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드론 교육기관에 비치된 미인증 D급 소화기 © FPN |
[FPN 최누리 기자] = 드론 교육기관 지정을 담당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교통공단)이 드론 배터리 화재를 대비해 엉터리 소화기 비치를 요구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인증조차 없는 D급이나 이산화탄소(CO2), 할론 소화기 등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이에 전국 수백 곳의 교육기관들은 불도 못 끄는 소화기를 강제로 구매하는 중이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최근 교통공단은 전문 교육기관 지정 심사와 정기점검 과정에서 필수 보유 장비 항목으로 ‘금속소화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교육기관으로 지정받지 못하거나 어길 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드론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선 교통공단이 제시하는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서류 양식 중 ‘인력 및 시설ㆍ장비 현황’ 항목에는 금속소화기(D급, CO2, 할론 등)란 문구가 명시돼 있다. D급 또는 CO2, 할론 등의 소화기 중 하나를 반드시 갖춰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교통공단이 이 같은 규정을 드론용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비해 마련했다는 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산소 없이도 1천℃ 이상 온도가 치솟는 비가역적 온도 상승, 이른바 ‘열폭주’ 현상 때문에 화재진압이 어렵다. 외부 산소 공급 없이 스스로 타올라 물을 사용해 온도를 낮춰 불을 끄는 게 현재까지의 유일한 진압 방식이다.
김동현 전주대학교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는 “중형드론의 경우 약 1만~2만2천mAh의 리튬이온 배터리 2개가 탑재된다”며 “배터리 화재 시 발열과 함께 가스가 나오기에 질식 등의 방법으론 진압이 어렵고 물에 담가야 진화할 수 있다. 기기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소화약제가 내부로 침투되지 않기에 모든 소화기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통공단이 제시한 CO2와 할론 소화기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는 적응성이 없다. 보통 전기시설 등에 쓰이는 이 가스식 소화기는 사용 시 방사되는 소화약제(분말 등)가 전자기기 등에 2차 피해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당연히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D급 소화기다. 현재 국내에는 형식승인을 받은 D급 소화기가 단 한 개도 없을뿐더러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적응성이 없다. 소화기는 소방관련법에 따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으로부터 형식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고 제품을 판매하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교통공단은 인증조차 없는 소화기 비치를 교육기관에 강제하고 있다.
교육기관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 규정을 따르고 있다. A 교육기관 관계자는 “교육기관을 처음 등록할 때 D급 등 소화기 비치 사진을 올려줘야만 허가가 나온다”며 “D급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고 해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B 교육기관 관계자는 “교육기관 등록 유지를 위한 정기점검 때 소화기가 없으면 시정 요구 공문을 받고 지정 취소까지 될 수 있어 안 따를 수는 없다”며 “국내 인증을 받은 D급 소화기가 없어 중국 제품을 구매했다”고 귀띔했다.
교통공단은 이 같은 잘못된 규정 도입 배경을 묻는 기자 질문에 소화기 특성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식견을 드러냈다.
교통공단 측은 본지의 취재 요청 공식 답변서에 “구체적으로 D급 소화기만을 사용하라고 안내한 적이 없다”며 “일반 소화기보다는 금속화재형이나 CO2, 할론 등 배터리 화재진압에 도움이 되는 소화기 비치를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터리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D급 소화기 비치를 권장하고 한국배터리순환자원협회 리튬배터리 안전매뉴얼에 명시된 바와 같이 리튬배터리 전용 소화기가 초기 화재진압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일반 소화기 사용 금지)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소방관련법에선 소화기를 화재 유형에 따라 A급(일반 화재), B급(유류 화재), C급(전기 화재), D급(금속 화재), K급(주방 화재) 등 5종으로 구분한다. 소방청이 지난해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소화기 규정을 정립했지만 인증품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결국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적응성이 입증된 소화기는 전무한 셈이다.
그런데도 교통공단의 효과 없는 소화기 강제 비치 규정이 운영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불필요한 소화기를 갖춰야만 하는 교육기관으로 돌아가고 있다.
항공교육훈련포털에 따르면 전국의 초경량비행장치(드론) 전문교육기관은 231곳이다. 이 모든 기관이 교통공단 규정에 따라 D급 소화기를 비치했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수많은 사설 교육기관도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성능이 보장되지 않는 불필요한 소화기를 강제 설치하는 교육기관이 더욱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소방안전기술에 무지한 관련 기관의 ‘탁상행정’이 부른 참극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경제적 피해와 함께 올바른 대비책까지 차단하는 위험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적응성 없는 소화기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판단기준으로 제시하는 것 자체가 큰 잘못”이라며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적응성 부분을 몰랐을 때는 급한 마음에 설치하게 했다더라도 지금은 적응성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이런 문제를 유지하는 건 더 나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방청이 배터리 소화기에 대한 문제를 홍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D급 소화기 등이 성능이 있다고 믿는 걸 보면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며 “이는 배터리 화재 시 다른 대처법을 시도할 기회조차 없애는 일이다”고 꼬집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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