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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최영 기자] = 지난해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공기호흡기 이물질 논란이 좀처럼 식질 않습니다. 왜 명확한 원인 규명을 아직까지 못하고 있냐는 게 쟁점입니다. 지난 26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과거 이물질 논란 당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소방청에 제시했던 의견서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 문건에는 당시 이물질이 외부로부터 유입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추가적인 용기 시험은 필요 없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습니다.
이것만 보면 누가 봐도 “이물질 발생 원인이 관리상 문제로 외부에서 유입됐는데 소방이 이를 은폐하려고 하는구나”하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공기호흡기 이물질 논란은 조사 과정에서 <FPN/소방방재신문>이 처음 관리 문제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관련 기사 - [집중취재] 소방관 생명줄 ‘공기호흡기 용기’ 이물질 검출 논란]
그 소방산업기술원의 문건 역시 세상에 공개됐던 배경은 지난해 기자가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과 함께 이 사태를 조사하면서 해당 문건을 입수했기 때문입니다. 내부 논의를 위해 작성된 자료라 외부에서는 쉽게 알 수가 없던 자료였죠. 하지만 그런 문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집요하게 요구했고 정말 어렵게 확보했습니다.
기자는 지난 2016년 8월 공기호흡기 이물질 발견 이후 한창 논란이 됐을 때부터 이 문제에 대해 4개월 이상 집중취재를 했고 이 문건 역시 두 번째 기사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관련 기사 - [집중취재] 소방 공기호흡기 용기 이물질 논란, 끝은 어디인가]
당시 진선미 의원실과 이명수 의원실이 각각 조사를 했었는데 기자는 각 의원실과 이 문제에 대해 상호 협조를 했었습니다. 그 당시 전 소방의 관리 부실일 것이란 확신을 하고 이를 은폐하려는 소방청(전 국민안전처)을 강하게 몰아세웠습니다.
그렇게 판단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① 과거 공기호흡기의 이물질 발견 사례가 모두 관리 부실로 원인 판명이 났었다는 점 ②소방의 공기호흡기 관리 실태가 100% 완벽하지 않다는 점 ③같은 시기 생산품임에도 유독 서울과 세종 등 특정 지역 공기호흡기 용기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점 ④소방산업기술원도 이물질 발생 원인을 ‘외부 유입’으로 분석했다는 점 ⑤이물질 이 발견된 서울소방의 용기 일부가 이물질이 발견되기 전 용기를 개방해 세척을 했었다는 점 ⑥공기호흡기 용기 제조사인 럭스퍼사는 모든 인증(DOT 등)을 보유한 글로벌 60% 점유 기업이라는 점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해당 업체에 대한 현장 조사와 소방관서 현장 조사 등을 밀착 취재하면서 혼란은 시작됐습니다.
최초 서울소방에서 발견된 이물질 현상을 추가 확인하기 위해 국회 이명수 의원실과 함께 현장 조사를 실시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날은 KBS 기자분도 함께 취재를 했었던 때입니다. 몇몇 소방서에서 바로 회수해 온 용기를 여러 개 개방했는데, 생각 외의 일이 벌어진 겁니다.
당시 현장에서 개방한 용기는 최초 이물질이 발견된 것과 동일한 제조사였던 럭스퍼사 용기 2개, 두 곳의 타사 용기 12개였습니다. 서울소방에 보급된 모든 공기호흡기 리스트를 기반으로 대상품을 선정했죠. 전 소방을 믿을 수 없었기에 이 용기 선정은 의원실 양해를 얻어 시험 당일 기자가 직접 골랐습니다.
용기 선정 기준은 최초 이물질이 가장 많이 발견됐던 소방서의 제품을 택했습니다. 만약 관리적 문제라면, 동일하게 관리된 타사 용기에서도 이물질이 나와야 정상이라고 봤기 때문이죠. 같은 충전시설에서 관리되는데 다른 결과가 나올 리가 없다는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이날 기자가 직접 선정한 제품 중 타사 용기에서는 아무런 이상 현상이 없었지만 럭스퍼사 용기에서만 부식의심 현상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용기는 최초 문제가 된 것보다 더 늦게 소방에 보급된 새로운 용기였습니다.
