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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소화기에 치이는 국내산 소화기… 지시압력계 검사 기준 논란
지시압력계 성능인증 미리 받고도 역차별 받은 국산 소화기들
소화기 필수 부품 지시압력계 ‘기밀시험’ 검사 수량 차이 ‘4배’
“형평성 문제 심각하다”는 업계, “신중한 검토 필요하다”는 KFI
최누리 기자   |   2025.11.10 [17:48]

▲ 지시압력계가 장착된 소화기  © FPN

 

[FPN 최누리 기자] =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소화기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 완제품인 가운데 소방용품 검ㆍ인증 제도가 이 같은 상황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소화기의 압력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지시압력계’의 제품검사 체계가 국내산 제품을 역차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화기 관련 업계에선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지만 소방용품 검ㆍ인증을 전담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KFI)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소방용품은 성능과 구조 등이 소방청 고시인 형식승인 기준에 맞아야만 승인된다. 이렇게 승인받은 제품을 양산할 땐 출고 전 생산 제품이 최초 승인품과 동일한지를 ‘생산제품검사’라는 과정을 통해 확인한다. 이 제품검사 시 문제가 없어야만 신청 수량 모두를 시장에 유통할 수 있다.

 

소화기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소화기의 압력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지시압력계의 ‘선 검사’, ‘후 검사’ 체계가 따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성능인증’ 제도를 통해 먼저 검사 받은 지시압력계를 소화기에 달아 제조하거나 성능인증을 안 받은 지시압력계를 소화기에 부착한 상태로 제조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내산 소화기는 미리 성능인증을 득한 지시압력계를 소화기에 적용하고 있다. 수입업체의 경우 지시압력계가 부착된 완제품 상태로 수입돼 한 번에 검사를 받는다. 

 

문제는 이 지시압력계 검사 과정의 형평성이다. 성능인증을 미리 받은 지시압력계가 적용된 국내산 소화기는 제품검사 과정에서 미 성능인증 지시압력계가 적용된 중국산 완제품 소화기보다 4배 더 많은 양의 ‘기밀시험’을 거치고 있다.

 

지시압력계 ‘기밀시험’은 사용 압력 상한값의 2배 압력을 30분간 가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지시압력계의 내구성과 성능,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되는 필수 절차다. 

 

소화기 1만 개를 생산했다고 치면 성능인증을 미리 받는 지시압력계의 경우 제품검사 과정에서 샘플 100개 중 80개가 기밀시험 대상이 된다. 

 

반면 성능인증을 거치지 않고 지시압력계를 소화기에 부착한 상태로 제품검사를 받을 땐 기밀시험을 달랑 20개만 받으면 된다. 소화기의 생산제품검사 시 일부 수량은 ‘일반검사’, 일부는 더 깐깐한 시험으로 불리는 ‘특별검사’를 거치는데 ‘기밀시험’은 지시압력계만 검사 시 ‘일반검사’ 때, 소화기 완제품 검사 시에는 ‘특별검사’에서만 진행하고 있어서다. 성능인증을 안 받은 지시압력계를 부착한 완제품 수입 소화기의 검사 과정이 더 유리한 셈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검사 수수료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성능인증 지시압력계를 쓴 완제품 소화기의 경우 형식승인과 제품검사 과정에서 지시압력계에 대한 검ㆍ인증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능인증을 받는 지시압력계는 별도의 인증과 검사를 위한 비용이 소요돼 이는 고스란히 소화기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KFI는 성능인증품인 지시압력계를 소화기에 부착할 경우 제품검사 과정에서 소화기 1개당 5%의 수수료를 감면해주고 있지만 큰 이점은 없는 게 현실이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3.3㎏ 소화기 기준 1만 개 검사 시 소요 비용은 456만 원 정도다. 이때 성능인증을 받은 지시압력계를 사용했다면 감면 가능 비용은 22만 8천 원이다. 그러나 성능인증을 득한 지시압력계의 제품검사 비용은 53만 원으로 2배 이상 더 비싸다.

 

결국 성능인증 지시압력계를 사용하는 소화기는 더 깐깐한 검사 절차를 거치면서도 비용은 비용대로 더 내게 되는 형국이다.

 

관련 업계는 지시압력계의 검사 체계가 성능인증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뿐 아니라 국내 생산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소화기 업계 관계자 A 씨는 “같은 지시압력계라는 동일 부품을 소화기에 사용함에도 동일한 수량으로 시험을 거치지 않고 한쪽만 느슨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공정한 제도”라며 “지시압력계에 대한 검사를 모두 동일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데도 안 고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 B 씨는 “성능인증을 받은 지시압력계를 사용하면 소화기 원가에 300~400원이 추가되는데 미인증 제품을 달아 소화기 완제품으로 검사를 받으면 이런 비용이 줄어든다”며 “결국 국내 업체는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C 씨는 “지시압력계의 성능인증 과정에선 제품검사 인증표시 스티커를 하나씩 부착하지만 수입 완제품 소화기의 지시압력계는 이런 의무가 없어 결국 인건비에서도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며 “국내 제조사들에게 유리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중국산 완제품 소화기를 우대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KFI는 현 기준이 문제 될 게 없다면서도 시험방법 개선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FI는 대조적으로 적은 수량의 기밀시험이 이뤄지는 미 성능인증 지시압력계 소화기에 대해 “미 성능인증 지시압력계를 부착한 소화기의 기밀시험을 일반검사로 변경할 경우 검사 중 시료의 손상, 파손 등 우려가 커 오히려 국내외 제조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소화기 시험에선 기밀시험 외 추가로 소화기 기밀성능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소화기 형식승인 신청 시 소화기 등에 성능인증을 받은 지시압력계를 부착하는 건 국내외 제조업체의 선택적인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관련 업계는 KFI의 이 같은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검사 시 제품 전체를 온수에 2시간 담가 거품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침지시험’은 소화기 자체의 기밀을 보기 위한 것으로 지시압력계 기밀시험(2배 압력)과는 강도에서 차이가 크다”면서 “국내 지시압력계의 성능인증과 동일한 검사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형평성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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