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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우리나라 스프링클러 시장에 봄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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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소방기술사
기사입력 2018-12-24

▲ 김윤희 소방기술사

대형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인명피해가 급증하다 보니 초기 화재진압에 가장 효과가 있다고 하던 스프링클러헤드의 신뢰도마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스프링클러헤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lodgement, cold soldering 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요즘 소방 전문가들이 앞장 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소방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보자는 의도일 것이다.


당연히 소방기술자들은 소방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문제점을 노출시킨다. 이쯤 되면 소방산업기술원에서도 나서서 한마디 할 것 같은데 웬일인지 묵묵부답이다.


화재발생 시 소리 소문 없이 스프링클러가 동작해 화재를 진압한 사례도 무수히 많을 진데 왜 이렇게 침묵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스프링클러 제조사가 나설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또 무차별 말 폭탄을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앞선다.


그래도 지난 세월 스프링클러를 제조해왔던 한 사람으로서 나라도 나서서 한마디 해야겠어서 지금 말이 많은 아파트 조기반응형 헤드 한 가지만 갖고 얘기해보겠다.


현재 스프링클러헤드 한 개의 순수 제조원가가 아마 적어도 3500원 이상은 나간다. 그런데 이 제품을 물량이 많은 건설현장 등에는 3000원 이하의 금액으로 납품하고 있다.


제조사들의 과욕으로 스스로 제 살 깎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제조사와 건설사, 시공사, 유통사간 얽혀 있는 시스템의 모순으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스프링클러헤드의 년간 총 수요량을 1500만 개로 가정하면 이런 유통구조상에서 제조사는 매년 수십억의 손실이 발생한다. 제조사 간 서로 쉬쉬하는 형편이라 노출되지는 않지만 준공 후 오작동으로 인해 배상하는 금액도 수십억은 될 것이다.


“제조물배상 책임보험으로 배상금을 물면 된다?” 보험처리를 하는 순간 다음해 거의 10배 이상 오른다. 년간 보험료만 1~2억원 이상 되는 현실 앞에 제조사는 넋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잘 만들면 되지 않냐”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 대꾸할 가치도 없다. 스프링클러헤드는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사업이다. 오죽하면 유럽 굴지의 다국적 기업에서도 우리나라 스프링클러헤드 제조 산업을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을까.


제조사들이라고 왜 선진국처럼 ULㆍFM 인증을 받는 수준의 제품 개발에 욕심이 없겠는가? 개발비는 많이 들고 개발 후 유지비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데 수요까지 없다.


정부에서 UL 수준으로 관련 기준을 상향시킨다면 제조사에서는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며 받았던 기존 인증들은 모두 휴지조각이 돼 버린다.


방법은 하나다. 그간 제조사로부터 검사 수수료를 받아 재정상태가 탄탄해진 소방산업기술원에서 개발자금을 지원하고 형식승인 비용도 부담해주면서 휴지조각이 돼 버리는 기존의 지적재산권을 보상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UL과 협상해서 국내 기준이 UL과 동등하고 그 기준을 통과한 제품들이니 최소한의 비용으로 UL에 list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해외 수출길도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다.


지금 국내 스프링클러 제조사들은 오도 가도 못하며 고사위기에 처해있다. 건설경기의 하락으로 가격 경쟁마저 심해졌다. 이대로 가면 제조 산업이 몰락할 수도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스프링클러헤드를 우리처럼 곳곳에 설치하는 곳은 없다. 호황을 누려도 모자랄 판에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나라 스프링클러 시장에도 과연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고 제값을 받으며 공급하는 봄날이 올 수 있을까?

 

김윤희 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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