처음 이물질이 나온 용기는 2015년 3월 제조된 용기였는데, 이날 개방한 것은 2016년 2월 제조된 제품이었죠.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 럭스퍼사 용기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오는지 과학적 원인을 밝히긴 힘들었지만 눈으로 확인되는 현상은 혼돈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관리 부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며 ‘아차’ 싶더군요. 그래서 KBS 기자도 소방과 업체 간의 분쟁만으로 조명해 기사를 보도를 했던 것입니다. 객관적인 뉴스였죠. [관련 기사 - 소방관 호흡기 용기서 이물질 무더기 검출/KBS]
판단력이 흐려지고 혼란스러웠기에 기자는 더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이튿날 서울소방은 2016년 6월 보급된 럭스퍼사 용기(2월 제품과 같은 시기 생산품) 32개를 추가 조사했고, 16개에서 이상 현상을 또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조사 동영상 등을 세밀하게 확인한 뒤 기사를 냈습니다. 관리부실이 아니라 제품에 하자가 있을 수 있다는 방향이었죠. [관련기사 - ‘충격’ 보급 4개월 차 공기호흡기 용기서 부식현상 또 나와]
처음 취재 당시와 달리 관리 부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배경은 이렇습니다.
①과거에 공기호흡기 이물질의 관리 부실 문제가 이번과 동일하다고 장담할 수 없고 과거 판단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인가라는 의문 ②소방의 공기호흡기 관리 실태가 100%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물질이나 부식 현상이 계속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점 ③서울과 세종 외 개방 검사에 대한 신뢰성 의문 ④소방산업기술원이 이물질 발생 요인을 ‘외부 유입’으로 분석한 것에 대한 신뢰성 의문 ⑤이물질이 발견된 서울소방의 용기 일부가 세척이 이뤄진 표식은 있었지만 생산 1년 미만이라 전산 입력을 위해 스티커만 붙였다고 주장하는 점 ⑥공기호흡기 용기 제조사인 럭스퍼사가 각종 인증(DOT 등)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기에 오히려 문제가 있어도 쉽게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기업의 신뢰도 타격, 인증 체제에 대한 부정) ⑦공기 충전은 소방관서 말고도 제조 과정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 ⑧관리적 문제라면 소방이 스스로 나서서 문제를 키울 일이 없었다는 점 등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한 쪽도 쉽게 단정할 수 없었죠. 이후 서울소방은 약 2주 후 국회 측과 국민안전처 등이 참여하는 추가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불안했습니다. 서울소방의 관리 부실 의심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짓이라도 할 것만 같았죠.
2주 동안 저를 포함한 기자 3명을 배정해 대낮과 새벽에도 두 곳의 정비실(강동, 동작소방서)을 지켜봤습니다. 별다른 일은 없더군요. 만약 럭스퍼가 아닌 타 용기의 이상 현상을 세척하거나 조사 결과를 조작하려면 서울에서는 두 곳의 정비실을 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취재팀은 감시를 택했습니다.
10월 20일 제조사가 불참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230개의 용기 계획 개방은 무산됐습니다. 그래서 20개 용기만을 들여다보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14개 용기에서 이상한 부식 의심 현상이 또 발견됐습니다. 황당했죠. 타사 제품 10개도 개방했는데 이상 현상은 나오지 않더군요.
그래도 전 서울소방에 대한 의심을 놓지 않았습니다. 2주 간 취재팀이 잠복까지 했지만 ‘혹시라도 이상한 부식의심 현상이 타 제품에서도 나오는데, 이를 감추기 위해 그 전에 모든 걸 계획하고 미리 세척해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소방이 만약 제품 부실로 몰아가려고 한다면 충분히 그런 행위 가능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극단적이지만 말이죠.
혼란이 커지면서 업체도, 소방도 누구도 믿을 수 없었기에 조사 현장에서 기자는 부식의심 현상이 나타난 럭스퍼사 제품의 세척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세척 이후에도 부식 의심 흔적은 사라지지 않더군요. 만약 세척을 했을 때 이상 현상이 사라진다면 소방이 ‘조작’을 할 수도 있다고 계속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기사를 또 냈습니다. [관련기사 - 공기호흡기 용기서 이상 현상 또 확인]
그렇지만 과학적인 원인이 규명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방과 업체와의 입장차가 너무 컸던 것도 이유지만 그 상대적 의심들이 원인 규명 기회조차 차단했던 탓입니다.
