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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불량 포혼합장치… “검사도, 후속 조치도 허술했다”

국내 유일 소방용품 인증기관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검사체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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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기사입력 2019-03-11

- 소방 인증 버젓이 통과한 불량 포혼합장치, 문제는?
- 제보 접수 후 흘려보낸 10일, 결정적 증거 확보 못해
- M사 부정행위 조작 확신하고도 인증 또 내 준 기술원
- 성능인증 취소 어렵다는 기술원, 검찰 고발장 봤더니…
- 조작 확신해 놓고도 현장 설치 제품 조사는 안했다
- 허술한 기술원 검사가 결정적 역할 “M사만 달랐다”

- 내부 고발만이 답인가… 구멍난 소방용품 검ㆍ인증

 

▲ 우리나라 소방용품의 검ㆍ인증을 맡고 있는 기관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유일하다.     © 소방방재신문

 

[FPN 최영 기자] = “업체가 작정하고 사기를 치면 알 수가 없어요. 우리도 속은 겁니다”


최근 논란이 된 M사의 불량 포혼합장치 유통 사건에 대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주장이다. 

 

소방관련법에서는 화재안전을 위해 중요 소방용품과 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의무 설치 대상은 물론 소방용으로 사용되는 제품은 법에 따라 강제 인증인 ‘형식승인’과 임의 인증인 ‘성능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임의 인증으로 분류되는 성능인증품도 법 테두리 내 최소한의 기준으로 명시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강제 인증과도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런 소방용품들의 성능을 확인하고 승인해 주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기관이 바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이다. 이번 사건은 이 인증ㆍ검사 시스템에 구멍이 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원은 “비도덕한 업체가 마음먹고 속이려고 달려든다면 방법이 없다”고 항변한다. 이번 사태는 물론 과거에도 줄곧 불량 소방용품 유통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기술원은 이런 입장을 취해왔다.


실제 이번 M사의 불량 포혼합장치 사건은 해당 업체가 작정하고 사기를 친 건 사실이다. 그 치밀한 수법은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성능 표시 조작장치를 업그레이드 할 정도로 대담했다.(관련기사- 본지 2월 25일자 보도 ‘집중취재/국가 인증 버젓이 통과한 엉터리 포혼합장치 논란’ 기사)


그렇지만 국내 유일 소방용품 검사 기관인 기술원의 시스템에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불량품이 시중으로 풀렸지만 이를 해당 업체 관계자의 내부고발이 있기까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술원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쓴소리까지 내뱉는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과정에서도 기술원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기술원의 이러한 인식 뒤에는 심각한 모순이 숨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원을 속이는 업체가 있을지라도 모를 수밖에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도 시중에 불량 소방용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기술원은 그들의 주장처럼 악덕 업체로부터 피해만 입었던 것일까. 취재 결과 이번 사건 뒤에는 그들의 주장과 달리 검사 체계 부실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기술원은 해당 업체의 부정행위를 확신한 뒤에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 등 이해 못할 행정까지 펼쳐 온 것으로 나타났다. M사의 부정행위 사실을 확신한 기술원은 성능인증 취소나 제품검사 중지 등의 제재 조치는 커녕 동일 제품의 추가 인증과 검사를 해주기까지 했다.

 

게다가 M사의 시험장치 조작 제보 직후의 대처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이를 두고 갖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이번 사건의 내막과 문제점을 집중 취재했다. 

  

현장 조사 허탕 친 기술원 “이유 있었다”


취재결과 M사의 시험장치 조작 정황을 기술원이 처음 인지한 것은 내부 고객관리시스템 민원 제보가 접수된 지난해 3월 5일이다. 취재결과 기술원은 이 민원이 접수된 뒤 10일이 지난 15일이 돼서야 조사계획을 수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십대, 수십억원에 달하는 불량 소방용품이 주요 시설에 유통됐을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뒤늦게 대응한 것이다.


이후 3월 16일 기술원은 M사의 공장을 직접 찾아 조사했다. 하지만 아무런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현장에는 조작장치가 모두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조사가 이뤄진 당일 M사 대표는 기술원을 직접 방문해 2건의 성능인증에 대해 인증과 검사를 조작해서 받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썼다. 여기에 더해 기술원은 제보자로부터 M사의 조작 사실에 대한 목격확인서까지 받았다.

