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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또 화재 참사… 현실에 맞는 소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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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환 발행인
기사입력 2018-11-09

▲ 최기환 발행인     

지난달 20일 발생한 경남 김해시 원룸 화재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꿔온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부모가 잠시 외출한 사이 아이들은 “불이야”라고 외치는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 목숨을 잃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4살, 13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역시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와 가연성 외장재, 미비한 소방시설이 화근이었다. 지난 2015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와 지난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대형 참사 때마다 이 필로티 구조와 가연성 외장재 그리고 부재하거나 불량인 소방시설은 늘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큰 규제 없이 지어진 건축물의 구조는 피난을 방해하고 가연성 외장재는 불쏘시개가 됐다. 소규모 시설이라는 이유로 없거나 부족한 소방시설은 언제나 그렇듯 인명 피해를 낳았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다양한 제도는 투자와 개발에 무게를 두면서 건축주들은 싼 가격의 건물을 지어 더 큰 이윤을 창출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정작 건물의 안전성에는 독이 되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정부는 의정부 화재 이후 6층 이상 건물에 불연성 외장재를 쓰도록 규제를 강화했지만 이미 지어진 건물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많은 건물은 여전히 화재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미비한 소방시설도 문제다. 이번에 불이난 원룸 건물은 연면적 642㎡로 다세대주택으로 분류된다. 규모로 보나 용도로 보나 소방법에서 정하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다. 

 

소방법상 주택에 설치되는 소방시설은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소화기뿐이다. 공동주택이나 여 타 건축물과는 달리 느슨한 소방법이 적용되는 셈이다. 

 

실제 화재 당시 불이 난 사실을 조기에 알려주는 화재감지기는 원룸의 각 방에 설치된 단독형 화재감지기가 전부였다. 각 방에 설치된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최초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을 감지하지 못했다. 건물 전체에 화재 경보를 울려줄 수 있는 시스템은 없었다.

 

이번 사고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이 단독경보형감지기의 한계성이다. 하나의 감지기, 즉 불이난 공간에서 발생한 감지기는 몸체에서 즉각적인 경보를 발하지만 다른 방에는 화재 사실을 알릴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감지기끼리 서로 연동하지 않으면 화재를 인지한 감지기에서만 경보를 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규모가 작거나 용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방시설 설치 의무조차 부여되지 않는 우리나라 소방법의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이런 사각지대는 안전에 등을 돌린 건축주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시공비를 아끼기 위해 면적을 줄이는 등 소방시설 설치 법규를 의도적으로 피해 가는 사례도 많다.

 

더욱이 수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나 특수시설은 더 큰 위험성을 떠안고 있지만 여전히 소방법은 규모나 용도, 수용인원만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건축물은 빠르게 다양한 형태로 변화돼 왔고 복잡해졌다. 앞으로는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런 현실에서 우리나라는 아직도 단순한 분류 기준만을 잣대로 화재예방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젠 근본을 고쳐야 할 때다. 설사 규모가 작더라도 그 시설을 찾는 각양각색의 이용자와 시설물 자체의 화재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근본은 고칠 수가 없다. 인명안전을 위한 소방법으로 시급히 변화돼야 한다.

 

최기환 소방방재신문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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