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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천ㆍ밀양 화재 1년… 정부 대책 어디까지 왔나

대책에 고심한 정부, 건축법ㆍ소방법 개선책 마련했지만…
국회 상임위 문턱도 못 넘은 법안… 하위법령도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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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기사입력 2019-01-10

▲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 소방방재신문

 

[FPN 최영 기자] = 지난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화재. 그 이후 한 달 남짓 지난 2018년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가 나면서 47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다. 경제적 논리를 앞세운 우리나라의 건축 실태와 기술 정책의 부실성, 그리고 각종 기술의 실패가 부른 대형 참사였다.

 

연이어 발생한 이 두 번의 대형 화재 사고로 정부는 그간 대책 마련에 고심해 왔다. 건축물의 구조적인 취약성과 사각지대에 놓인 소방시설, 그리고 부실한 관리, 화재 대응 측면 등 다양한 문제점들은 여과 없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후 정부는 원천적인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올해 1월은 이 두 번의 대형 화재참사가 연달아 발생한 지 약 1년을 맞는 달이다. 과연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책은 어디까지 실행됐을까. <FPN/소방방재신문>이 당시 화재 참사에서 드러난 대표적인 문제점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관련 제도 개선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짚어봤다.

 

닮아도 너무 닮았던 제천ㆍ밀양 화재

▲ 2018년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47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다.     © 최영 기자

 

당시 두 화재에는 공통적인 문제점들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로 꼽혔던 건 건축 구조에서 드러난 고질적 문제였다. 

 

우선 제천과 밀양 화재는 모두 1층에서 발생됐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이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층계에는 둘 다 방화문이 달려 있지 않았다. 제천 스포츠센터는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였고 밀양 세종병원은 실내라는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둘 다 방화문 없이 뻥 뚫린 1층은 화재 시 화염과 연기를 삽시간에 상층부로 이동시켰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위층으로 불과 연기가 확산될 수밖에 없도록 허술하게 구획된 수직관통부였다. 제천 스포츠센터는 승강로 상단이 목재로 구획될 정도로 허술했고 두 건물 모두 건물 내 배관이나 전선, 통신선 등이 오가는 수직 통로에는 틈새가 존재했다. 

 

건축 구조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제천 화재 당시 1층 주차장 천장 내부에는 10cm 두께의 가연성 스티로폼이 있었고 밀양 화재 역시 천장 내 5cm두께의 스티로폼 단열재가 붙어 있어 화재 확산의 최초 경로가 됐다.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는 가연성 스티로폼 등 단열재는 첫 불씨가 됐던 셈이다.

 

제천 화재 때에는 지난 2015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에서 불거졌던 건물 외벽의 단열재 문제가 또 지적됐다. 

 

미흡했던 건물 관계자들의 대처 역시 두 사고가 비슷했다. 제천과 밀양 모두 화재 초기에 자체 소화에 실패했다. 제천은 소화기로 천장 속에서 시작한 불을 끄지 못했다. 밀양 또한 소화기를 사용하긴 했지만 천장 속 불길은 잡는 데 실패했다.

 

소방관서에 신고가 이뤄진 시각도 이미 불길과 연기가 확산된 이후 이뤄졌다. 늦어진 신고 탓에 소방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화재는 최성기에 달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제천의 경우 피해가 가장 컸던 2층 여성사우나의 뒤편 비상구는 폐쇄된 상태로 운영되던 사실이 드러났다. 밀양 세종병원은 입원환자 대부분이 결박된 상태였고 100여 명의 환자가 있었음에도 근무 인원은 단 9명에 그쳤다. 평상시 대비도, 대처 능력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소방시설은 더 엉성했다. 제천은 부실한 관리로 그나마 있던 스프링클러설비는 작동조차 안 했고 밀양은 수많은 피난약자가 입원해 있는 시설임에도 스프링클러설비가 없었다. 

 

제천 화재에서는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돼 있었음에도 소방시설 점검 중 작동 상태만 확인하는 ‘작동기능점검’만 수행돼 왔던 사실도 드러났다. 세밀한 검사가 이뤄지는 ‘종합정밀점검’ 대상으로는 포함되지 않았다. 밀양은 도면상 있었어야 할 1층의 방화문이 없는 상태로 장기간 방치돼 오면서도 점검 과정에서 개선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화재안전을 위해 의무사항으로 정해 놓은 법규가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결국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결국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는 제천, 밀양 화재라는 대형 화재참사를 통해 무려 77명 사망, 부상 185명이라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낳으며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돼야만 했다.

 

사고 이후 형상 잡힌 건축법령 개선안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화재에서는 언제나 건축법의 허점이 드러났었지만 관련 제도의 문제는 쉽게 이슈를 낳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제천과 밀양 화재를 계기로 허술한 건축법 문제는 도마에 올려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도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건축법의 문제가 부각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동안 대부분의 화재 사고에서는 소방시설 부재 문제나 부실관리, 대응적 문제만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건축법의 문제가 떠오르면서 국토교통부는 그간 방치돼 왔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TF를 운영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건축법 시행령’과 ‘건축물의 피난 및 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자동방화셔터 및 방화문의 기준’, ‘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 및 화재 확산 방지구조 기준’ 등 관련법규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12일 입법예고가 이뤄지면서 그 형상을 드러냈다.

