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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소방시설 점검의 허(虛)와 실(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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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일천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 중앙회장
기사입력 2018-11-09

▲ 탁일천 한국소방안전권익협 중앙회장     

국가는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규모에 따라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특정 대상물의 관계인(소유자, 관리자, 점유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점검과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할 책임이 있다.

 

사회, 경제가 발전할수록 화재와 위험 요소는 더욱 증가하고 재난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해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질 것이다.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라 특정 대상물의 관계인은 안전관리자 선임 및 안전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자를 지도, 감독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으므로 화재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사고에서 보듯이 화재만 나면 모든 책임이 소방관련자에게 있는 것처럼 마녀사냥식으로 호도하는 것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처사다.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은 복합적일 수 있으나 소방에 대한 무관심과 자율 안전의식 결여, 부실한 건축법, 건축물 안전관리 사각지대, 갑을 관계에 따른 점검 지적 사항 은폐, 축소 등 악순환으로 이어져 불신을 가중하고 있다.

 

그나마 배치신고와 검검결과에 대한 보고의무 주체를 건물주(관계인)로 지정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토록 한 덕분에 겨우 자체점검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수십억대의 건물과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생사가 오가는 상황하에 골든타임 확보와 초기 피난에 필수적인 자동화재 탐지설비의 성능을 3천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감지기에 의지하고 수손 피해의 위험성 때문에 펌프의 성능시험도 제대로 못 한 까닭에 화재진압에 실패해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자초한다면 모두 상식 이하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 소방의 민낯을 드러내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것도 모자라 품질보증 기간과 내구성도 무시한 채 수십 년을 그대로 방치하고 소방시설이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면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얼마 전 소방시설이 작동돼 소방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스프링클러 헤드에서 물이 쏟아진 사례가 있었다. 그동안 점검을 통해 소방시설이 정상작동되도록 유지관리 했다면 상 받을 일이건만 건물주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비용을 청구하는 바람에 상은 커녕 보험회사로부터 수손 피해에 대한 구상권으로 수심이 가득한 사정을 듣고 보니 아직도 우리는 안전이 무엇인지 모르는 시대에 살고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과 무기력함이 엄습한다.

 

아직도 최저가 낙찰을 선호하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하루 300세대의 조건을 준수하라며 수당은커녕 야간과 휴일에도 점검을 강요하고 수수료를 후려치는 갑질이 오늘날에도 공공기관에서 버젓이 행해진다는 사실은 소방인이면 모두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검업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전에 입찰 시행자는 먼저 일정 비율의 안전관리비와 일, 시간 외에 수행하는 모든 업무에 별도 비용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명시하고 점검업체는 계약 시 위험분산과 변호사 선임비용도 당연히 포함해야 할 것이다.

 

점검 수수료는 점검에 대해 축적된 수십년의 노하우와 기술료이며 값싼 인건비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고의 점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점검업체는 무분별한 저가 입찰을 삼가고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최상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소방시설물의 정상적인 성능 확보를 위해 내용 연수가 경과 된 소방용품은 당연히 교체, 개선해야 하며 소방안전의 점검결과에 따라 보험요율과 연계시켜 차등 적용하도록 자체점검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묵묵히 일하는 우리에게 소방안전에 대한 권익을 찾아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으며 소방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고 폄훼하는 자들에게 위축되지 말고 결연한 의지로 맞서 일어나야 한다.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말은 지금 우리 가슴에 어떤 울림으로 와 닿는가?

 

탁일천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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