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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대원을 위한 라떼이야기-Ⅱ
전북 전주완산소방서 장준희   |   2020.11.20 [10:00]

가위뛰기, 엎드려뛰기가 표준이던 시절에 듣보잡이던 배면뛰기를 가장 효율적인 높이뛰기 기술로 자리
잡게 한 선수가 있다.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딕 포스베리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시도한 발상의 전환
이 그의 인생을 바꿨고 그렇게 일궈낸 성과는 지금의 높이뛰기 세계 기록인 2m 45㎝의 발판이 됐다.


“장 반장, 그거 왜 그렇게 하는 거야?”
“어… 그냥 전부터 이렇게 해 왔어요. 선배님들도 이렇게 하시던데요”


물론 대를 이어 내려오는 행동 절차라면 어느 정도 검증됐고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이니 굳이 고민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거다. “라떼는~ 선배들에게 바꾸자는 말을 쉽게 꺼내기가 어려웠지”라는 핑계를
뒤로하고 시대가 변하고, 장비가 바뀌고, 사고 유형도 더 복잡해진 지금. 우리가 그동안 화재현장에서 불
문율처럼 해왔던 현장 활동에 대한 고민과 작은 변화에 대한 시도를 제안해 보려 한다.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가져온다

필자는 수관을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늘 미리 준비하는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수관 보관 방법이야말로 복잡한 현장에 맞서는 가장 기본적인 준비라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수관은 한 겹 말이, 두 겹 말이 등 접은 수관의 형태로 정리된다. 차량 보관 시 많이 사용하는 한 겹 말이는 정리하기 편리하다. 그에 비해 두 겹 말이는 수관을 반으로 접어 두 겹으로 말기 때문에 반듯하게 말아 정리하기가 까다롭다.


그런데 얼마 전 신규 직원이 기존 두 겹 말이 방법과 다른 ‘접은 두 겹 말이’를 하는 걸 보고 작지만 중요한 고민과 시도를 하는 듯 해 반가웠다. 이런 방법을 연구해 정립하신 이름 모를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접은 두 겹 말이 방법은 수관을 반으로 접고 적당히 접기를 반복한 후 기존 두 겹 말이 방법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정리가 번거롭던 두 겹 말이의 단점을 줄이고 빠른 전개와 신속한 수관 연장이 가능한 장점은 그대로 살리게 된 거다.


펌프차량에 적재하는 가장 일반적 방법인 접은 수관, 일명 아코디언식 수관의 적재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 봤다. 그 결과 아주 작은 변화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었다.


기존에 우린 전개된 수관의 앞쪽을 바라보며 수관을 접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몸을 90° 돌려 수관의 옆에서 접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 앞을 바라보고 평균 -15회, 25초

▲ 옆을 바라보고 평균 -7회, 20초

 

 

 

 

 

 

 

 

 

실험결과 기존방법은 동작 15회, 시간 25초가 걸렸지만 몸을 옆으로 돌려 수관을 접었을 땐 7회, 20초의 시간이 걸렸다. 단지 몸만 옆으로 돌렸을 뿐인데 시간도 단축하고 동작도 절반으로 줄었다.


수관 하나의 작업시간으로만 보면 그리 크지 않은 차이일 수 있지만 차량에 적재하는 수관의 수가 대략 10개 이상이고 하루에도 여러 번의 화재 출동과 수관 정리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간과 체력을 비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습관을 바꿔보자!

상가나 복도식 아파트 화재에 출동하면 로프로 수관 옥외연장을 해서 화재를 진압하기도 한다. 대원들이 로프를 갖고 올라가 지상으로 전개하면 밑에 있던 다른 대원이 관창과 수관을 로프에 묶어주길 기다렸다가 그걸 끌어올려 방수해서 불을 끈다.


그런데 굳이 중력을 거스르며 지상에서 위로 끌어 올릴 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수관을 내린다면 어떨까? 진압 대원들은 내부로 진입할 때 관창과 수관을 갖고 올라가 수관을 내리면 밑에서 대기하던 대원이 미리 준비된 소방차의 수관과 연결하는 거다.


