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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갑론을박 이어지는 119구급대 업무범위 확대… 왜?
국회 제출된 ‘119구조ㆍ구급법’ 개정안 놓고 온도 차 뚜렷
모호한 법 규정이 국민 생명에 악영향 미친다는 ‘소방청’
응급의료법서 규정할 사항, 타당성 없다는 ‘복지부ㆍ단체들’
유은영 기자   |   2021.08.25 [12:56]


[FPN 유은영 기자] = 소방청장이 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를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 설정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서울 중랑갑)이 지난 6월 7일 국회에 제출한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 확대 내용을 담고 있다. 소방청장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응급처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소방청장에게 구급대원 자격별 응급처치 범위를 제한토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서영교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현재 119구급대가 심정지 환자나 벌 쏘임으로 인한 쇼크 환자에게 강심제(에피네프린 등)를 투여하거나 응급분만 산모의 탯줄을 처치하는 등 선진국에서 널리 허용되는 최소한의 응급처치를 할 수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한 응급환자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 왔다”며 “119구급대원이 응급환자의 소생을 위해 부득이 처치한 때도 민ㆍ형사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법률 개정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국회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로 여전히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관계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최근 관계부처와 단체 등에서 관련 법률의 소관 부처인 소방청에 법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공식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청 “모호한 법 규정 때문에 국민 생명을 살리는 본연 임무 수행 지장”

소방청은 해당 법률안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가기관으로서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모호한 법 규정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119구급대 본연의 임무 수행에 지장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월 1일 기준 119구급대원은 총 1만2732명으로 이중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는 각각 8512(66.9%)명과 3005(23.6%)명이다. 모두 119구급대의 핵심인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응급구조사는 보건복지부 소관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조항에 따라, 간호사는 ‘의료법’ 조항에 따라 업무범위가 규정된다. 하지만 구급대원의 업무범위로는 매우 제한적이거나 모호해 현장에서 적정한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소방청 설명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응급의료법’ 조항은 병원 간 이송을 주로 하는 민간이송단 등에도 적용되는 규정으로 119구급대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또 ‘의료법’ 조항은 병원 내 간호사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병원 전 단계의 간호사 119구급대원이 수행 가능한 업무범위의 규정으로는 명확성이 떨어져 해석에 따른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런 현실과 맞지 않는 모호한 법 규정 때문에 부득이 불법적 응급처치란 위험한 선택을 강요받던 119구급대원의 업무를 현실화하고자 ‘119구급대원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안정성과 효과성이 검증된 응급처치 항목에 대해선 119구급대를 관할하는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에서 소속 구급대원의 자격별로 수행할 수 있는 적정한 응급처치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입법 효율상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119구급대원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은 병원 전 단계 119구급대원 현장 응급처치 업무범위 확대에 따른 효과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보건복지부, 대한응급의학회, 시민단체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별교육을 이수한 2인 이상(운전원 포함 3인)의 1급 응급구조사 또는 간호사가 중증 환자에게 확장된 5개 업무범위(12유도 심전도, 응급분만 시 탯줄 절단, 급성 외상환자에 대한 비마약성 진통제 투여, 아나필락시스 쇼크 시 에피네프린 투여, 심폐소생술 시 에피네프린 투여 등)에 대한 응급처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그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 시범사업은 업무범위가 자격뿐만이 아니라 해당 구급대의 역량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전국 223개 특별구급대에서 시행 중인 특별구급대 시범사업 결과 확대 처치 모든 항목에서 임상적 부작용이 없었고 다수 항목에서 이미 그 효과성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년간의 시범사업 결과 안정성과 효과성이 검증됐다면 이젠 시범사업이 아닌 법령 개정을 통해 구급대원의 업무범위로 포함돼야 한다”며 “시범사업 결과 안정성과 효과성이 검증된 항목부터 순차적으로 ‘119구급대원 응급처치 표준지침’에 담아 제도화할 수 있도록 조속히 119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정안을 통해 119구급대 소속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가 먼저 확대된다면 현장에서 응급구조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능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로 작용해 ‘응급의료법’의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개정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응급처치 범위 규정 관련 제출 의견 살펴보니…

소방청에 따르면 법안에 대한 의견은 보건복지부와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등 모두 네 곳에서 제출했다.

