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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이야기] 공장 화재… 부주의가 부른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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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소방서 이종인
기사입력 2020-03-04

119플러스를 통해 조명하는 화재조사 사례. 그 두 번째 이야기는 압축 의자 제작 공장 화재다.


전소된 공장의 화재 원인을 입증하는 것은 화재조사관의 부담일 수 있다. 화재 원인은 목격자, 현장 패턴, 화재조사관 증거수집, 객관성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모든 화재 현장에서 증거물이 발굴되는 것은 아니다. 소실돼 없어지거나 향취만 남는 경우, 무형적인 원인, 열원은 없고 패턴만 존재하는 경우 등이 있어서다.


그러기에 화재조사관은 모든 화재 원인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화재 현장을 전반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만약 원인을 단정하거나 특정한 뒤 조사에 임한다면 시작부터 화재조사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증거 역시 왜곡될 수 있다.


화재조사관은 우선 현장 진술이나 증거자료를 모두 모아 원인을 찾아야 하고 하나하나 현장의 증거를 통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또한 규명된 원인이 논리적으로 부합되는지, 증거와 부합되는지 등을 고려해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 최종적인 화재 원인을 밝혀야 한다.


이 화재는 어땠을까. 그리고 또 어떤 결론을 냈고 어떤 점이 근거가 됐을까.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 날 일어난 공장 화재

어느 해 3월 초 오전 압축 의자를 제작하는 한 공장. 오전 10시께 이 공장의 직원들은 모두 분주하게 평소대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 누구도 화재라는 재난이 찾아오리라곤 짐작하지 못한 듯하다.

 

▲ 1.화재현장(동남 방향에서 촬영) 


이날 작업자는 평소처럼 작업을 시작했다. 오전 6시 50분께부터 화목 보일러에 불쏘시개를 넣고 불을 붙인 뒤 온도를 올려 열매체오일 순환 배관 내 공기를 모두 배출한 후 건조로 내부 온도를 100℃로 맞추기 위해 화목 보일러를 지속적으로 가동했다.


이 공장의 통상적인 작업공정은 8시께부터 접착과 건조 작업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작업을 위해 화목 보일러를 6시 50분께부터 가동하는 것이다. 이날 역시 열매체오일 순환 온도가 100℃로 맞춰지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발생한 화재는 그렇게 공장 전체를 집어삼켰다.

 

공장 화재조사의 퍼즐을 찾기 ‘시작’

화재조사 과정에서는 화목 보일러 상부에서 불길이 출화되는 현상을 목격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화목 보일러가 과열되면서 상부에 있던 천막이 소훼되고 급격한 연소 확대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 2.건물의 소훼(동쪽 방향에서 촬영) 3.건물의 소훼(북쪽 방향에서 촬영) 4.건물의 소훼(서쪽 방향에서 촬영) 5.건물 입구 


화마가 휩쓸고 간 공장 건물은 전체가 고루 소훼됐고 중간 지점 철골조를 덮고 있던 천막은 모두 소실됐다. 화염의 방향성은 중간 부분에서 시작돼 좌ㆍ우측으로 확대된 형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것은 한 방향에서 바라본 형상에 불과했다. 화재조사관은 현장의 형상을 살필 때 되도록 사방을 살펴야 한다. 지붕도 볼 수 있다면 사진을 촬영해 기록을 남기는 것이 발화지점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동쪽 방향에서 바라본 공장에서는 좌측에서 우측으로의 화염 전파가 관찰된다. 그리고 외벽 담을 보니 공장 외측 담장은 화염의 전파나 전도열, 그리고 그을림의 형상이 전혀 관찰되지 않는다.


북쪽에서 촬영한 형태를 보니 좌측에서 우측으로 화염이 전파된 형상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또 천막조차 변형 없이 원형을 이루고 있음을 볼 때 전도열이 없었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서쪽 방향에서 촬영한 사진에서는 공장 천막이 동쪽 부분은 소실되고 서쪽 부분은 잔류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건물 입구에서 촬영한 천막 형태에서도 발화부를 추적할 수 있는 근거가 보였다. 천막은 쉽게 소훼되고 소실되지만 방향성을 남겨준다. 이 때문에 조사관에게는 발화부를 축소하는데 좋은 지표가 된다. 조사관은 화재 건물을 사방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사소한 것이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건물 외곽 사방에서 사진을 촬영해 화염이 전파된 형상을 확인하면 발화부를 축소해 나갈 수 있다.

