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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사 분리발주… 식지않는 이견다툼

소방공사 분리발주 법안! 어디까지 왔나?
소방공사협회, 업계 및 발주처 설문조사 결과 공개
업계, “적정 공사비 받기 어려워 시공품질 떨어진다!”
소방공사업체, 눈치만 살피는 약자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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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기사입력 2010-03-29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소방산업에서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강조해 온 사안이다. 하지만 그만큼 건설업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소방방재청에서는 지난 2008년 9월 4일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 내용을 담은 소방시설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적극 추진해 왔지만 같은 해 12월 규제개혁위원회의 검토에서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결국 분리발주 법안 개정은 무산되어 버렸다.

이후 지난 2009년 5월 11일 10명의 국회의원들과 함께 주성영 의원이 ‘소방시설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이지만 건설업계의 반발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 법안의 주요골자는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 또는 발주자는 소방시설 공사를 발주함에 있어 공사업자에게 도급해야 하고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발주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소방시설 공사의 성질상 또는 기술관리상 분리해 발주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분리발주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소방시설공사의 금액을 타 업종 공사 금액과 구분하여 표시토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즉,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를 의무화 시키고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소방산업에서 이 같은 법안을 수년간 외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제값을 받는 공사를 시행해 부실시공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방시설공사업의 분리발주 의무화 법안의 추진 현황 및 쟁점사항들을 살펴보고 공사업의 현 실태와 문제점을 다시 짚어본다. (편집자 주)

분리발주 법안 어디까지 왔나?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 의무화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이후 지금까지 약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심사를 앞두고 관련 부처인 국토해양위원회의 의견까지 제시된 상태이다.

소방시설공사업자와 건설업자 간 상반된 의견들은 더욱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제는 소방방재청과 국토해양부 간의 의견 마찰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견다툼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17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렸고 분리발주 관련 법안은 당시 88개 법안 중 58번째 심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심사는 39번째 법안까지만 심사가 이뤄졌으며 4월 경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차후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식지 않는 이견다툼, 쟁점은 무엇인가?

소방시설공사업계에서는 필요성을,  건설업계에서는 불필요성에 대해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 주장들은 어떤 내용일까.

소방시설공사업계에서는 현행체제가 다른 공사업종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고 저가하도급 및 부실시공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해 국민의 생명 위협과 재산 피해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소방시설공사업체 및 관련업체의 경영악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소방시설공사의 분리 발주시 발주자가 적격 전문업자를 직접 선정하고 신속한 하자보수와 공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다른 공사(전기, 정보통신, 문화재)의 분리발주제도가 발주자의 선택권을 침해해 위헌소지가 있고 통합발주로 인한 저가하도급 및 부실시공의 문제는 극히 일부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분리발주로 해결될 사항이 아닌 감독관리나 제도운영의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소방시설공사 분리 발주 의무화 개정안은 공사와 시공기술의 특성상 분리 또는 통합발주의 효율성에 대한 선택 없이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것으로 지나친 규제행정이라고 말한다.

분리발주시 종합적인 사업관리가 불가능하고 하자발생시 책임소재 규명도 곤란하며 공종별 공사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소방시설공사업계의 현실을 보면…

한국소방공사협회에서는 공사업을 대표해 분리발주 입법 통과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법안을 현실화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명서에는 총 1만 5,742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소방시설공사 발주방식의 실태와 문제점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7월 17일부터 7월 31일까지 실시된 설문조사에는 공사업체(소방시설업 : 3,377개/일반건설업 : 500개) 및 발주기관(조달청, 지방자치단체 등 901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총 573개(14.78%)의 공사업체와 94개(10.43%)의 발주기관 등이 설문에 응답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통합발주 된 공사를 진행하면서 하도급자 입장에서 가장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례에 대해 ‘공사비용 등의 분배 문제(494개소, 86.2%)’를 꼽았으며 ‘하자책임의 전가(68개소, 11.9%)’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또, 다른 종류의 공사와 통합발주 된 공사의 수행 상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적정공사비를 받기 어려워 시공품질 확보가 어려움(289개소, 50.4%)’이라고 답했으며 ‘주된 공정의 시공업자로부터 부당한 대우 및 행위를 강요받음(200개소, 50.4)’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종합건설업체에 통합발주 하는 것에 대한 의견에는 대부분의 업체에서 반대의견((518개소, 90.4%)을 피력했으며 특히, 통합발주로 수주 시 소방시설공사의 수주금액을 묻는 질문에 ‘예정금액의 40%~50% 수준’이라는 답변이 425개소(74.2%), 40% 미만이라는 대답이 115개소(20.1%)로 적정가격(설계금액의 약 85%) 수준에 턱 없이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분리발주 시 수주금액으로는 70% 이상 수준이 491개소(85.7%), 60~70% 수준이 75개소(13.0%) 등 적정가격의 수주로 공사의 품질향상 및 부실화 방지를 도모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 도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총 516개소(90%)가 꼭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적정가의 공사 수주로 품질 향상 및 부실화 방지, 소방 기술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 도입을 반대하는 건설업계의 이유로는 ‘수익감소(62.2%)’를 예상했다.

발주기관의 경우에도 통합발주방식의 장점을 공사일정으로 선택한 반면, 분리발주의 장점을 시공품질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방공사협회 관계자는 “과반수 이상의 소방시설업체들은 건설업계가 수익 감소를 우려해 분리발주 도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발주기관의 경우에도 행정편의를 위해 분리발주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설문조사를 통해 통합발주제도는 매출액이 많은 업체에, 분리발주제도는 중소기업의 발전에 유리하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볼 때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 제도는 적정가격의 소방시설공사를 통해 우수품질의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공사의 품질향상 및 부실화를 방지하고 책임의 명확화까지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눈치만 슬슬 보는 안쓰러운 소방공사업체

이처럼 소방시설공사업체들은 “하도급을 받으면서 제 값을 받지 못하고 공사의 수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하도급 받아 시공하면서 나타난 병폐들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문제의 실태를 드러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실질적인 사례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소방시설공사비가 책정됐지만 하도급 받으면서 얼마에 시공을 했는지, 공제된 금액의 변화 내역이나, 종합건설사의 횡포에 대한 경험 등을 확실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원도급자의 눈치만 살피는 이유는 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경우 해당 업체는 앞으로 하도급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당면해 사업을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소방시설공사업자는 “만약 이런 사실을 공개하게 되면 원도급자에게 찍혀서 공사 의뢰를 받지 못할텐데 그건 누가 책임을 지겠냐”며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일을 감히 누가 하려고 들겠냐”고 반문했다.

사실상 하도급에 따른 문제점이 생겨나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이를 들춰내기에는 생계가 걸려있어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소방산업에서는 분리발주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전장에 앞에 나서서 외칠 이는 없다. 이것이 바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소방산업의 한계이다.

소방공사의 문제는 결국 자신들이 영위하고 있는 업의 발전과 나아가 소방시설이 설치되는 대상물,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위함이라고 떠들면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확고한 업계의 움직임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크다.

어떠한 문제일지라도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근거자료와 사례 등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분리발주의 당위성 주장도 실제 사례가 뒷받침 되지 못하면 그저 표면적인 논리만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법안심사소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통과, 그리고 법안의 개정, 이제는 업계의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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