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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신희섭 기자] = 조용했던 국내 공기호흡기 시장이 최근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기업 하니웰을 비롯해 국내 중소기업 미노언까지 시장에 연이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공기호흡기 시장은 지난 수십 년간 산청이라는 국내 기업의 독무대였다. 이를 빗대 ‘공기호흡기 시장 독점’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최대 수요처인 소방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공기호흡기의 형식승인을 받은 기업은 그간 산청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공기호흡기 시장이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 4월 글로벌 기업 하니웰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30분용 공기호흡기 형식승인을 완료하고 제품을 정식 출시했다. 또 경기도재난안전본부로부터 공기호흡기를 대량 낙찰받은 미노언이라는 중소기업도 새롭게 등장했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인 3M과 SG생활안전(구 삼공물산)에서도 시장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돈다.
공기호흡기 시장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화재진압을 위한 소방조직에서 사용하는 관 위주 시장과 화재안전시설로 분류돼 강제적으로 설치하거나 산업현장 등에서 쓰이는 민수 시장이다.
이 중 민수 시장의 경우 대부분 30분용 공기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다. 하니웰의 등장과 함께 이미 이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소방용 공기호흡기 시장에는 미노언이라는 신규 기업이 출현했고 하니웰 역시 45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공기호흡기 형식승인을 서두르고 있어 긴장감마저 맴돈다.
하니웰은 인체공학적 디자인과 중ㆍ고압 호스의 노즐 최소화로 경량화를 실현하고 등지게 무게 중심을 허리에서 분산되도록 해 사용자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도록 고안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산청의 경우 IT 융ㆍ복합 기술이 적용된 제품군을 개발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기술을 반영한 이 공기호흡기는 올해 열린 소방산업대상에서 최고 시상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노언이라는 중소기업은 최근 경기도재난안전본부가 구매하는 공기호흡기 용기 1829점, 등지게 1443점, 면체 399점, 보조마스크 461점 등 약 24억원 규모의 장비를 낙찰받았다. 게다가 공기호흡기 납품을 반드시 완료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이는 제품 생산 체제를 갖추고 공기호흡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기업들의 출현으로 산청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미 민수 시장에서는 하니웰 등장과 함께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소방용 공기호흡기 시장의 경우 하니웰까지 진출하게 되면 사실상 3개 기업의 다자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셈이다.
이 같은 시장 변화를 바라보는 소방공무원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제조사들의 경쟁 구도가 잡히면 자연스럽게 품질 경쟁이 이뤄져 공기호흡기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생명과 직결되는 장비를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제조사에서 생산할 경우 부작용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특히나 중소기업인 미노언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 업체는 일부 장비를 군에 납품한 실적이 있지만 그 규모를 예측할 수 없고 소방에는 매우 생소한 업체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중견기업마저 공기호흡기 시장 진입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 한다.
심지어 미노언이라는 업체는 현재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공기호흡기의 납기일을 넘겨 지체상금을 물고 있는 상황으로 자칫 장비 보급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우려를 뒤로하고 미노언은 납품을 끝까지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도 계약 내용에 따라 형식승인을 받아 납품만 이뤄진다면 안전성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단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소방 조직 내에서는 지금까지 한 업체의 공기호흡기만을 사용해 온 만큼 품질과 특성을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생기게 된다는 이유에서 미노언 같은 신규 기업의 등장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잔잔하기만 했던 공기호흡기 시장이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이를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기업 간 품질 경쟁으로 더욱 질 좋은 공기호흡기가 보급될 수만 있다면 이 시기는 충분히 감수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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