 

▲ 6.문제의 보일러 7.화목 보일러 8.화목 보일러 내부 구조 9.화목 보일러 연통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퍼즐 조각들’

이제 화목 보일러를 살펴볼 차례였다. 화목 보일러 열매체오일 온도를 상승시키고 온도가 올라간 열매체오일은 열교환기를 통과하는 구조를 띤다. 열교환기는 건조로 통풍시설과 연결돼 있었고 열교환기를 통과해 데워진 공기는 건조로 안을 거쳐 열을 전달, 건조하는 구조로 돼 있었다.


[사진 7]의 좌측이 화목 보일러이고 우측은 열매체오일을 넣어 회전시키는 부분이다. 열매체오일 관을 화목 보일러 내부로 통과시켜 열매체오일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구조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면서도 하나하나 복잡하게 연결된 구조다.


[사진 8]은 열매체오일 배관이 지나고 있는 곳으로 [사진 7] 보일러 상단 내부에 ‘U’ 형태로 배관을 설치해 열매체오일을 순환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화목 보일러 연통 일부는 열교환기 내부를 통과한 뒤 상단 배관으로 배출되며 화목 보일러 배관이 위치한 부분에 PE 재질 천막이 위치하고 있었다. 공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단열재 없이 연통과 사이를 두고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예견된 화재 사고가 아니었나 싶은 대목이다.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에도 화목 보일러 내부에서는 가연물이 연소 중이었다.


여기서 잠깐 공장의 작업공정부터 살펴보자. 얇게 켠 목재를 재료로 얇은 목재와 목재 사이에 접착제를 도포해 여러 겹을 접착, 압축한 상태로 두께 약 1.5㎝ 정도 나무판을 만드는 공정이었다. 가공된 나무판은 2차로 금형 공정을 거쳐 우리가 앉는 의자 등받이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다.


화재조사관은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어느 하나를 단정할 수도 없다. 하나하나 조각난 화재 원인의 퍼즐을 맞춰야 한다. 모든 작업공정을 이해하고 문제가 발생한 부분은 없는지, 작업공정 중 무심코 간과한 공정은 없는지, 화기를 취급하는 시설로 안전감시원은 상시 있었는지, 작업공정에 사용한 기계의 이상은 없었는지, 동력원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 작업공정에 이상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정형적인 원인이 있다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무형적인 원인으로 결론이 나면 입증하기가 녹록지 않다.


공정 중 하나인 건조로 상단에는 전기 동력을 사용하는 송풍기가 설치돼 있었다. 화목 보일러에서 열매체오일 온도를 100℃로 높여 회전하는 구조고 건조로 안 온도를 올리기 위한 열교환기를 거쳐 건조로 안쪽으로 송풍하면서 건조시키는 구조다. 작업공정은 안정적인 구조로 확인되지만 문제는 화목 보일러 연통설치 부분과 구조, 위치 그리고 주변 단열이었다.


이런 경우 화재조사관은 어느 하나의 원인을 특정하고 증거를 수집해서는 안 된다. 원인을 특정하고 증거를 수집하다 보면 화재 원인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목 보일러나 작업공정에 전혀 문제없고, 이상 징후를 작업자가 전혀 느끼지 못했거나 화기를 취급하는 화목 보일러 주변에는 상시 안전감시원이 있었다면 다른 원인을 고려해야 한다. 송풍기를 사용하는 전기는 이상이 없었는지, 담배꽁초는 발견되지 않았는지, 기계적으로 출화된 흔적은 없었는지, 작업공정에 사용하는 접착제 사용 시 안전수칙은 준수했는지 등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화재 원인이 왜곡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원인 규명 시에는 특히나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 10.건조로와 화목 보일러 11.벽면의 천공 

 

“연통에서 비산된 불티가…”

이 화재 사고는 어느 해 3월 오전 10시께 발생했다. 당시 기상을 살펴보면 서남서풍이 불고 있었고 풍속은 5.3m/s이며 운량은 1.4%, 온도는 최저온도 –5℃였다. 불이 난 오전 10시께 온도는 영하 2℃, 상대습도는 70.5%로 이를 종합할 때 작업장 내에서 화재가 발생할 자연적인 요인은 배제해야만 했다.


