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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대응ㆍ안전성 강화 위해선 기술개발ㆍ진압대책 강구돼야”
부산소방 주관 국제 화재조사 학술대회, 소방공무원 등 250명 참여
최누리 기자   |   2024.11.11 [11:31]

▲ 지난달 29일 부산파크하얏트호텔에서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주관한 ‘제3회 국제 화재조사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 최누리 기자


[FPN 최누리 기자] = 전기차 등 배터리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현대차의 배터리 관리시스템 고도화 개발 방향 소개와 함께 배터리 화재진압 방안으로 수계 소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달 29일 부산소방재난본부(본부장 김조일)가 주관한 ‘제3회 국제 화재조사 학술대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배터리 화재 위험 감소 방안이 중점으로 다뤄졌다.

 

이 자리엔 김조일 본부장, 이진호 구조구급과장, 윤태승 부산소방학교장, 류기선 포항공과대학교 행정처장을 비롯해 소방, 경찰, 전기안전공사 화재조사 전문가 등 250명이 참석했다.

 

▲ 김조일 부산소방재난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누리 기자

 

토론에 앞서 김조일 본부장은 “이번 세미나는 민ㆍ관ㆍ산ㆍ학이 함께 전기차 화재 안전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전기차 화재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이민아 포항공과대학교 친환경소재대학원 교수 ▲박동국 현대차 배터리안전신뢰성개발팀 파트장 ▲제임스 패티슨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강경석 경기 구리소방서 화재조사관 ▲슈레더 베른하르트 로젠바우어 아시아태평양 담당자 ▲칭송왕 중국 과기대학교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양극ㆍ음극 간 영향 줄이고 크로스 토크 반응 막는 기술 필요”

 

▲ 이민아 포항공과대학교 친환경소재대학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최누리 기자

 

 

이민아 교수는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와 열폭주 원인에 대해 짚어보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했다.

 

그는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전기적ㆍ기계적ㆍ열적 오용 등으로 발생하는데 양극과 음극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저장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방출되면서 열폭주가 발생하고 주변 셀로 열기가 퍼져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리튬이온배터리 내부에서 복합 반응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통해 최근 이해한 개념 중 크로스 토크 반응이 있는데 양극과 음극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배터리 안전성을 떨어뜨리는 현상”이라며 “양극이나 음극 중 한쪽에서 생긴 부산물이 다른 쪽으로 이동해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연구에선 음극 분해 반응이 양극에 의해 더 빨리 촉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극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가연성 가스가 양극 표면을 공격하고 이로 인해 양극에서 산소가 저온으로 나온다”며 “이렇게 되면 배터리 전체가 불안정해지고 화재로 이어질 위험 역시 높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크로스 토크 반응은 생각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배터리 과열을 빠르게 가속시키는데 이런 현상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게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양극과 음극이 서로 영향을 주는 걸 줄이고 크로스 토크 반응을 막기 위한 새로운 소재 개발과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BMS 고도화로 안전성 높이고 있어”

▲ 박동국 현대차 배터리안전신뢰성개발팀 파트장이 발표하고 있다.     ©최누리 기자

 

박동국 파트장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중심으로 현대차 전기차에 적용된 안전기술과 현재 개발 중인 BMS 기술을 소개했다. BMS는 배터리를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두뇌이자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제어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박 파트장은 “현대차에선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단락과 낙하, 압력, 침수 등의 시험을 하고 있다”면서 “외부로 화염이 5분 이내 방출되지 않도록 하는 기준을 바탕으로 현재 기술을 개발 중이다. 향후에는 외부로 화염이 노출되지 않으면서 내부에서 다 소화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배터리 안전성 강화를 위해 BMS 사전진단 시스템 등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이 시스템은 주행ㆍ충전 중 전압 편차와 절연저항, 전류 변화, 과전압, 순간 단락, 미세 단락 등을 상시 진단하고 시동이 꺼져도 배터리 상태를 모니터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BMS 사전진단 시스템은 1~3으로 구분하는데 레벨 1은 전압과 전류, 온도 등을 모니터링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레벨 2의 경우 모델 기반 진단을 통해 미세 단락이나 순간적인 이상 현상을 모니터링한다”며 “이상 징후가 확인되면 일부 기능을 제한하거나 문자 또는 전화로 고객에게 관련 사실을 알려 정비를 유도한다. 당사가 긴급 출동하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고 했다.

 

또 “궁극적으로는 정보 제공을 동의한 차량의 주행 데이터 등을 서버에 저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전 온보드 진단보다 더 빠르게 감지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배터리 화재 감지 시 알람을 통해 소방 출동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BMS 사전진단 코드를 세분화해 소방에 즉시 통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효과적인 배터리 화재진압 방법은 물”

▲ 강경석 경기 구리소방서 화재조사관이 발표하고 있다.     ©최누리 기자

 

강경석 화재조사관은 배터리 열폭주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과 함께 화재진압 방안을 제시했다.

 

강 화재조사관은 “제가 내린 배터리 열폭주의 정의는 비가역적인 급격한 온도 상승”이라며 “이를 유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게 화재조사에서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실제 테스트 결과를 보면 셀 단위에서 100~130℃가 됐을 때 온도가 선형적으로 올라간 후 300~500℃로 순식간에 치솟는다”며 “무엇보다 열폭주를 단일 금속 물질의 반응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효과적인 화재진압 방안에 대해선 물 방사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그간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배터리 화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열폭주를 멈추는 것이다. 물은 냉각 효과가 좋고 가격도 저렴한 데다 점도가 낮다”며 “다른 소화약제 중 가장 우수하기 때문에 수계 중심으로 화재진압에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화재 시 염화수소 등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오므로 공기 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파괴 차량을 통해 구멍을 뚫어야 추가 폭발을 방지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물을 분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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