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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공기호흡기 호환성 문제놓고 ‘갑론을박’… 결론 없는 마무리

표준규격 제정 앞둔 소방청, 세미나 열고 각계 의견 수렴
공기호흡기 일부 구성품 호환 여부, 안전성 문제에 ‘발목’
신규 제조사 시장진입 막는 현행 제도… 개선 필요성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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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기사입력 2019-09-10

▲ 중앙소방학교 천안 청사 대강당에서 ‘공기호흡기 호환성 한계와 관리체계 개선 세미나’가 열렸다.     © 최누리 기자


[FPN 신희섭 기자] = 공기호흡기의 현행 제도와 규격이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제조사에 장벽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구성품에 대한 호환성 문제는 안전성을 이유로 의견이 갈리며 접점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중앙소방학교 천안 청사 대강당에서 ‘공기호흡기 호환성 한계와 관리체계 개선 세미나’가 열렸다. 공기호흡기의 호환성 범위를 명확히 해 구매 선택 기준을 만들고 다수 제조사 납품에 대비한 관리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소방청이 마련한 자리다.

 

이날 세미나에는 전국 시ㆍ도 소방본부에서 소방장비 구매업무를 담당하는 소방관들과 공기호흡기 제조사 3곳,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세미나는 발표와 패널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과 서울소방, 광주소방, 부산소방에서 발제를 맡아 ▲국내ㆍ외 호환 기준 ▲호환성 한계와 구성품별 구매ㆍ관리 ▲구매사례 및 관리방안 ▲소방장비 특정규격 구매제도 등을 발표했다.

 

토론은 구재현 목원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채승우 서울소방 소방위 ▲김준하 광주소방 소방장 ▲안명신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팀장 ▲김진업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 ▲신상훈 국가기술표준원 사무관 ▲류주선 미노언 대표 ▲유기욱 하니웨애널리틱스 차장 ▲김영수 한컴라이프케어 이사 등은 패널로 나섰다. 

 

세미나는 예상 시간을 조금 넘기며 마무리됐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각자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주장을 펼쳤지만 호환성 문제에 대한 합의점은 결국 찾지 못했다. 

 

국내ㆍ외 호환 기준 놓고 ‘설왕설래’

 

▲ 사진 좌측부터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안명신 팀장, 미노언 류주선 대표, 하니웰애널리틱스 유기욱 차장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안명신 팀장은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서 공기호흡기의 국내ㆍ외 호환 기준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기호흡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 시험세칙을 살펴보면 공기호흡기 구성품은 모두 동일한 형식승인 번호를 갖고 있어야 연결할 수 있다. 제조사가 다를 경우 부여되는 형식승인 번호도 다르기 때문에 구성품 간 호환 자체는 불가한 셈이다.

 

안명신 팀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제조사가 다를 경우 공기호흡기 구성품의 호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NFPA 1404와 1852 규격을 적용하고 있는데 다른 제조사의 공기호흡기 구성품 호환 사용과 제조사 미승인 부품 장비의 조립ㆍ사용 금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오산 미군기지와 용산 미군기지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두 곳의 미군기지에서는 NFPA 규격을 근거로 자체 지침서를 작성하고 제조사 간 공기호흡기 호환 사용을 금지하고 있었다.

 

안 팀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제조사가 다른 공기호흡기의 구성품 호환은 권장하지 않는다”며 “EN 137 규격에는 호환과 관련된 규정은 없지만 제조사가 사용과 관리에 관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토록 하고 있으며 제조사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에는 구성품을 변경해 사용할 경우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승인을 잃게 된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 비스바덴 소방서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소방서 사례를 통해 유럽에서도 공기호흡기 구성품을 변경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노언 류주선 대표는 “NFPA 상위법 어디에도 호환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며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영어 단편을 잘라 사용하면서 오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산미군기지 등의 사례를 발표했는데 그것은 미군기지에서 운영하는 자체 매뉴얼일 뿐 그 이상의 의미도 없는 규정”이라고 반박했다.