 

보건복지부는 “면허ㆍ자격의 업무범위는 자격요건과 연계해 결정해야 하고 자격요건(응급의료법)과 업무범위(119법)의 관리체계 이원화로 동일자격 내 업무 혼란 초래 등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불수용 견해를 밝혔다. ‘응급의료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5년마다 업무범위 적절성을 조사해 반영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등 응급의료종사자의 예외적 응급처치 규정을 ‘의료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이외에 별도법에서 규정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개별 소속기관장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의 협의를 통해 업무범위를 규정한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환자 안전과 관련한 병원 전 단계 응급처치 범위는 의료 측면에서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관할 법령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향후 해양경찰청이나 산업체 등 응급구조사가 근무하는 기관마다 기관장이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면 업무범위를 개별적으로 각각 정할 수 있는 것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게 응급의학회 주장이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는 이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기반해 2021~2022년 개정하는 것으로 합의돼 있다”며 “구급대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야 하므로 별도법으로 ‘구급대원의 업무범위’를 정하는 건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구급대원의 업무범위를 소방청에서 정하다는 건 ‘법률소관주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설명이다.

 

또 “어떤 근거도 없이 간호사에게 의료법상 면허된 것 이상의 업무를 소방청장이 추가로 시행할 수 있게 한다는 건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간호사의 응급의료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과학적 검증절차가 이뤄진 후 응급의료종사자로서 간호사의 병원 전 응급의료행위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대한간호협회는 법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료기관 전 단계에 국한해 구급대원의 업무를 별도로 정하고 구급대원 자격별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는 데는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충분한 교육과 시범사업 등을 통해 안정성이 담보돼야 하고 하위법령 마련 시 간호사인 구급대원의 업무범위는 현행 표준지침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와 시범사업 수행 업무범위에 대한 인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세 번째 발의된 법안, 어떤 결과 나올까

사실 이 같은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지난 20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서울 중구성동구갑)이 한 차례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임기 만료 폐기’됐다.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검토보고서를 보면 보건복지부는 ‘구급대원 업무범위확대 시범사업’ 실시 후 그 결과를 반영해 법률 개정 여부를 논의하는 게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대한간호사협회는 의료인 면허자가 구급대원 신분이라고 별도의 업무범위를 정하면 의료관계법령에서의 업무범위와는 다른 기준을 갖게 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시범사업 자체는 반대하지 않으나 ‘의료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아닌 ‘소방법’을 통해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건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를 이원화해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21대 국회가 시작된 지난해에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경기 의정부갑)이 유사 법안을 발의했으나 해당 조항을 제외한 채 ‘대안 반영 폐기’된 바 있다. 이때도 각 단체의 의견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대한간호사협회는 “찬성하나 충분한 교육과 시범사업 등을 통해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조건부 찬성 의견을 냈다. 

 

최초 법안 발의 이후 정부 차원에서 업무범위 확대 타당성 검토를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3년 가깝게 소방청과 보건복지부, 관련 단체 사이의 이견은 사실상 좁혀지지 못한 셈이다.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결국 국회의 판단에 맡겨졌다. 

 

국회 행안위 관계자는 “법안 통과의 시급성과 관련 단체들의 이견을 종합해 볼 때 최소한 올해 12월 종료될 시범사업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섯 가지 응급처치에 대한 의학적 안전성 검토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의학적 안전성 검토 이후에도 관련 단체들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구급대원들의 응급처치 행위가 위법하지 않도록 하고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 소홀함이 없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하는 만큼 법률안 심사가 그 이후에나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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