대략 1개 층의 높이를 3m로 계산했을 때 수관 1본이면 5층 혹은 여유 있게 4층까지 전개 가능한 길이가 나온다. 로프를 내린 후 무거운 수관을 끌어 올릴 게 아니라 아래 사진처럼 위에서 내리면 쉽고 빠르게 수관을 전개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상에 있는 대원(운전원)의 현장 활동에도 신속함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실험 결과(수관 2본 연장) 기존방법으로 로프를 내려 수관을 끌어올리는 경우 1분 50초 정도 시간이 걸렸지만 수관을 내리는 방법으로 진행했을 땐 55초로 절반 가까이 시간이 단축됐다.


혹시 내리는 수관의 커플링에 의한 창문이나 외벽 파손이 우려될 경우 수관에 로프를 먼저 묶은 후 내려 로프를 밑에서 잡아 건물과의 간격을 유지하면 비교적 안전하다. 이 경우에도 기존의 방법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반복된 실험을 통해 시간 단축뿐 아니라 위에서 작업하는 대원의 체력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났다. 대원이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수관을 끌어올린 후에는 호흡량이 증가하고 전체적으로 체력이 저하됐다. 현장 활동 초반 불필요한 체력소모로 대원의 안전과 효율성에 지장을 줄 수 있을 거란 예상이 가능하다.


이런 사례에서 수관을 갖고 올라갈 때 한 겹 말이 수관보단 접은 수관이나 두 겹 말이 수관을 사용하는 게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관 전개나 연결이 가능해진다. 앞서 언급한 수관 정리 방법과 연계해 활용하면 좀 더 효율적인 현장 활동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역할을 한 번 바꿔볼까?

화재진압을 하다 펌프차에 물이 떨어지고 보수하러 간 물탱크가 도착하지 않아 우리의 안전에 위협을 받거나 연소확대의 우려로 발을 동동 굴러본 경험이 있을 거다.


대부분의 화재 출동에선 펌프차와 물탱크차의 물만으로도 화재진압이 가능하지만 오랜 시간 방수해야 하는 화재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소화전이 가까이 있다면 고민거리는 줄어든다. 펌프차든 물탱크차든 소화전과 연결해 충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화전이 멀리 있어 차량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엔 펌프차가 현장에 있고 물탱크차가 소화전과 펌프차 사이를 이동하며 물을 보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원과 장비의 접근성이 좋은 펌프차가 화재현장과 가장 빨리, 가장 가까운 곳에 도착하기 때문에 이런 차량 부서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화재진압이 장기화돼 지속적인 보수가 이뤄져야 한다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을 나타내게 된다.

 


고정된 펌프차에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은 약 3천ℓ다. 물탱크차의 경우 약 1만ℓ다. 펌프차와 물탱크차의 물을 다 소진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물탱크차는 마지막 3천ℓ의 물을 펌프차에 충수하고 보수를 위해 이동하게 되는데 물탱크차가 떠나고나면 현장엔 3천ℓ의 물만 남아 있게 된다.

 

커다란 물탱크차에 1만ℓ의 물이 다 채워지기 전까지 펌프차의 물이 남아 있을리 없다. 물탱크차가 3천ℓ만 채워서 돌아온다고 해도 이미 펌프차의 물은 소진되고 물 공급이 안 돼 결국 대원들은 물 없는 대형 화재현장에 놓이게 되는 거다. 맘이 급해 적은 양의 물을 담아 올수록 다음 보수는 더 적은 양의 물만 가능하니 출동한 대원들은 쭉 늘어서서 물동이라도 이고, 지고, 나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장시간 화재진압 시 차량 부서 재조정을 통해 물탱크차와 펌프차의 역할을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우린 대형 화재 앞에서 물이 넉넉한 현장을 예상할 수 있다. 보통의 화재현장에서 마주하는 좁고 험한 길에서 기동성이 좋고 보수 시간이 짧은 펌프차의 이동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건 자명한 일이다. 1만ℓ의 물이 다 소진되기 전에 펌프차는 3천ℓ의 물을 충수하고 소화전을 오가며 보수할 수 있다.

