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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럼] 소방관 안전을 위한 조직문화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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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기사입력 2021-02-22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미국에서는 해마다 5~6만여 명의 소방대원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다. 화상, 화학물질 노출, 테러 등에 의한 총상, 힘든 훈련 후 24시간 이내 심정지, 골절, 과로, 악천후로 인한 동상, 탈진 등 유형도 다양하다.


소방대원의 부상은 치료기간 동안 출동 인력의 부족 현상을 가져오고 치료비 등 상당 금액의 직ㆍ간접적 부대비용도 발생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4년 ‘Everyone Goes Home.’ 프로그램. 즉 모든 소방대원은 업무를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귀가한다는 골자의 소방조직 안전문화 개선안 16가지를 제시하게 된다.


주된 내용으로는 과장된 영웅 이미지 지양,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문화 개선, 철저한 현장대원 인원파악, 교육 및 훈련 기준 상향 조정, 아차 사고 발굴 등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많은 숫자의 공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소방대원 부상 통계는 안전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결코 단기간 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2015년에는 ‘미국소방서장협회(IAFC)’와 ‘미 연방 소방국(USFA)’이 소방대원의 복지 및 건강에 관한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소방서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예를 들면 ‘출동 중 소방차 안에서 안전벨트 착용하기’ 서약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에는 850개 이상의 소방서에서 15만 명이 넘는 대원들이 출동 중이라도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하겠다는 서명에 동참했다. 


이런 추이에 발맞춰 ‘미국 국토안보부(DHS)’와 ‘미연방산업안전보건청(OSHA)’에서도 소방대원을 위한 공기호흡기 훈련 프로그램, 밀폐공간 작업 요건 강화, 위험물질 훈련, 국가 차원의 자격 기준 등에 관한 보다 강력한 규정도 마련했다. 


대한민국 소방관들에게 올 한 해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2년차를 맞이하는 해이며 또 한편으로는 ‘제2차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계획’이라는 5개년 계획(2021~2025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번 계획에서는 제1차 계획(2016~2020년)에서 추진됐던 근무환경 개선, 체계적 건강보건 관리체계 구축, 직무만족도 향상을 위한 복지환경 조성, 순직소방관에 대한 합당한 예우지원 등 그동안 추진되던 정책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 몸과 마음이 건강한 소방관, 현장활동 안전관리에 관한 기준 마련, 자긍심 있고 명예로운 소방상 구축이란 새로운 과제들을 추진하게 된다. 


현장이나 소방서 내에는 여전히 많은 리스크가 존재한다. 얼마 전에는 후진하던 소방차에 지나가던 행인이 부딪치는 사고가 있었는가 하면 수난구조 훈련 중 소방대원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해마다 소방차 전복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고가 빈번하다. 하지만 아직도  출동대원의 안전벨트 착용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속한 출동을 위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안전벨트를 하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빠른 속도로 출동하던 소방차가 사고로 전복된다면 탑승한 대원들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 결국 안전벨트 착용의 문제는 불편함의 문제가 아닌 안전을 위한 숙달의 문제다. 


소방조직 안전문화를 위한 변화는 여러 면에서 순기능을 가져다준다. 지역사회 관점에서 보면 사고 없는 안전한 소방서는 운영 면에서 효율적이고 경제적일 뿐 아니라 공상이나 순직에 따른 보상이나 보험료 절감의 효과도 있다.


소방대원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더 안전한 일터를 제공받고 있다는 안정감, 그리고 위험한 상황에서 현장 활동을 할 때에도 지휘관의 지시사항이 나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결정이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소방서 차원에서도 각종 사고에 따르는 부대 운영비 절감과 직원 사기 증진, 보다 향상된 현장 관리 등 장점이 많다. 이런 부분들은 결국 소방조직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더 우수한 재원의 진입을 촉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모든 소방관은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완수하고 명예롭게 퇴직하길 희망한다. 어느 소방관도 자신의 이름을 현충원에서 확인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에는 일정 부분 거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제까지 해 왔던 방식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과 소방관에게 희생은 숙명이라는 착각, 안전은 약한 사람들의 변명이라는 등의 근거 없는 논리도 등장할 수 있다.


결국 안전을 위한 변화는 우리 모두의 참여와 실천으로 완성된다. 미국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10년이 넘어도 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장기적인 정책적 인내와 관심이 요구된다.


간혹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사고를 내면 징계하겠다는 일차원적인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감독자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일탈이 발생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안전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있어 수동적인 대원을 양산할 뿐이다.


더는 무의미한 공상이나 순직이 없어야 한다. 아무리 의미가 있는 희생이었다고 해도 사전 예방 가능한 방법은 없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는 선한 뜻을 가진 이들이 다치거나 순직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 안전에 완전을 더해보면 좋겠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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