결국 공기호흡기 용기를 제조하는 미국 럭스퍼사와 이를 적용해서 공기호흡기를 공급하는 산청, 물품 조달을 맡고 있는 조달청, 국민안전처, 금속 재료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원인 규명 회의가 열렸습니다. 제품 문제인지, 관리 문제인지 여부에 대해 종지부를 찍기 위한 자리였죠.
이 자리에서 치열한 공방이 시작됐습니다. 소방은 공기호흡기 용기의 이물질 발생 현상이 특정 용기에서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제조사인 산청은 소방조직 내 관리부실이 원인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탁상에서의 회의는 3시간 가깝게 이어졌습니다.
이 회의에서 중앙소방학교 과학연구실은 산청 측 주장과 달리 공기충전기 필터 구성 물질과 이상 용기에서 나타나는 이물질 및 내부 얼룩 물질이 서로 다르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충전기 필터 내 물질은 활성탄과 실리콘, 나트륨이 포함된 물질(제올라이트)인 반면 이상 현상 용기 속 표면이나 이물질은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는 분석 결과였죠.
쉽게 말하면 이상 현상 용기 속 이물질과 얼룩 등이 충전기 필터로부터 유입된 것이 아니라 알루미늄 산화물이란 거였습니다. 이 얘기는 즉 이물질은 산화물이 쌓여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보통 공기호흡기 내 산화물은 수분 유입으로 인해 내부에서 생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용기 내 수분이 과다하고 고압이 가해지면 내부에 수산화알루미늄을 생성하죠. 일단 충전기 필터 물질 유입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뭐 이 분석 결과는 관리 부실을 의심 받는 소방에서 내놓은 것이니 믿거나 말거나로 치부됐습니다. 당시 상황은 과학적 근거보단 눈으로 보이는 실제 현상을 믿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제조업체는 소방에서 제시한 이런 분석 결과를 부정했습니다. 이물질 발견 초기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필터 성분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소방이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처럼 말이죠.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였죠. 서로 완강하게 부정하니 과학적 분석 데이터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겁니다. 과학적 근거나 시험 결과는 아마 이 때부터 의미를 모두 상실한 것 같습니다. 요즘 말로 참 웃기고도 슬픈 ‘웃픈’ 일이었습니다.
자 그럼 이 과학적 분석 결과들은 이제 서로 동점이라고 쳐봅시다. 정확히 말해 서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맞겠군요. 이제 남은 건 하나였습니다.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되고 있느냐를 규명하는 거였죠. 소방에 보급돼 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은 제품. 박스 포장상태의 새 제품을 개방해 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관리 부실이라면 새 제품은 멀쩡할 거고, 용기의 문제라면 용기에서 이상 현상이 발견될 테니 누가 봐도 이 방법은 그 당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겁니다. 저 역시 궁금했죠. 사실 처음 현장 조사를 할 때부터 새 제품을 열어보자고 했었지만, 모두가 쉽게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 결과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서울소방에는 산청이 이물질 논란 직후 긴급 상황을 고려해 비상용으로 제공한 200개의 예비용기가 있었습니다. 럭스퍼사 제품이었죠. 이 중 일부를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공교롭게도 이 용기들에서 소방에 보급된 지 4개월 차 용기에서 발견됐던 유사 형태의 백색 반점과 물 때 같은 현상이 또 나왔고 어떤 용기는 심하게 긁힌 부분도 보였습니다. 미국에서 온 럭스퍼 측 사람들은 그런 현상은 ‘정상’이라며 문제성을 부정했습니다. 긁힌 듯한 현상도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아무리 봐도 이상했습니다. 럭스퍼 용기 속을 내시경 랜턴으로 비춰 육안으로 보면 느낌이 확연히 다릅니다. 흔히 알루미늄 음료 캔 속처럼 매끈하게 반짝이는 형태의 용기가 있는 반면, 어떤 용기는 은반지 느낌처럼 은은한 빛깔의 형태를 띕니다. 이상하게도 매끈하게 반짝이는 용기에서만 부식 의심 현상 같은 게 발견됩니다. 뭔가 다르다는 느낌은 기자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끼고 확인했죠. 더 신기한 것은 타사의 용기들 모두 은반지처럼 은은한 빛을 낸다는 사실입니다. 이해할 수가 없었죠. [관련 기사 - 공기호흡기 용기 하자 여부 결론 못내… 추가 조사 추진]
그렇지만 저 멀리 미국 럭스퍼사에서 날아온 관계자는 “용기 제조 과정에서 무엇인가가 묻어 세척을 한 뒤 열처리를 한 것과 세척을 안 하고 바로 열처리를 한 것의 차이일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죠. 그러면서 “모두 DOT(미국 교통국 인증)를 합격할 수 있는 정상 제품”이라고도 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주장하니 할 말은 없습니다. 따질 이유도 없습니다. 아니라고 하는데 뭐라고 더 할 말이 있을까요. 과학적인 근거도 부정, 눈으로 보이는 현상도 부정, 모든 게 부정 투성이었습니다. 결론 없이 회의가 마무리 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어떤 사실과 현상도 인정하지 않아 모든 내용들은 공중으로 ‘붕’ 떠버린 거죠.
