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김태윤 기자] = 최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등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로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기차 안전성 확보와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이하 포럼)이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경기 의정부갑, 포럼 연구책임의원)이 주관한 ‘전기차 안전 확보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달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엔 박지혜 의원을 비롯해 김성환, 박정현, 이소영, 한창민 의원 등 국회의원과 관련 전문가, 산업계 관계자, 일반 국민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박지혜 의원은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명확한 화재 원인 규명과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 국민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합리적인 정책 판단을 위해 과학적인 근거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논의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럼 대표의원인 김성환 의원은 “기후 위기 등으로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 시점에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국민이 전기차 선택을 멈칫거리고 있다”며 “달리 돌아갈 길이 없다면 시민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답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국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는 손영욱 한국자동차연구원 대경지역본부장과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최영석 한라대학교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 등이 맡았다.
‘전기차 안전성 확보를 위한 소방안전 대책’을 주제로 발제한 나용운 연구사는 “골든타임 안에 활동한다면 소방은 무조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가 충격적이긴 했지만 이를 제외하곤 소방이 들어가서 화재를 멈추지 못한 경우는 없다”며 “현 사태를 전기차 포비아로 여기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보고 정책적인 개선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연구사에 따르면 소방대원들은 전기차 화재 출동 시 질식소화덮개로 차량을 덮어 연기와 화염 확대를 막고 배터리가 있는 하부에 물을 뿌려 냉각시키는 방식으로 초기 진압을 시도한다. 그 후엔 수조에 담가 완전 진압한다.
문제는 감지기 미작동이나 늦은 신고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진압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다. 화세를 꺾을 수 있는 브레이킹 포인트를 넘기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 연구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AI 기반 CCTV 영상 인식 기술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에서 볼 수 있듯 현재 지하주차장의 화재 감지 시스템으로는 전기차 화재를 감지할 수 없다”며 “연기감지기를 쓰면 좋겠지만 오프 가스의 경우 무거워 바닥으로 깔리기 때문에 천장에 있는 감지기가 제때 감지하기 어렵고 내연기관차의 매연이 오작동을 일으켜 열감지기를 쓰는 실정이다. 하지만 열감지기는 지하주차장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CCTV 영상만으로 충분히 화재를 인식할 수 있는 AI 기술이 상당 부분 발전한 만큼 이번 기회에 지하주차장 CCTV를 통한 화재감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만약 CCTV로 먼저 화재를 인지할 수 있었다면 빠른 대응이 가능했을 거로 판단된다”고 역설했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와 관련해선 정상작동을 방해하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습식 스프링클러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는 동파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동결방지 열선이나 어는 점을 낮추는 물질을 넣는 등의 방안을 내놨다.
이 밖에도 지하주차장 차간 거리 확보와 층고 향상, 전기차 배터리 충전율 제한, BMS 성능 고도화 등을 대책으로 제안했다.
또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정홍영 소방청 소방분석제도과 제도계장은 전기차 화재 현황과 대책 방향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정 계장은 “지난해 기준 차량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전기차 1.32, 내연기관차 1.55건으로 내연기관차가 더 많지만 향후 전기차 노후화 등이 진행됨에 따라 화재 건수는 서로 비슷하거나 전기차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두고는 “공간적 특성상 소방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초기에 진화되지 않을 경우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처럼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 지상화와 관련해선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지상으로 충전시설을 이전하더라도 충전 후엔 전기차 역시 지하로 들어가야 하는 만큼 당연히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주민 우려를 해소하고 전기차 차주의 충전 불편이 없도록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방의 전기차 화재 대응상의 애로점으로는 소방력 부족과 재발화 위험 등을 꼽았다. 정 계장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최근 발간된 테슬라 리포트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진압 시간은 약 8배, 인력은 3배, 소화수는 110배 더 필요하고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22시간 후에도 재발화 가능성이 있다”며 “신고와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소방대원의 효과적인 진압 능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화재 안전 체계와 관련해선 전기차와 건축물, 소방대 진압 등 세 분야로 나눠 개선방안을 소개했다. 먼저 전기차 분야에선 ▲배터리 인증제 도입 ▲BMS 고도화 ▲차세대 배터리 개발 ▲충전기 안전성 인증 ▲화재예방 충전기 설치 등을 제시했다.
건축물 분야는 크게 액티브 시스템과 패시브 시스템으로 구분해 도출한 개선방안을 공유했다. 액티브 시스템에선 ▲연기감지기 설치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 ▲스프링클러와 감지기 설치 대상 확대 ▲충전구역 소방시설 강화, 패시브 시스템에선 ▲면적별 방화구획 ▲배연설비 설치 ▲환풍구 설치 강화 ▲주차장, 세대 출입구 방화구획 ▲단열ㆍ보온재 난연화 등을 꼽았다.
소방대 진압 분야 개선방안으로는 ▲전기차ㆍ지하공간 SOP 마련 ▲지하공간 화재 대응 전술교육 강화 ▲전기차용 진압장비 확충 ▲차세대 화재 대응 기술 개발 등을 언급했다.
이날 정 계장은 지난달부터 소방청이 운영 중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안전 TF(이하 TF)’를 소개하기도 했다. 소방청 차장을 단장으로 소방공무원(21명)과 관계 부처(5명), 민간 전문가(17명) 등이 참여한 TF는 오는 12월(필요시 연장)까지 화재 예방과 건축구조, 화재 대응, 소방장비 등 4개 분과에서 다양한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안전 확보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정 계장은 “TF에선 습식 스프링클러설비 의무화(신축)와 천장 가연물 난연성능 확보, 전기차 화재 대응 장비 기본규격 마련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좋은 의견이 있다면 TF로 제안해 달라.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엔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고창국 SK온 부사장 ▲홍기철 현대자동차 상무 ▲황인천 한국방염기술 대표 ▲박상욱 JTBC 기자 ▲정홍영 소방청 소방분석제도과 제도계장 ▲서혜린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 자동차정책과 사무관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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