 

▲ 2018년 3월 5일 최초 제보된 민원 사진에는 M사의 조작장치가 찍혀 있었지만 민원 접수 후 10일이 지난 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현장을 확인했을 때는 이 조작장치가 사라져 있었고 컴퓨터도 분리된 상태였다     © 소방방재신문


그런데 M사 대표는 돌연 말을 바꿨다. 당초 조작 사실을 인정했던 M사 대표는 최초 확인서를 작성한 3일 후인 19일 기술원을 재차 방문해 인증과 검사 조작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다시 제출했다. 이후 기술원은 자체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을 근거로 M사 대표를 4월 12일 검찰에 고발했다.

 

조작 사실 확신하고도 또 인증 내준 기술원


취재 결과 최초 M사의 부정행위 정황이 확인된 지난 3월 이후에도 기술원은 이 업체 제품에 대해 추가적인 인증을 내주고 제품검사까지 해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능인증만 해도 지난해 6월 3건, 8월 2건, 9월 2건 등 총 7건에 달한다. 종류도 호칭별 소화약제 비율별로 다양하다. 제품검사는 7월과 8월 동안 3대가 이뤄졌다.


현행법상 소방용품의 성능인증을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 또는 검사를 받으면 강제 취소 대상이 된다. 그리고 동일 품목에 대해서는 2년 간 성능인증을 받을 수 없다. 사실상 M사는 성능인증 취소 대상이었지만 기술원은 사건 정황을 확인한 이후 검찰 발표가 나오기까지 무려 10개월 동안 인증 취소는 물론 검사를 중지조차 하지 않았다. 이것도 모자라 동일 제품에 대한 추가 인증과 검사까지 진행해줬다.


기술원 측은 “제조업체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부인해 승인 취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이 들어왔을 때는 조치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게 현실이고 해당 건에 대해서는 당시 검찰에 고발한 상태였다”고 일축했다.

 

성능인증 취소 어렵다던 기술원 고발장 보니…


기술원은 M사의 부정행위 인지 이후 제재없이 이뤄진 성능인증과 검사를 두고 해당 행위에 대한 사실을 확정할 수 없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항변한다. 업체 측이 부정행위 사실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검찰에 제출한 기술원의 고발장은 이런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기술원은 당시 M사 대표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했다. 이 죄목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했을 때 성립되는 범죄다. 여기서 ‘위계’는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간추리면 기술원을 속여 인증을 받고 검사까지 통과한 죄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 고발장에 적시된 고발 취지를 보면 기술원은 M사가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과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입수한 기술원의 고발장에는 ‘피고발인이 포소화약제혼합장치 성능인증 시험ㆍ검사를 받는데 있어서 데이터 조작 장치를 이용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기술원 검사원의 오인, 착각을 일으키게 해 시험ㆍ검사에 합격했으니 엄벌해주시기 바란다’고 고발취지가 적혀 있다. 검찰에 M사의 부정행위 사실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이 아니라 부정합격 사실을 확정하고 강하게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다.

 

▲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M사가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과 검사에 합격했다는 내용이 분명히 적시돼 있다.     © 소방방재신문


이렇게 기술원이 M사의 부정행위가 확실하다고 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현장조사 직후 M사 대표가 당일 오후 기술원 감사실을 찾아 조작사실을 인정한 확인서를 제출했고 제보자 역시 목격확인서를 줬다는 점이다. 또 기술원이 해당 사실 확인을 위해 조사한 내용으로 종합해 볼 때 상당 부분을 정황증거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의지 있긴 했나… “유통 제품 확인도 안 했다”


기술원의 주장처럼 M사가 부정행위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는 이유로 할 수 있었던 조치는 정말 없었을까. 당시 가장 시급하게 확인돼야 할 사항은 불량 제품이 실제 유통됐는지 여부였다. 이를 위한 방법은 현장에 납품된 제품의 성능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러나 기술원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기술원 자체에 시설물이나 해당 업체를 강제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게 기술원의 해명이지만 당시 조치는 소극적이었다고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필요시 소방청과의 협조를 통해 특정소방대상물에 설치된 M사 포혼합장치를 성능조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원은 포혼합장치 부정검사와 관련해 지난해 3월 27일(제보 민원 접수 후 22일이 지난 시점) 소방청을 비롯한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관계자들과 함께 합동 현장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3월 16일 기술원에서 M사 공장을 한 차례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공장을 조사했다. 이때 역시 공장 내에서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미 치워버린 조작장치를 11일 전 확인해 놓고도 또 찾아갔던 것이다.