다행히 공기호흡기를 납품했던 산청에서 나섰습니다. 일단 ‘하자 치유’를 하겠다는 것이었죠. 럭스퍼사의 용기를 구입해 공기호흡기 완제품을 공급했으니 일단 제품을 교체해 주고 불안감을 해소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잘 해결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의 전쟁(?)은 끝나는 듯 했습니다. [관련 기사 - 공기호흡기 용기 이물질 논란 일단락되나]
사실 소방도 부정, 업체도 부정하는데 과연 누가 이 치열한 공방 앞에서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까요. 과학적인 근거는 진작 나왔지만 어떤 것도,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규명을 해야 할까요.
비록 명확한 원인 규명은 못했지만(규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겠군요.) 소방에서는 문제가 의심되는 용기의 교체를 할 수 있게 됐고 그동안의 논란도 가라앉는 듯 했습니다.
더 다행이었던 것은 소방에선 관리적 측면의 미비점을 고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고 공기호흡기의 검수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소방이 관리 부실 의심을 받는 이유는 공기호흡기 관리가 100% 완벽하지는 않다는 데서 기인하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대책이었죠. 또 다르게 보면 공기호흡기 용기에서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방이 호흡보호정비실은 운영하며 주기적인 세척을 하고 공기질 분석 등을 통해 관리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입니다. 공기호흡기 용기에서 이물질은 또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 문제를 사전에 확인ㆍ검수해서 하자가 없는 제품을 받도록 소방이 체계를 정립하는 게 중요합니다. 공기호흡기를 받기 전에 샘플로 몇 개를 열어 보는 방법도 있겠고 뭔가 다른 방안도 마련할 수 있겠죠.
그 이후에도 이물질이 발견되면 그건 분명 관리 부실의 문제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발생 원인을 규명할 단계가 아닙니다. 그러기엔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벌써 1년이 훌쩍 지나버린 일이 됐고 수개월간 이뤄진 조사에서도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상황을 취재하며 가까이서 지켜본 기자의 생각은 지금 원인 규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소방은 보이는 현상으로 문제성을 강조할 게 뻔하고 업체는 이를 완강히 부인하며 역공할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과 언론은 아직도 이 문제에 주목합니다. 얼마 전 어떤 언론은 여기에 대한 각종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하다 결국 정정보도까지 냈습니다. 왜 아직도 원인 규명을 안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나타내며 국정감사의 소재로까지 또 다시 부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가 당시 상황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가 있습니다. 굉장히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그리고 제3자이지만 누구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가까이서 이 문제를 오랜 기간 지켜보고 고민했다고 자신하는 것도 그 배경 중 하나입니다. 원인은 나온거나 다름 없습니다. 다만 모두가 부정할 뿐이죠. 그렇지만 조사 과정에서 수많은 미비점이 그대로 드러났기에 이 문제들을 어떻게 잘 고쳐나가는지를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또 하나, 놓쳐서는 안될 게 있습니다. 산청이라는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몇 개 안 되는 자랑스러운 국내 토종 인명구조장비 기업임은 틀림없습니다. 이 기업이 없었다면 어쩌면 다른 구조장비처럼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사후 관리를 걱정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한탄했을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소방 장비의 질을 높이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소방과 산업의 협력으로 기술 발전을 이루고 좀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는 공동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서로 간의 불신을 더 이상 키울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답 없는 소모적 논쟁보단 더 이상 같은 문제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지금도 공기호흡기에서 이물질이 나와 소방관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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