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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또다시 일상 파고든 ‘리튬 배터리 포비아’… 피해 막을 최선책은?
부산ㆍ마포서 4명 사망, 유일 탈출구 막아선 화염
하마터면 대형 참사 될 뻔한 합정ㆍ이촌역사 화재
증가하는 배터리 화재… “안전수칙 실천이 중요”
최누리 기자   |   2025.09.25 [10:15]

▲ 소방대원들이 아파트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FPN 최누리 기자] = 지난 7월 13일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80대 노모와 50대 큰아들이 숨지고 작은아들은 중상을 입었다. 한 달 뒤인 8월 17일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6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이 목숨을 잃었다. 비슷한 시기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과 4호선 이촌역에선 승객이 소지한 배터리가 발화하면서 수백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장소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리튬 배터리가 원인이라는 점이다. 일상 깊숙이 파고든 편리함이 이제는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 되면서 ‘배터리 포비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보조배터리나 전기 오토바이, 전동스쿠터 등에 쓰이는 배터리는 집이나 사무실 같은 실내 공간에서 주로 충전한다. 문제는 외부 충격이나 과충전 등으로 불이 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사용을 위해 국가통합인증(KC 마크)을 받은 배터리와 충전기를 이용하고 과열 등 이상 징후 시 사용을 중단하는 등의 안전수칙 준수를 강조한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우리 일상을 집어삼키는 배터리 화재 사고와 위험성을 분석했다. 

 

일상 집어삼킨 전동스쿠터 화재… 충전 안 해도 ‘펑’

지난 7월 13일 오후 12시 22분께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오후 12시 42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소방은 인력 95명과 장비 26대를 동원해 오후 1시 57분께 완전히 불을 잡았다.

 

불은 주변 행인의 신고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노모가 주방 옆방 창문으로 애타게 손을 흔들며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하지만 결국 안방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숨진 큰아들은 난간 쪽에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작은아들은 난간에서 얼굴을 내밀고 버티다 사다리로 구조됐다. 

 

특히 불길이 현관 쪽에서 시작돼 출입문 방향으로 번지면서 일가족이 대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103호였지만 경사로에 지어진 탓에 출입구 반대쪽은 3층 높이 구조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현관 주변 작은 방에 보관됐던 전동 스쿠터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됐다. 다만 화재 1~2시간 전 충전을 완료한 뒤 전원을 뽑아둔 상태였다.

 

당시 현장에 투입된 한 소방관은 “문을 강제로 개방할 때 도어락 틈 사이로 불꽃이 솟구쳐 나올 정도로 이미 화세가 강했다”며 “방화장갑과 방화복을 착용했음에도 손끝과 목 부위가 너무 뜨거워 소방호스에 나오는 물을 손으로 쳐 몸에 튀기는 방식으로 열기를 식히면서 화재를 진압했다. 일반적인 아파트 화재는 많이 출동했지만 초기 때부터 이 정도까지 화세가 심한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한 달여 뒤인 지난달 17일에는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20층짜리 아파트 14층에서 “불꽃이 나온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주민들은 “‘펑’하고 터지는 소리가 나서 봤더니 벌써 불이 훨훨 타고 있었다”며 “마치 부탄가스가 터지는 듯한 폭발음이 연달아 들렸다”고 말했다.

 

오전 8시 16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소방은 인력 265명과 장비 58대를 투입해 신고 접수 2시간 31분이 지난 오전 10시 42분께 완전히 불을 껐다. 

 

당시 집에는 부부와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현장에서 숨졌고 어머니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화재는 아들이 있던 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방에서 배터리를 충전했는데 사고 당일 오전 8시께 이 방에서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하자 부부는 소화기로 불길을 막아보려 했지만 폭발이 발생하면서 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버지인 A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화기를 뿌리려던 순간 서너 번 배터리가 더 터졌다”며 “소화기 하나로는 부족해 다른 층 소화기를 다 끌어와서 뿌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18일 합동 감식에 나선 소방은 전동 스쿠터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배터리팩을 발견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아찔한 지하철 화재… 시민 용기로 참사 막아 

국민 불안을 키우는 배터리 화재는 주거시설을 벗어난 곳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21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촌역으로 향하던 열차 안에서 한 일본인 관광객의 가방 속 보조배터리에서 갑자기 연기가 피어올랐다. 

 

자칫 밀폐된 객차 안에서 대형 패닉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순간이었지만 주변에 있던 한 남성 승객이 객차 내 소화기로 초기 진화에 나섰다. 이촌역 도착 즉시 역사 직원과 소방관들이 가방을 외부로 빼내 진화를 마치며 더 큰 피해를 막았다. 

 

닷새 뒤인 지난 1일 오후 4시 15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 승차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한 승객이 소지한 배터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불로 승차장과 지하상가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뿌연 연기가 가득 찼다. 당시 역사 직원들은 승객과 상인을 대피시켰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은 배터리에서 연기가 계속해서 일자 옥내소화전을 활용해 물을 뿌린 뒤 배터리를 수조에 담가 역사 밖으로 빼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처럼 대표 공중시설인 지하철 역사에서도 배터리 화재가 이어지면서 일상 속 공포감마저 키우고 있다.

 

5년간 배터리 화재 678건… “화재 대비한 안전수칙 실천 중요”

생활 속 배터리 형태는 기술 발전으로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용량이 적은 보조배터리부터 개인형 이동장치의 배터리까지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관련 제품이 실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화재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4년) 배터리 화재는 총 678건에 달한다. 2020년 98건이었던 화재는 지난해 117건까지 증가했다. 

 

이에 소방청과 전문가들은 피해를 예방하려면 배터리 구매부터 사용, 보관, 폐기까지 지켜야 할 안전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먼저 배터리나 충전기는 국가통합인증(KC)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고 비슷하거나 개조된 제품은 피해야 한다. 만약 배터리 사용 시 타는 냄새, 외형 변형, 과도한 열기 등 현상이 발생하면 즉시 이용을 중지하고 전문 수리업체에 점검을 의뢰해야 한다.

 

또 충전 이전 배터리에 충격이나 습기, 고온 노출 여부를 확인하고 멀티탭은 안전 커버를 사용하는 게 좋다. 0℃ 이하의 환경에서는 충전하지 않도록 한다.

 

충전할 때는 정확하게 연결됐는지 확인하고 커튼이나 이불 등 불이 잘 붙는 물질 주변에서 충전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안전하다. 충전 중에는 자리를 비우거나 잠들지 말고 수시로 충전 상태를 확인하도록 한다.

 

충전이 끝나면 즉시 플러그를 뽑아 전원을 차단하고 과열이나 팽창 등 이상 시 지체 없이 주변 가연물을 제거해야 한다. 

 

배터리는 ▲영하 20℃ 이하 또는 40℃ 이상 장소 ▲뜨거운 차 안 ▲어린아이 손이 닿는 장소 ▲가연물ㆍ탈출로 주변 ▲화재 위험장소 등을 피하는 게 좋다.

 

안전한 폐기를 위해선 배터리 단자 부분을 절연테이프로 감싼 후 지자체 폐전지 수거함이나 제조사의 공식 회수 경로를 통해 버려야 한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는 수거 또는 운반 과정에서 파손 시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배터리를 잘못 사용하면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수칙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화재 시 현장을 벗어나고 119에 신고할 땐 화재 발생 장소와 배터리 충전 여부, 진행 상황, 인명구조 필요 여부 등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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