갑자기 말을 바꿔 조작 사실을 부인하는 M사 측 공장 조사보다 실제 제품의 성능 확인이 시급한 상황에서 왜 또 공장을 조사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결국 검찰 조사가 발표된 최근에 들어서야 현장 납품 제품을 조사하기 시작한 소방청과 기술원은 M사 제품에 성능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M사만 유독 달랐던 시험시설… “결정적 문제였다”

 

▲ M사의 전자식 모니터는 다른 포혼합장치 제조업체 시험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 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M사가 시험 장치를 조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허술한 기술원의 검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M사 제품의 성능 문제는 포소화약제의 혼합비로 귀결된다. 포소화약제를 정확한 비율로 섞어줘야 하는 게 제품의 역할이지만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성능이 들쑥날쑥하거나 혼합비 자체가 한참 미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기술원은 인증이나 검사 과정에서 문제를 알아채지 못했다. 시험장치에 조작을 해놨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M사가 조작했던 포혼합장치의 시험장치가 타 업체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 형태였다는 사실이다.


보통 포혼합장치의 성능시험은 유량계와 저울 등을 이용해 이뤄진다. 이 두 가지 시험시설은 포혼합장치를 제조하려면 법적으로 반드시 갖추도록 정해 놓은 시험시설이기도 하다.

 

▲ 소방청 고시인 소방용품의 세부시험시설 기준에는 저울과 기능시험을 위한 유량계를 반드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포혼합장치를 제조하는 업체는 유량계와 저울을 사용해 포소화약제의 혼합비를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M사는 업체들 중 유일하게 이 유량계를 전자식으로 고안해 모니터에 표시되는 방식으로 검사를 받으면서 조작장치를 사용했다.     © 소방방재신문


그런데 M사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전자식 시험장치는 전자 유량계를 통해 얻어진 값을 모니터에 표시해 주는 방법으로 시험이 이뤄졌다. 포혼합장치를 생산하는 다른 업체들은 이런 장치 없이 유량계와 저울을 이용해 검사를 진행한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지난해 3월 이후 기술원은 이러한 전자식 모니터 방식에서 유량계와 저울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부랴부랴 시험방법을 개선하기도 했다.


M사에서 일했던 직원 등에 따르면 이 모니터 방식의 시험장치가 설치된 것은 지난 2013년 경이다. 그 때 이후부터 조작장치를 활용해 부정 검사가 진행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다시 말해 기술원이 전자식 모니터를 사용해 인증과 검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M사 제품이 인증이나 검사를 통과할 가능성도 애초부터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해 기술원 관계자는 “비용까지 들여 첨단화시킨 시험장비로 사기를 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전자식 시험장치의 허용으로 인해 문제가 불거진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불량 소방용품 사건 뒤에 숨은 ‘공통점’


이번 포혼합장치 사건처럼 불량 소방용품이 검ㆍ인증 시스템을 버젓이 통과해 시중으로 팔려나간 일은 처음이 아니다. 기술원의 검ㆍ인증 시스템 오류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대표 사례는 지난 2006년 청운소방의 불량 소화기 사건과 2014년 금륜방재의 불량 불꽃감지기 유통 사건이다.


청운소방 사건은 분말소화기에 쓰이는 제1인산암모늄 대신 B급(유류화재) 소화가 되지 않는 황산암모늄을 넣어 무려 37만개에 이르는 불량 소화기가 불법 유통됐던 일이다. 당시 이 업체는 기술원 관계자가 검사 시료를 발췌할 때 정상제품으로 바꿔치기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검사원을 속였다.


금륜방재의 불량 불꽃감지기 사건의 경우 기술원이 실시하는 제품검사에서 정상적인 회로기판을 장착하고 이후 다른 기판으로 바꿔치기하는 등의 수법으로 제품을 변조했다가 들통이 났다. 이렇게 시중에 불법 유통된 4641개의 불꽃감지기는 원자력발전소나 문화재 등 국가 주요시설에 설치됐다.


포혼합장치 사건을 포함해 총 세 번의 대형 불량 소방용품 유통 사건에는 동일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모든 사건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밝혀졌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런 내부 고발자가 없었다면 여전히 불량 소방용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소방용품의 검ㆍ인증 시스템 자체가 내부 고발이 아닌 이상 조작 등의 사기를 쳐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업체들의 수법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청운소화기는 검사원의 눈을 수동적으로 속였지만 금륜방재는 검사를 모두 받아 통과된 제품을 검사 이후 몰래 개조했다. 이번 포혼합장치는 시험장치 자체를 조작해 검사원을 대놓고 속였다. 

 

소방용품의 강한 사후 관리 방안 등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같은 불량 소방용품 사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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