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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소방 국가직화에 찾아온 고비,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김부겸 국회의원(전 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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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회의원(전 행정안전부 장관)
기사입력 2019-04-18

▲ 김부겸 국회의원(전 행정안전부 장관)

강원도 산불 이후 ‘소방관 국가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법안은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아무리 좋은 법도 만들 때 반대 의견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공론화가 되는 게 좋다. 찬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한 다음 다수가 찬성할 때 통과돼야 법에 힘이 붙기 때문이다.


지금 5만5천여 명으로 이뤄진 소방관 중 국가직은 600명, 나머지는 시ㆍ도별 본부 체제로 나눠진다. 이들은 모두 지방직이다. 국가직은 소방청장이, 지방직은 시ㆍ도지사에게 지휘권과 인사권이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가직화를 반대하는 논리는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경찰은 지방으로 내려 보내 자치경찰제로 가자면서 반대로 소방은 국가직으로 올리는 건 모순이 아니냐는 논리다. 그리고 같은 소방관인데 국가직이 되면 불을 잘 끄고 지방직이면 잘 못 끈다는 법이라도 있냐는 의견도 있다. 마지막으로 소방은 업무 성격상 국가 사무가 아니라 지방 사무이기 때문에 지방직으로 두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본인의 경험에 비춰 기탄없이 말한다면, 첫째로 경찰은 권력기관이다. 소방은 권력기관이 아니라 재난대응기관이다. 권력은 민주적으로 개혁돼야 하고 재난대응력은 강화돼야 한다. 그래서 경찰은 쪼개는 것이고 소방은 올리려는 것이다. 억강부약(抑强扶弱)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이번 강원도 산불을 들여다보자. 화재 진압을 위해 전국에서 소방차가 달려왔다. 화재 대응 3단계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3단계 발령 시 이전 같으면 소방청장이 각 지역 소방본부장에게 ‘협조’를 구해야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국가 차원의 일사불란한 대응 계획을 소방청에서 다시 짜고 훈련을 반복했다. 제천, 밀양의 아픈 경험도 작용했고 문재인 정부에 들어오면서 소방이 독립 청으로 격상된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게 있다. 각 지역본부에 대한 소방청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력과 예산이 소방청과의 협의를 통해 지역본부로 나눠진다. 지난 1년 동안 인력은 5천여 명이 증원됐다. 담뱃값에 붙는 소비세에서 20%를 떼 조성하는 ‘소방안전교부세’도 계속 내려갔다. 2015년부터 시작해 2017년도에 끝나게 돼 있던 걸 2020년까지 연장했고 비율도 올해 30%, 내년엔 45%까지로 늘어난다.


2017년 겨울, 그 많던 대형화재가 2018년 겨울에는 상당히 줄었다. 이번 산불도 조기 진화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소방관들의 피나는 노력은 물론이고 이런 투자가 선행됐기 때문이다. 거기에 지역본부를 통솔하는 소방청의 힘이 더 세졌다.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돼 있는 것보다 일원화될수록 투자와 통솔이 잘 되고 그에 따라 ‘불도 잘 끈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지금의 소방 현실도 제대로 봐야 한다. ‘헬기나 고가의 소방차 같은 장비를 보강하기 위해 기재부에 예산 달라고 하면 소방은 지방 사무인데 왜 우리한테 그러냐고 고개를 젓는다. 다시 시도지사에게 가서 손 내밀면, 소방까지 쓸 여력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수십 년을 살다 보니 아예 체념하고 살게 됐다’ 이는 실제 소방관들이 하는 말이다.


결국 국가직화의 핵심은 예산이다. 박근혜 정부 때 소방안전교부세를 만들었다. 잘한 일이다. 소방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미 그때도 인식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거기서 더 나아가 소방특별회계를 만들려고 한다. 예산은 세입과 세출이 일목요연하게 관리되는 게 좋다. 특별회계는 소방력 강화를 위한 재정적 뒷받침의 완결판이다.


예산 투자뿐 아니라 소방력의 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도 국가직화는 필요하다. 아산에 있는 ‘소방과학연구실’에 가본 적이 있다. 폐교를 빌려 만든 연구실에 고작 7명이 일하고 있었다. 참담했다. 지난 겨울에는 KT 지하 통신구에 화재가 났다. 지하구조물에 대한 지도조차 없어 처음엔 엉뚱한 곳에 물을 붓다가 도로에 구멍을 뚫어 거품을 쏘면서 겨우 껐다. 고양 저유소 화재 때도 불을 끌 방법이 없어 결국 탱크에 기름을 다 빼고서야 진압됐다. ESS라는 대형 에너지 저장 장치에 화재가 빈발하고 있지만 아직 그 정확한 원인도 모르는 실정이다.


현대 과학이 발전하고 도시가 점점 거대화되면서 화재 유형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화재의 원인을 알아야 예방이 가능하고 진화 방법을 알아야 인력과 장비가 헛수고를 하지 않는다. ‘소방과학연구실’ 수준으로는 대응이 안 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국립 소방연구원’을 만들기로 했다. 인력은 43명, 예산은 총 250억 원 정도 들었다. 이처럼 소방이 국가 사무냐, 지방 사무냐 하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


나흘 만에 소방관 국가직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이 서명했다고 들었다. 국민이 결정하면 국회도 금방 따라 움직이지 않을까. 소방관 국가직화의 마지막 고비를 맞은 지금 부디 국민의 관심이 이어지길 소망한다.

 

김부겸 국회의원(전 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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