 

오고 가는 중에도 현장에 남은 넉넉한 양의 물이 대원들의 방패가 돼주고 있을 거다. 따라서 남은 화재진압 대원들이나 충수를 담당하는 대원, 화재를 당한 당사자, 지켜보는 주민, 그 누구에게나 화재로 인한 걱정 외에 적어도 충수로 인한 불안과 염려, 민원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다.


관점의 변화를 시도해 보자
화재현장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무엇인가? 다름 아닌 대원들의 안전이다. 라떼~와 달리 현재 안전 장비를 비교해 보면 소방관 안전 필요성에 대한 국민 의식이 높아진 만큼 정부 지원이 많아지고 장비 또한 계속 개발되고 보완돼 상당한 성과를 이룬 게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우리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안전할까, 활동하기 편할까, 무엇이 더 좋을까’를 고민하는 동안 구조대상자의 안전과 배려를 위한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었을까? 화재현장에서 우리는 인명피해가 없길 가장 간절히 바란다.


출동 중 무전을 통해 우리를 초긴장 상태로 만드는 한 마디.

 

“안에 구조대상자 있음”

 

단순한 화재 출동과는 다른 떨림과 두려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 한마디에 불나방이 돼 불구뎅이 속으로 들어가는 우린 사람을 꼭 살려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몸을 잠시나마 지켜줄 안전 장비로 몸과 마음을 무장한다.


공기호흡기와 방화복, 개인 안전 장구는 대한민국 평범한 사람을 소방관이라는 히어로로 변신시켜주는 아이언맨 수트와 같다. 방화복과 공기호흡기가 있어도 모든 사고를 다 막을 순 없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큰 용기와 위안, 안정감을 주는지 생각해보면 화재현장에서 만나는 빈 몸의 구조대상자가 느낄 공포와 불안, 정신적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방화복 위로 느껴지는 뜨거움과 화재 출동 후 몇 날이고 몸에 남아 있는 유독가스의 흔적을 너무도 잘 아는 우리이기에 더 그렇다.


그런데 막상 구조대상자를 만나서 우리가 줄 수 있는 거라곤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과 보조 호흡기뿐이다. 구조대상자는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이제 각종 불꽃과 파편으로 가득한 뜨거운 현장을 벗어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만 한다. 어쩌면 더 겁이 날지 모를 상황이다.

 

아이나 노인이라면 무서워서 안 나온다고 버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모든 소방관이 방화복을 벗어 구조대상자를 덮어주고 히어로에서 평범한 사람이 돼 불구덩이 속을 빠져나오길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면 구조대상자에게도 불꽃과 불안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제공하면 어떨까?

 

 

위 사진은 필자가 10년 전쯤 만들었던 장비다. 소재는 그때 당시 화재진압대원들이 입었던 방화복과 같은 검정 방화복 원단이다. 부피가 작아 건빵 주머니에 휴대하고 신속하게 착용할 수 있는 판초(poncho) 모양이다.


화재현장에서 구조대상자의 노출된 신체를 최소화 해 화염이나 낙하물로 인한 2차 부상을 막고자 했다. 또 보호받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보호하고 화재로 인한 트라우마를 줄이는 도움을 주고자 했다.


최신의 방화복 소재로 만들어 보급한다면 소방관들만의 안전을 넘어서 구조대상자의 심신안정까지 도모하는 역량 있는 소방 조직이 됐음을 증명하는 일에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높이뛰기의 포스베리처럼 아주 작은 발상의 전환, 너무도 일상적인 틀을 바꾸는 시도가 큰 업적으로 기록된 사례들이 많다. 절차와 과정이 무척이나 복잡하고 대대적인 구조 변경이 필요한 게 아니라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거라면 고민하고, 시도해보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보길 제안한다.


내가 아직 신규 직원이라서, 나이가 어려서, 계급이 낮아서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익숙한 조직에 물들지 않았기에 신선한 아이디어 뱅크가 될 수 있는 당신들이다. 시간이 지난 후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며 보다 개선된 소방현장에서 활동하는 당신의 모습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전북 전주완산소방서_ 장준희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11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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