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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화마와의 싸움, 소방관이 이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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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완 중앙소방학교 예방행정교수(소방기술사)
기사입력 2018-12-24

▲ 서주완 중앙소방학교 예방행정교수(소방기술사)

겨울철 추위 대비에 바쁜 시민들처럼 소방서의 겨울 준비도 분주하다. 많은 화재가 추운 계절에 집중되는 만큼 각 소방관서는 예방정책을 적극 추진한다. 그럼에도 최근 화재는 더욱 대형화되고 많은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과거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 화재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필로티 구조의 천장 반자 위 내부에서 배관 열선 작업 중 불이 났다. 건물 내외부로 불길이 급속히 번져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는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5년 1월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 역시 1층 주차장의 필로티 천장을 통해 건물 외벽과 상층으로 불길이 빠르게 확대됐다. 현장에서의 소방 진압 대책은 어려움이 따랐다.


이런 대표적인 대형 화재의 공통점은 현장에 관할소방대가 도착했을 때 이미 불은 성장기를 지나 건물 전체로 확대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화마(火魔)와 싸움에서의 승산은 성장기를 지나기 전 현장에 도착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여건이 못 돼 소방관에게 불리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화재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건축물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건축법령과 소방법령의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건물화재는 일반적으로 실내외 장소에서 발화 후 화재가 성장해 인접실이나 상층으로 화염이 전파되면서 건물 전체로 확대된다. 건축법은 불이 확대되지 않도록 화재 단계별 방화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화재에서 드러난 허점은 제도 개선이라는 숙제로 남았다.


건축법령의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 우선 현행 건축법 제52조제1항에서는 건축물의 벽 및 반자, 지붕(반자가 없는 경우에 한정)에 한정해 내부마감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천장(반자 위)속 마감규정이 별도로 없다. 이 때문에 관련 조문을 지붕(반자가 있는 경우 반자 위)으로 개정해 천장 속 가연성 단열재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화구획의 제구실을 위한 방안도 시급하다. 화재 시 수평이나 수직 방화구획만 잘 돼 있어도 구획된 공간에서 타 공간으로 전파되는 화염을 1시간 정도나 막을 수 있다. 방화구획은 화염 확산을 막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기에 최초 적용과 유지관리를 위한 확실한 방안이 정립돼야 한다.


건축법령에서의 가장 큰 화두는 아파트 발코니 규정이다. 발코니는 상층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 구조다. 게다가 촌각을 다투는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는 소방관에겐 더할나위 없는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 준다. 불의 확산을 막는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을 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활 공간의 편의를 위해 지난 2005년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 됐다. 방이나 거실을 넓게 사용하는 편리함은 줬지만 이 공간에서 화재 시 창문을 통한 상층 연소가 빨라져 화재 공학적으로 매우 취약한 건물 구조를 만들게 됐다.


지난 2016년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과 천안동남소방서가 공동 실시한 ‘아파트 발코니 유무에 따른 상층 연소확대 실물실험’을 보면 그 위험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당시 실험에서는 비확장 세대는 방화 후 18분경 화염이 방에서 발코니를 통하는 중문에 가로막혀 자연 소진됐지만 확장 세대는 방에서 발화 후 분출된 화염이 7분 이내 상층부로 전달됐다. 이는 화재 초기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하더라도 성장기를 지난 큰 불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즉 화재진압이 쉽지 않을 뿐더러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규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소방법령에서도 스프링클러설비의 개선이 필요하다. 소방법은 화재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에 방염물품 설치를 강제하고 화염 확산을 막기 위해 스프링클러설비 같은 자동소화시스템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반드시 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야간에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의 장소는 일반 스프링클러 헤드 보다 더 빨리 작동하는 조기반응형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고 있다. 또한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고시원이나 영화상영관 등 다중이용업소에도 조기반응형이 설치된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헤드 감도시험을 해 보면 68℃에서 작동하는 조기반응형 헤드는 표준반응형 헤드보다 1/3가량 빠르게 소화가 가능했다. 미국방재기관 NFPA(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에서는 사무실이나 주거용도 등 인명안전을 주목적으로 하는 경급위험용도에는 조기반응형 헤드를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소방법령 개정 시 건축물 이용자의 특성을 반영해 조기반응형 헤드 설치 장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경제 규모 확대와 산업 발전이 거듭되면서 화재의 대형화와 인명 피해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방관서의 철저한 예방 대책과 신속한 화재진압의 중요성 또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건물을 태생부터 안전하게 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축법령과 소방법령의 개정으로 화재 확산을 지연시킨다면 분명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 화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서주완 중앙소방학교 예방행정교수(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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