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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응급의료전문가들 “119구급대원 업무범위 확대해야” 한목소리
119구급대 전문화 및 인력운영 개선 세미나
의료계 종사자, 소방대원 등 300여 명 참석
전문가 “국내 EMS, 세계 추세 따라가지 않아”
국민 생명 보호 위해 업무범위 확대 이뤄져야
구급전문교육기관 설립ㆍ구조구급수당 인상
박준호 기자   |   2022.12.15 [16:46]

▲ 지난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119구급대 전문화 및 인력운영 개선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FPN 박준호 기자] = 119구급대 전문성 제고와 구급대원 인력운영 개선 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이 주최하고 소방청 119구급과가 주관한 ‘119구급대 전문화 및 인력운영 개선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엔 박성민 의원을 비롯해 구자근, 김성원, 김웅, 김형동, 송언석, 이만희, 이용, 정동만, 정희용 등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의료계 종사자, 전국 소방대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 세미나를 주최한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영 기자

 

박성민 의원은 인사말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코로나19 장기화로 119구급대원의 인력운영과 역할에 관해 조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미나를 통해 구급대원의 환경이 개선되고 직무 관련 뒷받침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 국회에서도 구급대원들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화영 청장 직무대리는 “119구급대는 지난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증 질환이나 최근 발생한 다수사상자 사고 등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새로운 재난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며 “소방청은 이런 응급의료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급대원 업무범위 확대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소방청은 응급환자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병원 전 중증도 분류 체계 표준화를 추진하고 전문자격인정제를 도입해 구급대원 역량 신뢰도와 전문성을 높여가겠다”고 강조했다.

 

▲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 최영 기자

 

그러면서 “일선 대원들의 의견을 청취해 업무부담을 덜고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나가겠다”며 “구급대 전문화와 인력운영에 관해선 의료계 등 전문가들의 고견을 수렴해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미나 발제는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구급대원 업무범위 확대의 의의와 전망) ▲장태원 한양대구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구급대원 직무관련성 근골격계 질환 발생 및 PTSD) ▲이승효 소방청 119구급과 소방장(119구급대 인력운영 현황 및 처우개선 방안) 등 세 명이 맡았다.

 

이어 진행된 토론은 이경원 교수를 좌장으로 김태한 소방청 119구급과장과 홍성철 행정안전부 재정정책과장, 장태원 한양대구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유은영 <FPN/119플러스> 편집부장, 노영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문형준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119구급대원 업무범위 확대 관련법인 ‘119 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신속히 법제화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또 구급대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구급인재개발원 설립과 효율적인 3인 구급대 탑승 증대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세미나 현장을 찾아 이날 논의된 다양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에피네프린을 구급대원은 못 쓰는 현실 답답하다”

▲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최영 기자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경원 교수는 국내 응급의료시스템(Emergency Medical Service, 이하 EMS)이 세계적 추세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의 안전을 위해선 구급대원의 업무범위 확대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에서 EMS를 하는 나라 중 심정지 환자에게 에피네프린을 투약하지 못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며 “급성심근경색 환자 등에게 12유도 심전도를 하는 것도 국제지침이지만 우리 구급대원이 시행하면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방에 12유도 심전도 기계가 있는 데도 쓰질 못한다. 심지어 12유도 심전도는 환자에게 해가 되지도 않는다”며 “환자의 상태를 빨리 파악해 병원에 이송하는 게 회복에 얼마나 중요한데 이를 시행하지 못하는 건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한탄했다.

 

그는 119구급대원 업무범위 한정에 따른 모순적인 상황도 꼬집었다. 이 교수는 “위급상황 시 환자에게 투약하는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는 일반 국민도 사용할 수 있지만 정작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구급대원은 사용을 못 한다. 참으로 이상하지 않냐”며 “말벌 퇴치하다 벌에 쏘여 구급대원이 사망하기도 한다. 전 세계 10위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EMS에서 구급대원은 에피네프린 투약과 탯줄 절단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안전성과 유효성 논쟁을 하고 있다. 구한말 시대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 확대에 따른 부작용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2019년 서울소방이 처음으로 119구급대원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을 시작했다”며 “시행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민원과 소송은 한 번도 없었다. 안전성은 논할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끝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119구급대원 업무범위의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이는 세계적 기준이다”고 강조했다.

 

“소방공무원 인정 질병 확대해야”

▲ 장태원 한양대구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최영 기자

 

장태원 교수는 장시간 노동과 직무 스트레스, 생물학적 유해요인에 따른 소방대원의 발병 상관관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먼저 소방대원은 화재 현장에서의 발암물질과 환자 이송 중 근골격계 손상, 교대근무에 따른 격무 등으로 건강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20~30대 소방대원은 일반 국민보다 건강하지만 40대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신체 상태가 악화한다. 또 경찰이나 다른 공무원과 비교해보면 근골격계질환이나 화상 등의 유병률은 높았지만 뇌ㆍ심혈관질환은 낮았고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외래진료비와 입원비, 약제비 등을 합친 1인당 의료비 지출은 훨씬 많았다.