 

화재 확산을 일으키는 건축물의 마감재료와 방화구획, 피난계획, 소방지원, 건축자재의 품질관리 등 방대한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는 우선 건축물에서의 화재 발생과 수직 확산 방지를 위해 마감재료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6층 이상(22m 이상) 건축물에 대해서만 가연성 외부마감재를 사용금지하던 현행 규정을 3층 이상 건축물과 피난약자 건축물을 대상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또 제천처럼 필로티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확산 방지를 위해 외벽과 상부 1개 층은 화재안전성이 강한 마감재료를 사용토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방화구획 규정으로는 건축물의 모든 층은 층간 방화구획을 하도록 하고 필로티 주차장을 건축물 내부와 구획하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방화문 설치 규정에서는 화재감지가 늦은 온도 감지 규정을 삭제해 연기나 불꽃을 감지해 닫히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건축물 내부의 방화구획을 관통하는 환기구 등에 설치되는 방화댐퍼는 연기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성능시험 기준을 강화하고 2년마다 시험을 받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소방관의 건축물 진입을 위해 그동안 방치돼 왔던 기준도 손질하기로 했다. 제천 화재 때 소방관이 2층 사우나의 통유리를 파괴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그간 세부 기준을 정립하지 않고 방치해 왔던 소방관의 진입창 크기, 설치 위치 등의 구체적인 기준도 설정했다.

 

그간 화염 확산을 차단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체형 방화셔터도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시키는 방안도 관련법규 개정안에 넣었다. 또 화재 사고 때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직통계단 간의 이격거리를 산정하는 기준을 새롭게 도입하고 거실로부터 직통계단까지의 보행거리 기준을 설정하기도 했다.

 

건축 자재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현행 방화문의 성능시험제도를 제조공장과 시공현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품질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인정제도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건축물 화재와 내진관련 기준을 위반하고 유지관리 의무를 불이행하는 자에 대해서는 현행 이행강제금 수준보다 최대 3배 상향된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았다.

 

“제2참사 막겠다” 잠자는 소방법 개선안

 

소방 관련법의 개선방안도 형상을 드러낸 상태다. 하지만 제천, 밀양 화재 이후 마련한 관련 법률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시행령 등 하위법령 역시 건축법처럼 입법예고만 이뤄진 상태다.

 

개선이 추진되는 대표적인 법규는 ‘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소방기본법’,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다중이용업소법)’, ‘국가 화재안전기준’ 등이다. 소방특별조사 제도 손질을 비롯해 건축물의 소방시설 설치, 관리, 화재안전을 위한 영향평가 제도 도입, 화재안전 정보 공개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소방시설의 설치와 관리 등을 총괄하는 관련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구을)의 법안이 대표적인 개선안이다. 이 법안에는 중앙행정기관이 화재안전관련 법령을 제ㆍ개정할 때 화재 위험요인을 소방청장으로부터 사전에 분석, 평가받도록 ‘화재안전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또 현재 사전 예고 이후 진행되는 소방특별조사를 정밀조사와 불시단속으로 구분하는 내용과 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건축법에 따라 설치되는 피난ㆍ방화시설의 적법성을 소방서장이 건축허가동의 단계에서 검토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고 있다. 여기 제천 화재 시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를 폐쇄했던 문제점과 관련해 이러한 폐쇄나 훼손, 변경 등의 행위를 하거나 소방안전을 소홀히 한 관계자에 대한 벌칙도 대폭 상향했다.

 

소방청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관련해 30병상 이상의 중ㆍ소병원에 스프링클러와 방염성능기준,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소방시설을 강화하는 규정을 마련해 입법예고를 마쳤다. 또 거동불편 수용시설에 대한 인명대피 훈련을 연 1회에서 분기별 1회로 강화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음에도 건물주 아들이 직접 점검을 해도 될 만큼 부실했던 제천 화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소방청은 법령 개정안에 스프링클러 등 자동소화설비가 설치된 대상물은 반드시 전문 업자(소방시설관리업체)가 점검을 할 수 있도록 종합정밀점검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소방시설 자체점검 이후 30일 이내에 소방서에 보고토록 돼 있는 규정을 7일로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중이용업소법에서는 비상구 폐쇄 등 중대한 의무 위반행위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로 삼았다. 또 관할 세무서장에게 사업자의 폐업여부 등의 정보 요청을 소방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소방관서장로부터 업소의 안전시설이 미흡해 영업정지나 허가 등의 취소를 요청받은 허가 관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따르도록 하는 근거도 담았다.

 

화재배상책임보험의 보상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과실이 없는 경우 보상을 하지 않도록 한 피해보장 범위를 과실이 없어도 보상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 보상금을 상향 조정하도록 했다.

 

실제 개선은 아직… 규제 검토가 관건

 

화재 예방을 위한 핵심 제도는 건축법과 소방법으로 나뉜다. 이 양 법의 공존으로 건축물의 화재안전성이 확보되는 만큼 법규 개선이 곧 대책이다. 문제는 정부가 다양한 법규 개선책이 마련했지만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제 바뀌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제도 개선책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거나 입법예고를 거쳐 현재 규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화재 발생 당시에만 이목이 쏠리는 이른바 ‘반짝 여론’이 원인이라는 시각이 크다. 관련 법규 개선책은 곧 규제로 연결되기에 정부가 마련한 대책은 중ㆍ소병원 등 규제 대상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부르며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 화재 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의 과제는 기존 건축물이다. 곧 법규 개선이 이뤄진다 해도 과거 지어진 건축물까지 안전시설 등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은 딱히 없는 실정이다. 정부에 기존 건물에 대한 안전성 평가 제도 등을 도입해 대안을 마련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개선효과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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