한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현재도 도로명 주소가 부여되지 않은 지역이 훨씬 많고 이 지역들을 국가지점번호와 같은 좌표로 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행안부는 2018년 7월 9일부터 8월 17일까지 기존의 ‘도로명주소법’을 ‘주소에 관한 법률(약칭 주소법)’로 개정하는 내용을 입법 예고했다. 도로명 주소와 좌표 주소를 혼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결론적으로 국가지점번호는 구조 활동의 실질적인 효용성보다 행정기관들의 정책 논리에 의해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국가지점번호가 표시된 산길샘 앱

국가지점번호의 오류

필자가 처음 추천했던 국가지점번호 활용법은 스마트폰 또는 PC의 좌표변환프로그램을 통해 국가지점번호를 경위도 좌표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시간이 흘러 현재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GPS 앱인 산길샘과 OruxMaps, Locus Map이 국가지점번호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쉽게 국가지점번호의 지도상 위치와 실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사용자가 위치한 곳의 국가지점번호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경위도 좌표로 변환할 수도 있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현장에 설치된 국가지점번호판이다. 인터넷에서 ‘국가지점번호’를 검색해 보면 각 지자체에서 국가지점번호판 설치를 홍보하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이 국가지점번호판을 설치하는 데에는 예산이 꽤 많이 든다. 국가지점번호판 한 개당 수십만원, 검증을 위해 십만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국가지점번호는 남북으로 10m, 동서로 10m의 구역을 표시하는 비정밀 좌표이므로 5m 전후의 오차를 갖는 스마트폰으로 국가지점번호를 측정해 국가지점번호판을 설치해도 구조 활동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예산이 들더라도 측량 업체가 2cm의 오차를 갖는 고정밀 측량용 RTK(Real Time Kinemetics) GPS로 측정해 국가지점번호판을 설치하도록 한 것은 국가지점번호가 단지 구조 활동만을 위한 게 아니라 기존의 지번 주소를 대체할 의도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국가지점번호판 중 번호가 틀린 것들이 적지 않은 점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누구나 쉽게 국가지점번호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민간 동호회(안드로이드 gps&earth)에서 국가지점번호판을 자율적으로 조사한 후 잘못된 국가지점번호판은 민원을 통해 수정을 요청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 예로 2019년 6월에 경기도 이천의 설봉산에 설치된 국가지점번호판 18개를 조사했는데 그 중 지자체에서 설치한 15개는 모두 국가지점번호가 잘못 표기돼 있었고 119에서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3개는 모두 정상이었다.

 


국가지점번호 오류의 원인과 대처법

좌표를 측정하는 기준을 측지기준계(이하 측지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010년 한국측지계에서 세계측지계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좌표들이 모두 다른 값으로 바뀌게 됐다. 이는 오랜 기간의 고시와 수 년간의 홍보, 몇 차례의 연기 후에 이뤄졌다.

 

2004년에는 우리나라의 평면 직각좌표계인 TM 좌표계와 별도로 UTM-K 평면 직각좌표계도 제정했으며 이는 후에 국가지점번호에 사용됐다. 필자는 2006년부터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지역별 거점 대학에서 ‘국가 GIS 전문가 양성사업’에 참여했다.

 

이때 측지계 변환과 좌표계에 대해 7년 간 강의했다. 강의를 듣는 대부분은 소방공무원이나 지자체 지적과 공무원, 국방지형정보단 지도 제작자, 측량을 배우는 학생, 측량업에 종사하는 일반인 등이었는데 아직도 측량 종사자 중 이런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RTK GPS의 설정 또는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소프트웨어의 설정에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이것이 국가지점번호의 오류로 이어진 것 같다. 참고로 국가지점번호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들은 측지계와 좌표계에 대한 설정이 검증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문제는 측지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국가지점번호 측량을 아무런 교육 없이 하청에 하청으로 이어지는 측량업체에 맡겼을 때 사실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국가지점번호로 119에 구조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해당 위치를 100% 신뢰해서는 안 된다. 가급적 관할 지역의 국가지점번호판들은 미리 직접 찾아가 검증하고 검증된 국가지점번호판들은 별도로 관리해야 이러한 혼선을 피할 수 있다.

 

국민안전처에서 독립한 소방청이 올해 속초의 큰 산불을 체계적으로 진화하는 것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일선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이 수색과 구조를 가장 잘 할 수 있으며 소방청은 시스템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다. 행정기관들의 정책 논리나 규제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관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일이다.

  

국립등산학교_ 남정권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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