 

장 교수는 “많은 고민과 분석을 했는데 소방대원의 건강관리가 미진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며 “어떻게든 한 명을 더 살리려는 노력 때문인 것 같은데 소방대원 본인의 건강도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력의 양적 강화는 인력 충원만이 아니다”라며 “소방대원의 건강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도 소방력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방력 강화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재해보상법’상 소방공무원의 인정 질병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장 교수는 “지난 6월 ‘공상추정법’이 통과됐다”며 “구급대원이나 화재진압 활동을 10년 이상한 경우 허리디스크가 생기면 자동 인정해주는 기준이 제정될 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된 일이지만 근골격계 질병에 관해서만 추가됐다”며 “외국처럼 뇌ㆍ심혈관질환, PTSD나 수면장애 등 정신질환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급대 전문성 강화 위한 교육센터 설립ㆍ구조구급활동비 인상해야”

▲ 이승효 소방청 119구급과 소방장  © 최영 기자

 

발제자 중 유일한 소방대원인 이승효 소방장도 응급환자 생존율 향상을 위해 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구급대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승효 소방장은 “4대 중증환자는 연간 30만명 이상 발생하지만 법적 제약 등으로 119구급대가 충분한 응급처치를 못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환자 생존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방장은 “119구급대원의 업무역량과 확대 처치 시범사업을 한 결과 부작용은 없었고 환자 예후가 좋아졌다. 특히 심폐소생술 시 에피네프린을 투여했더니 자발순환회복률과 생존퇴원율이 향상했다”며 업무처치 확대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구급대원 전문성 제고를 위해 교육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소방장은 “우리나라 구급대원은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로 나뉘어 있는데 교육과정이 다르고 개인의 역량에도 차이가 있다”며 “체계화된 교육과정과 표준화가 마련돼야 한다. 구급대원의 업무범위 확대와 정원 증가에 따른 교육도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2024년 이전 예정인 현 충청소방학교 건물을 구급대원 교육센터(가칭 구급인재개발원)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이 소방장 구상이다.

 

그는 “기존 교육과 달리 신임 교육과정 중 4주간 동승 실습을 하고 구급지도관을 위한 특별 교육과정 운영, 더 나아가 구급연구실까지 구축하는 게 구급인재개발원의 비전”이라며 “구급 교육 전후의 동일 구급대원에 대한 역량 변화 분석과 지역별 주요 중증 응급환자의 구급서비스 품질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재설계하는 걸 건의한다”고 전했다.

 

이 소방장은 3인 구급대 탑승률 확대를 위해선 관련학과 졸업생 인턴제도 도입 등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 소방장은 “전문 자격을 갖춘 구급대원이 더 많으면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의 최종 결과가 좋았다”며 “이는 구급대 인원이 늘면 환자가 더 살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현재 경기도는 3인 탑승률이 가장 낮고 다른 지역도 100% 운용이 안 되는 실정”이라며 “사고자와 휴직, 교육 등으로 인한 결원 발생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구조과 졸업생 등을 인턴 구급대원으로 채용해 구급대원 지원 자격인 병원 임상 경력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 구급대원 처우개선을 위해 구조구급활동비를 30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방장에 따르면 구조구급수당은 1995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인상도 없이 27년간 10만원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몇 차례에 걸쳐 수당을 20만원으로 인상하려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출동 건수가 640% 증가하는 등 구급대원의 업무강도는 대폭 늘었는데 인상이 없었다. 현실적인 반영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토론에서도 119구급대원 업무범위 확대 필요성 목소리

▲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 최영 기자

 

발제 후엔 토론이 이어졌다. 대다수 패널 역시 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형준 교수는 “2015년도에 구급대원이 에피네프린 라인을 확보하는 데 12분이 걸렸다. 지금은 10분 안에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재 구급대원의 능력은 대단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심전도를 찍어 판독하는 교육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1급 응급구조사”라며 “그런데 이들은 심전도를 찍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이 굉장히 아쉽다”고 전했다.

 

노영선 교수는 “서울대병원이 올해 중증환자 전문 이송 교육과정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운영하면서 응급구조사들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다만 이들이 꾸준히 술기에 대한 전문지식을 잃지 않도록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기반이 돼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업무범위 확대가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엔 아직 중증전문이송이 도입되지 않았다”며 “여러 장벽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구급대원의 업무범위 제한이다. 개정을 통해 업무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은영 편집부장은 개인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범위 처치 확대 필요성을 호소했다. 유 부장은 “제게는 우유 알레르기를 갖고 태어난 딸이 있다. 심할 땐 아나필락시스 증세까지 동반한다”며 “병원에서 에피네프린 주사를 처방해줬지만 겁이 많아 한 번도 투약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럴 때마다 119가 생각났지만 구급대원은 저처럼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업무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처치라 주사를 놓지 못한다”며 “국민으로서 도움받고 싶었지만 그들이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단 사실을 알기에 요청할 순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19구급대는 국민을 위해 조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업무범위 제한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처치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업무범위 확대 관련 법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했다.

 

홍성철 과장은 구조구급활동비 인상과 관련한 답을 내놨다. 홍 과장은 “구조구급활동비 인상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을 협의하겠다”며 “그러나 이 재원은 각 시도에서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저희도 노력하겠지만 소방청도 시도 소방본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한 과장은 “구급대원의 전문성 제고는 지상과제다. 업무범위 확대는 기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또 교육과 훈련만으로 전문성이 강화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당 부분도 현실화해야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고 더 몰입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시도별 OJT 교육을 강화해 항상 수준을 유지하고 스스로 평가해 선순환적인 구급 업무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소방청 방향”이라며 “인력 수급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데 앞으로는 업무범위 확대에 적용할 수 있는 1급 응급구조사나 간호사 직원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한테 혜택이 고스란히 갈 거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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