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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바뀐 소방공무원 경력채용 규정… ‘황당한 수험생들’(종합)

예고 없이 바꾼 규정에 시험자격까지 박탈
서로 ‘네 탓’이라는 소방청과 시ㆍ도 소방본부
소방청, 논란커지자 경력채용 규정 시행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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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기자
기사입력 2019-03-11

▲ 지난 1월 24일 소방청예규로 제정된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및 신임교육업무 처리지침’과 지난 2월 15일 추가안내 사항으로 공고된 소방공무원 신규 채용시험에는 ‘근무경력(기간)을 응시요건으로 하는 경력경쟁채용에서 원칙적으로 10년 이내의 근무경력에 한해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지침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시행되면서 일부 수험생들은 시험조차 치르지 못하게 됐다.     ©소방방재신문

 

[FPN 김혜경 기자] = 소방청의 미흡한 행정으로 소방공무원 채용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시험 계획 공고 과정에서 이전에 없던 경력경쟁채용 근무경력 제한을 올해 갑자기 반영하면서 응시자격을 박탈한 수험생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같은 논란이 커지자 소방청은 부랴부랴 뒷수습했지만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줬다는 비난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소방공무원 구조 분야 경력경쟁채용 시험을 준비해온 A 수험생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자격 중 경력채용 근무경력에 대한 인정 기간에 제한이 이뤄지면서 A 씨는 시험조차 못 치르는 처지에 놓였다.


최근 광주와 대전, 세종, 제주 등 4개 시ㆍ도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시ㆍ도 소방공무원 신규채용시험 계획 공고에는 ‘근무경력(기간)을 응시요건으로 하는 경력경쟁채용에서 원칙적으로 10년 이내의 근무경력에 한해 인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 공고에 적시된 ‘10년 이내 근무경력만 인정한다’는 규정은 논란을 낳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경력경쟁채용에 있어 근무경력 기간에는 사실상 아무런 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월 24일 소방청예규로 제정된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및 신임교육업무 처리지침’이 배경이 됐다. 이 지침을 근거로 시ㆍ도별 채용이 진행되면서 10년 이상의 근무경력을 갖고 경력경쟁채용 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은 갑작스럽게 응시자격을 잃게 됐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응시원서 접수를 시작하기 3일 전에서야 이를 추가로 공고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구조 경력채용을 준비하던 A 수험생은 “경채 자격조건이 사전에 아무 말 없이 변경돼 일부 수험생들은 시험을 볼 수 없게 됐다”며 “이런 공고를 시행하려면 적어도 최소 1, 2년 전에는 알렸어야 지금처럼 피해를 보는 수험생들이 없었을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B 수험생은 “이렇게 중요한 사항을 필기시험 보기 두 달 전에 공고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그동안 공부하면서 노력해온 것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 너무 억울하다”고 한탄했다.


예고 없이 시행된 채용 규정을 두고 소방청은 해당 지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을 보였다. 소방공무원 임용권자인 시ㆍ도지사 판단에 따라 지침 시행 여부가 지역별로 결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번 지침은 시ㆍ도 의견을 들어 통일성과 효율성을 기하고자 기준만 제시한 것”이라며 “올해 1월 이 지침을 시행했지만 임용권자가 채용 계획을 수립할 때 10년 이내 근무경력만 인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공고할지 안 할지는 시ㆍ도에서 결정한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경력채용 취지 자체가 채용 후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최근까지 지속적인 훈련ㆍ교육을 받은 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오래전에 관련된 곳에서 근무했다고 무조건 과거 경력을 인정하는 건 취지에 맞지 않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ㆍ도 소방본부 측 입장은 소방청과 달랐다. A 소방본부 관계자는 “시ㆍ도 소방본부의 상급기관은 소방청이기에 상급기관에서 지침이 시달되면 그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소방청에서 기준만 제시한 거고 결정은 시ㆍ도에서 했다고 주장한다면 소방청이 무책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B 소방본부 관계자도 “소방청에서 내려온 예규이기 때문에 따르지 않을 수는 없다. 기준을 주고 그 기준을 따를지 말지를 시ㆍ도에서 알아서 결정하라고 하면 당연히 시험행정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며 “소방청의 답변이 허탈할 뿐”이라고 말했다.


시ㆍ도 소방본부 판단에 따라 시행한 것이라는 소방청 설명과 달리 소방본부들은 해당 지침을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상반된 설명이다.


소방청과 채용 공고를 낸 지역 소방본부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 수년간 경력채용을 준비하던 수험생들만 애꿎은 피해를 본 셈이다. 유예기간조차 없이 예규를 제정해 시행한 소방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 소방본부의 관계자는 “채용시험이라는 게 모든 시ㆍ도가 동일한 기준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어떤 시ㆍ도는 이렇게, 어떤 시ㆍ도는 저렇게 하는 것은 응시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본부 관계자는 “지침의 취지 자체는 상당히 좋지만 시행 시기에 따른 유예기간이 조금 미비하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소방청이 어떻게든 정리를 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소방청은 관련 규정의 시행을 중단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소방청은 6일 ‘근무경력(기간)을 응시요건으로 하는 경력경쟁채용에서 원칙적으로 10년 이내의 근무경력에 한해 인정한다’는 내용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시ㆍ도 소방본부에 하달했다.

 

▲ 지난 5일 소방청은 논란이 된 ‘10년 이내의 근무경력에 한해 인정한다’는 경력경쟁채용 시험 응시자격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시ㆍ도 소방본부에 문서를 하달했다.     ©소방방재신문


이 공문에는 시ㆍ도 소방본부별 여건에 따라 오는 4월 6일 필기시험 전까지 변경 공고와 함께 추가 원서접수, 홍보 등을 실시해 채용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공문이 하달된 뒤 서울과 인천, 울산, 충남 등 곳곳의 시ㆍ도 소방본부에서는 논란이 된 근무경력 제한 내용을 삭제해 채용시험 변경 재공고를 냈다.

 

김혜경 기자 hye726@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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