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최누리 기자] = 지난 1일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주민 22명이 다치고 차량 880대가 불타거나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다. 충전조차 하지 않았던 전기차에서 갑자기 불이 나자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전기차는 화재 시 진압이 어렵다. 산소 없이도 1천℃ 이상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보급이 급속히 늘면서 관련 화재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충전시설 의무 대상까지 확대되면서 위험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전기차에서 시작된 배터리 화재 위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생활에 사용되는 다양한 배터리는 물론 각종 에너지저장장치 등 사회 전반에는 동일한 위험을 가진 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산업군에선 배터리 화재 위험을 줄이거나 대응을 위한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배터리의 열폭주 시 연쇄반응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2016년 설립된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주)(대표 김병열)는 소공간용 소화용구 ‘스틱’과 실시간 온도ㆍ습도ㆍ연기 감지 모니터링이 가능한 ‘스틱 센서+’, 중ㆍ대형공간에 적용 가능한 ‘레드블럭’, ‘배터리 화재진압용 소화장치’ 등 자동 소화시스템을 생산하는 전문기업이다.
정부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조달청 우수제품ㆍ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과 국방 우수상용품 사용 적합 품목에 지정되고 재난안전 연구개발 우수성과상, 대한민국안전대상 우수제품 부문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지금까지 취득한 국내ㆍ외 특허만 25건에 달한다.
현재는 배터리와 자동차 등 여러 분야 기업과 진압 기술개발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배터리 화재의 위험 최소화를 위한 소화시스템 개발에 한창이다.
원천 기술로 이뤄낸 다양한 자동화시스템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은 원천 기술을 접목한 자동 소화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스틱’은 화재 시 설치 방호 체적 내부 온도가 100~110℃에 도달하면 소화캡슐이 터지면서 소화약제를 자동으로 분사한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한 ‘스틱 센서+’는 연기와 온도를 감지한 뒤 경보를 울린다. 중앙통신제어실에선 화재 발생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각 온도 도달 범위를 설정할 수 있는 연기 센서의 작동 기능은 1~4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레드블럭’은 에너지저장장치나 대형드론, 발전소, 개폐기, UPS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중ㆍ대용량 자동 소화시스템이다. 화재를 감지하는 동시에 초기 화재를 진압하고 30초 내 90% 이상의 소화약제를 방출한다.
‘배터리 화재진압용 소화시스템’은 배터리 내부 온도가 설계온도에 도달하면 내부에 설치된 소화캡슐이 터지면서 소화약제를 분사해 초기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이다.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의 모든 자동 소화시스템의 특징은 소화약제를 빠른 속도로 방출한다는 점이다. FK-5-1-12 할로겐화합물이 적용됐다. 이 소화약제는 물보다 50배 빨리 기화돼 주변 열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열전도 등 연쇄반응을 차단한다. 또 ▲오존파괴지수(ODP) 0 ▲지구온난화지수(GWP) 1 등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자사의 소화시스템들은 배터리 내부가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소화캡슐이 반응하는 ‘온도제어 캡슐 파괴 기술’이 적용됐다”며 “배터리 열폭주로 발생한 열기를 냉각시켜 발화점 온도를 떨어뜨리고 주변 셀로 열기가 퍼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열폭주 착화 차단ㆍ복사열 방지기술’도 접목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제조사의 배터리를 대상으로 수많은 실험을 진행한 덕분에 최적의 화재진압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적 소화약제 성능 “수년간 쌓아온 연구 끝에 찾았다”
시중에 보급되는 배터리들은 각형이나 파우치형, 원통형 등으로 구분된다. 원재료는 물론 제조 방식도 제조사마다 다르다. 이 때문에 동일 방식으로 배터리 화재를 진압할 경우 그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없다는 게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 설명이다.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은 각 배터리에 적용이 가능한 자동 소화시스템 개발을 위해 방폭설비 등을 갖춘 487㎡ 규모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각 제조사 배터리를 시료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열폭주가 시작된 배터리에 소화약제를 직접 분사하는 과정을 거쳐 최적의 방사 시기와 분사량 등을 연구 중이다. 지난 8년간 축적한 실험 데이터는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배터리 셀 한 개에서 열폭주가 발생해 열기를 제어하지 않으면 주변 셀로 급속히 퍼지면서 연쇄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열폭주 시 소화약제가 한꺼번에 분사되면 이후 일어나는 열폭주에 대응할 수 없기에 셀 열량에 맞춰 소화약제를 적절하게 분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적의 소화약제 분사량 등을 연구한 끝에 소화시스템 성능과 품질, 안전성을 더욱 높일 수 있었고 이 덕분에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성장 비결은 ‘맞춤형 공급’… 고객 해마다 늘어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를 적용하는 환경과 사용자 요구에 따라 자동소화장치의 설계부터 제조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이 같은 소화시스템의 공급체계 역시 차별화된 경쟁력의 비결로 꼽힌다.
고객 요청에 따라 성공적으로 개발된 제품 중 하나는 파배터리 폐쇄기에 적용되는 소화시스템이다.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은 이 시스템 개발을 위해 그간의 화재 발생 원인을 조사하고 유사 환경에서 수많은 소화실험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소화시스템을 차량 제조사와 함께 공동 개발 중이다. 공간적 제약을 받는 전기차 배터리 특성을 고려해 작고 가벼운 소화시스템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2016년 차세대 소화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자사가 다양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었던 건 고객과의 호흡을 맞춰가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면서 “그간 그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문제를 해결한 덕분에 자사를 찾는 기업들도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서는 기업 되겠다”
[인터뷰] 김병열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 대표
“오랜 기간 차세대 화재진압 기술을 연구해왔다. 그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활용해 소공간용 소화용구를 개발하고 KFI인증을 획득했다. 이 제품으로도 수익 창출이 가능했지만 국내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배터리 화재 안전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해외인증 획득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에는 관련 인증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김병열 대표의 시선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향하보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가 있어서다.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제품에 대한 성능과 품질이다. 매출 중 일정 부분을 연구개발비로 집중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회사의 인력 대부분은 연구부서에 속해 있다. 사회에 새로운 위험을 초래하고 기술이 급변하는 배터리 관련 시장과 환경을 조사하기 위해선 상상 이상의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기초 데이터와 학습이 없다면 자동 소화시스템 개발 또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의 노력은 굴지의 대기업과의 인연을 맺어줬다. 세계적인 전기차 제조사는 물론 굴지의 배터리 전문기업과 소화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기회를 얻었다.
글로벌 소방안전 플랫폼을 꿈꾸는 김 대표는 시장 확대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그 시작은 UL 2166P 인증 획득이다. UL 2166P는 소화기 관련 미국 표준이다. 2016년부터 인증 획득에 노력한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상반기 인증 심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증 획득 이후에는 펜듀잇과 하니웰 등 세계적 소방 전문기업과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이들의 네트워크를 통한 시스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UL 등 해외인증이 필요하다. 국내 기준보다 훨씬 까다롭고 복잡한 조건을 요구해 시간이 걸리지만 인증 절차가 완료되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이 우리나라에서 기존과 다른 개념의 소공간용 소화용구를 만든 기업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건 김 대표의 진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명을 살리는 제품을 만들자’는 목표는 끊임없는 열정으로 이어졌고 현재와 같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지금의 파이어킴에너지솔루션이 존재할 수 있었던 건 임직원이 밤낮없이 실험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특히 8년간 노력 끝에 개발한 배터리 화재진압 소화시스템은 배터리 안전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금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해서 정진해나가겠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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