 

하니웰애널리틱스 유기욱 차장도 “공기호흡기에 용기까지 함께 묶어 하나의 제품처럼 한 개의 형식번호만을 부여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발표한 NFPA 규격은 수백 개의 기준 중 하나일 뿐 훈련 기준 등에 나온 내용을 공기호흡기에 해당하는 것처럼 발표했는데 이 부분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기와 밸브는 공통 규격” VS "안전성 담보 못 해“ 

 

공기호흡기는 크게 면체와 등지게, 용기 등 3가지 구성품으로 나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제조사 간 구성품 호환 문제를 두고 패널 간 논쟁이 벌어졌다.

 

▲ 사진 좌부터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어성화 과장, 한컴라이프케어 김영수 이사, 서울소방재난본부 채승우 소방위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어성화 기술기준부 과장은 “형식승인 제품의 경우 승인이 완료된 이후에는 임의변경이 금지된다”며 “임의변경 시 현행법상 처벌을 받게 되는데 제조사별 공기호흡기 구성품을 혼용할 경우 그 조합이 형식승인 품목인지부터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노언 류주선 대표는 “구성품 중 면체의 경우 개인 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호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구성품 전체를 호환하자는 게 아니라 가스안전공사에서 별도 인증을 받는 용기와 밸브에 한해 호환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니웰애널리틱스 유기욱 차장도 미노언 측과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유 차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안전으로 공기호흡기 구성품 모두를 호환하는 것은 우리도 반대 하지만 용기는 조금 다르다”며 “고압을 저장하는 용기는 이미 가스안전공사에서도 공통 규격화돼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컴라이프케어 김영수 이사는 “공기호흡기 구성품의 호환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공기호흡기는 화재 등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장비 중 하나로 단순하게 기기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제조사는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도 항시 염두해야 한다”며 “구성품은 물론 부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호환성을 위한 규격화가 진행된다면 기술 적용에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오히려 기술이 낙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소방 채승우 소방위는 구성품 호환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우려점을 지적했다. 그는 “용기의 경우 대부분 폭발에 의한 사고부터 걱정하는데 소방관들이 실제로 우려하는 건 폭발이 아니다”며 “여러 제품이 혼용될 경우 과연 이 장비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기호흡기의 경우 작은 결점이 곧바로 순직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호환이 허용될 경우 제조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부품의 미세한 차이는 분명히 발생하게 되고 결국 큰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로 참여한 국가기술표준원 신성훈 사무관도 공기호흡기의 구성품 호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신 사무관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조차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장비를 호환해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공기호흡기 호환성을 표준안에 넣기도 어렵지만 이것을 완전히 개정하려면 사회적 합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 구조와 제도 탓에 신규 제조사 시장 진입 어려워

 

▲ 사진 좌부터 목원대 구재현 교수(좌장), 공정거래위원회 김진업 사무관, 국가기술표준원 신성훈 사무관    

 

호환성 문제와 별개로 이날 세미나에서는 시장 구조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하니웰애널리틱스 유기욱 차장은 “후발주자로 오랫동안 한 기업에서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 진출하다 보니 시장 구조와 제도, 규정 등이 선점 업체에 맞춰져 있었다”며 “이러한 조건들이 신규 제조사 제품 출시 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발 제조사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와 규정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소방 최승우 소방위는 “제조사가 늘고 시장이 커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품질이 우수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며 “이런 이유에서 시장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제조사들도 벽을 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김진업 사무관은 “독점은 자체를 놓고 보면 나쁘다고 할 수 없다”며 “국가 정책상 산업 양육의 차원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공기호흡기 시장은 선두 업체가 앞서가고 후발 업체가 뒤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라며 “한 업체가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에 경쟁 업체와의 거래를 금지한다는 등의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선두 업체로서 한컴라이프케어가 이런 부분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독점이 생기는 것이 제도적인 측면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 김 사무관은 “관계 당국이 이 부분을 업체들과 협의해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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