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수진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이사 |
우리는 지난 6월 24일 발생한 화성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를 알고 있다. 이 사고가 인재일지, 재난일지를 생각하게 된다. 필자는 누구나 생길 수 있는 필연적인 인재라고 생각한다.
관계인이나 건축주는 소방시설 자체점검(이하 소방점검) 비용을 아끼기 위해 법정 장비와 기술인력 없이 혼자 눈으로 점검한 뒤 보고서를 작성하고 소방관서에 제출한다. 더구나 이런 시설의 문제점은 적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장소에서 인재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관계인은 ‘소방점검에 지출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가질 거다. 일부 소방시설 관리업자의 경우 소방점검 용역을 수주하기 위해 낮은 품질로 점검하는 ‘저가 수주’ 유혹에 넘어가곤 한다. 그럼에도 모든 관계인과 소방시설관리업 종사자는 이런 잘못된 인식을 자발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는 국가가 소방시설관리업자에게 부여한 의무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소방점검을 소홀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자(관계인, 소방안전관리자, 점검자)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안전에 대한 의식이 모자라거나 각자가 처한 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건강검진이라고 생각하면 소방점검을 대충하고 싶다는 생각은 드물 거다. 이에 적절한 비교가 될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소방점검과 건강검진을 비교해 보겠다.,
국가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은 조기에 질병을 발견함과 동시에 그 요인을 미리 파악해 국민 건강을 잘 관리하고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소방점검의 경우 소방시설 문제점과 함께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국민의 생명ㆍ신체ㆍ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안전ㆍ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렇게 법에서 추구하는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제도 시행에 따르는 소요 비용의 산출 근거는 국가에서 정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도 건강검진 비용의 수가는 대부분 국민이 의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방점검 비용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런 인식 변화의 시작은 국가에서 마련한 소방시설 표준자체점검비 준수를 기반으로 성실하고 꼼꼼한 소방점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2년 12월 1일 제정된 ‘소방시설등 표준자체점검비 산정기준 및 공표방법 등에 관한 고시’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소방점검의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점검에 필요한 제반 비용과 기술인력 대가를 정하고 있다.
2024년 12월 1일 시행 예정인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1일 점검 한도 면적 축소와 대상 규모별 투입 기술인력 차별화, 우수 소방시설관리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공시하는 점검능력평가 의무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필자는 “소방점검이 단순히 소모되는 비용으로 인식되기보단 국민 안전을 위한 투자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로 소방시설 관리업자의 책임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부실한 관계인 점검과 저가 소방점검이 국민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음을 우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소방시설은 중요하므로 소방점검 역시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일부 관계인과 소방안전관리자, 점검자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소방점검을 대충 하고 싶어 하는 유혹을 떨치거나 점검비를 건강검진처럼 꼭 필요한 투자라 인식하지 않으면 소방점검 제도 발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표준자체점검비 공표를 포함한 소방점검 분야의 여러 가지 제도 변화는 국민이 화재위험에 노출되는 걸 미리 방지하고 화재 시 가족 생명과 삶의 터전을 지키는 관문이 될 거로 믿는다.
마지막으로 어느 방송인의 말이 생각난다. “진짜 위험은 위험이 예상됨에도 위험함을 모르는 거다. 그보다 더 큰 위험은 위험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다. 그리고 위험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혼자의 편익을 위한 거다. 우리에게 닥친 가장 큰 재앙이자 절대 해선 안 될 일이 바로 이거다”
박수진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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