작업공정에 필요한 접착제와 경화제는 화학적인 화재 유발요인이 있었다. 그러나 접착제 도포기계에는 수열흔적이나 출화흔적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기에 이 역시 배제 대상이었다.


현장에 작업자가 오전 6시 50분부터 작업을 하고 있어 외부인 출입 방화를 특정하기에는 어려웠다. 내부인에 의한 방화 개연성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있고 무엇보다 방화로 인해 얻어지는 보험금보다 화재로 인한 재산적 손실이 크기에 방화 개연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된다.


전기적 요인으로는 분전반 차단기가 trip(전기적 event)된 상태로 확인됐다. 직상부 샌드위치패널에 천공이 발생했고 전선의 용융형태로 보아 전기는 통전 중에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다. 전기적 요인을 배제할 수 없지만 최초 화염을 목격한 부분과 천공이 발생한 부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아크에 의한 전선 용융 망울이 비산하기도 어렵다. 최초 목격자가 불꽃을 목격한 지점 인근에 모터와 전기를 사용하는 기계가 있었으나 전선에는 기계에서의 출화흔적 등 특이사항이 관찰되지 않았다.


남은 문제는 화목 보일러 연통이었다.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지만 연통이 통과하는 부분은 천막으로 단열재 없이 설치돼 있었다. 바람이 불고 천막이 흔들리면서 연통에 닿았을 개연성이 보였다. 또 연통 끝부분이 ‘T’ 형태나 막힘없는 일자 형태로 개방돼 있어 불티가 비산했을 개연성도 커 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의심되는 원인이었다.


의자를 만드는 작업장에서 발화된 화재. 관계자와 최초 목격자 진술을 참고하고 잔류된 연소 패턴과 현장의 미연소 잔류물, 주염흔 등으로 발화부를 추정했다.


발화부에는 전기시설이 있었고 통전되고 있었다. 벽면에 부착된 분전반 차단기가 trip으로 관찰되고 직상부 샌드위치패널에는 천공이 있으며 형태는 전기적 에너지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판단됐다. 신고자가 화염을 목격한 부분은 천공이 발생한 부분과 상당한 거리가 있고 천막으로 덮여 있어 목격자가 위치한 부분에서 화염이 관찰될 수는 없는 구조다.


다만 화염이 관찰된 부분은 지붕이었다. 지붕은 천막으로 축조돼 있어 화염 진행이 급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화목 보일러는 연소로와 열교환기가 분리돼 설치된 형태이며 전일 보일러 고장으로 수리를 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화재 당일 작업자는 열매체오일을 순환시켜 배관 내 차있는 에어빼기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전 6시 50분께부터 화목 보일러를 가동해 8시부터 일상적인 작업이 시작돼야 하기에 보일러를 1시간 전부터 켜놨다. 건조로 내 온도를 100℃ 이상으로 유지해 의자 제작에 필요한 재료와 목재와 목재 사이 접착제 수분을 건조하기 위해 건조로 내부로 통과시켜 수분을 증발시키는 공정이라고 관계자는 진술했다.


[사진 1]의 중심부에서 분열흔적이 관찰되고 중심에 연통이 우뚝 솟아 있으며 일부는 천막 내 연통이 수평으로 주행하는 형태로 설치돼 있었다.

 

직상부에 천막을 설치하기 위한 철골이 관찰되는 점, 신고자가 불꽃을 연통주변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목격한 점, 내부 작업자 보일러 상부에서 화염이 목격됐다고 진술한 점, 화목 보일러 내부에 잔류된 화염이 관찰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화목 보일러 연통과 천막이 닿는 부분이 발화부이고 화인은 연통에서 비산된 불티에 의해 천막에 착화, 발화된 화재로 특정할 수 있었다.

 

경기 부천소방서_ 이종인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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